MBC ‘그녀는 예뻤다’ 3회 2015년 9월 23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지성준(박서준)은 민하리(고준희)를 우연히 발견하고 ‘김혜진’이 국내에 있음에 반가워한다. 김혜진(황정음)은 부편집장 성준에게 더 이상 지적받지 않기 위해 패션공부에 열을 올리고 ‘센스’를 키운다. 김신혁(최시원)은 기어이 혜진에게 떡볶이를 얻어먹는다. 하리는 성준을 만났음을 혜진에게 말 못하고, 성준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하리는 성준에게 점점 마음이 기운다.리뷰
김혜진은 지성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겉으로는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벼락치기로 패션 용어들을 공부하는 성의는 성준에 대한 집착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현재 성준이 무슨 생각인지는 거의 드러나지 않으나, 혜진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온통 지성준 생각이다. 이런 구도로 갈수록 ‘코믹’은 점점 그악스러움이 되어가는 듯하다.
민하리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함인 것은 알겠으나, 어디서 많이 본 ‘출생의 비밀’ 이야기에다 재벌가의 ‘드라마 식’ 갈등과 분노 표출이 뜬금없다 싶게 나타났다. 하리의 외로움과 서글픔, 그래서 사실을 말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술에 취하고 아주 감정적이 되었다는 설명을 위해 가족사의 비밀이 급조되었다는 느낌이다. 너무 외로워 성준에게 의지하게 되었다는 신파는, 지난주 나름 산뜻하게 시작했던 드라마의 분위기를 180도 돌려놓을 수도 있다. 주의요망.
술집에서 하리가 보인 언행도 과했다.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고는 해도, 추근댄 남자(김성오)가 잘못이었다고는 해도, 막말과 욕설을 먼저 퍼부은 것도 하리였고 파인애플을 던진 것도 하리였다. 분노조절도 안 되고 폭력적이다. 심지어 인사불성의 만취였다가 성준이 온 후엔 술이 금방 깼는데 이 또한 ‘설정’ 티가 팍팍 난다.혜진의 직장 생활은 너무나 정신없는 원맨쇼였고, 하리의 이야기는 별안간 우울함마저 안겨 준다. 게다가 하리 가족의 식사 장면에서는 지나치게 ‘드라마의 정석’이 연타로 등장했다. 코믹 코드가 안 먹히면 출생의 비밀, 그래도 안 먹히면 가족끼리 서로 비난하고 헐뜯는 상처의 대사들을 남발하다 뺨이나 때리는 ‘막장’ 공식으로 갈 것인가. 적어도 첫 주 방송이나 전체 개요에서 이런 ‘익숙함’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되든 안 되든 코믹하고 발랄한 혜진의 좌충우돌 적응기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리를 이런 식으로 밖에 활용 못 한다면 드라마는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 게다가 성준이 연약하고 예쁜 상처 많은 분노 덩어리 하리의 ‘여성적’ 모습에 자꾸 끌리는 듯해, ‘첫사랑 김혜진’이 주는 기억의 소중함마저 점점 희석되는 느낌이다. 그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그렇게 못 알아보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청자는 성준이라는 캐릭터에 실망하게 될 것이다. 나중에 ‘김혜진’을 알아본다고 한들, 이 떨떠름함이 반전될 수 있을까. 이미 상대의 외모에 따라 감정이 흔들리는 남자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현재 지성준은 비호감이다.
수다 포인트
-폭탄 분장이라기엔 황정음은 너무 예쁜 걸요.
-패션 센스라는 게 벼락치기로도 길러질 수 있나요?
-최시원 씨는 ‘잭슨’ 놀려먹는 재미가 날로 발전하시는군요. 그것도 참 ‘없어 보이게’ 말입니다.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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