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사건명 옷장정리
용의자 이한철
사건일자 2015.09.04
첫인상 지난 3월 시작된 계절 프로젝트 가운데 ‘가을’을 테마로 한 앨범이다. 이한철은 올 봄과 가을 각각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2016년 여름과 겨울에 나머지 2장의 앨범을 발표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장의 음반을 내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 앨범 커버만 보아도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긴다.
추천트랙 ‘옷장정리’. “계절은 무심하지”라는 가사로 노래는 시작된다. 무심한 것은 기억도 마찬가지. 옷장 속 자리한 가을 옷에서 옛 연인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 무심한 기억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퍼커션의 리듬이나 기타와 건반의 멜로디 또한 무심할 정도로 경쾌해, 오히려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 이한철의 목소리는 가사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대로 풀어내, 마치 한 편의 일기를 훔쳐본 듯하다.
출몰지역 10월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웨스트브릿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열린다.



사건명 후드(Hood)
용의자 타블로, 조이배드애스(Joey Bada$$)
사건일자 2015.09.05
첫인상 근래 들어 가장 ‘핫’한 콜라보레이션이 아닐까. 에픽하이 타블로와 미국 힙합 신 최고의 루키 조이 베드애스가 만났다. 세대도, 인종도 다르지만 두 사람의 접점이 있었으니 바로 한(恨)이다. 여기에 코드 쿤스트도 힘을 보탰다. 그는 개코의 ‘레딘그레이(Radingray)’를 비롯해 리듬파워 행주, 기리보이, 씨잼 등의 앨범에 이름을 올린 신예 프로듀서. 세 사람 모두 팽팽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추천트랙 ‘후드’. 타블로는 엄청나다. 첫 소절 “Where I’m from(내가 태어난 곳에서는)”에서부터 단숨에 곡을 장악한다. 확신에 찬 그의 래핑 앞에서는 한국 힙합과 본토 힙합의 구분도 무의미해진다. ‘된장국’ ‘사랑’ 등 한국어 발음을 재치 있게 살려내 가사에 맛을 더했고, ‘한(恨)’을 이야기하되 그 저변에 희망을 깔고 있어 따뜻하다. 조이배드애스는 목소리에 힘을 덜어내는 대신, 타블로와의 조화를 택했다. 묵직하지만 요란스럽지 않다. 그래서 더 멋지다.

사건명 미완의 곡
용의자 도재명
사건일자 2015.09.07
첫인상 지난 7월, 밴드 로로스가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로로스는 2005년 결성된 6인조 밴드로 2008년 발매한 첫 정규앨범 ‘팍스(Pax)’로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2집 ‘W.A.N.D.Y’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팀. 국내 포스트록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다지고 있었기에 로로스의 해체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앨범은 리더 도재명이 팀 해체 후 발매하는 첫 싱글앨범. 그의 새 시작을 응원한다.
추천트랙 ‘미완의 곡’. 완성되지 못한 관계를 노래한 곡. 도재명은 ‘어쩌면 우리가 이루는 대부분의 관계가 불완전하게 시작에서 미완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이 같은 곡을 만들었단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한 관계에서 비롯된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곡의 분위기는 몹시 쓸쓸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아득하게 펼쳐지는 프로그래밍 사운드는 심지어는 성스러울 정도다.

사건명 세계관
용의자 해일 (김석,정희동, 미장, 이기원)
사건일자 2015.09.08
첫인상 지난 2011년 밴드 해일이 결성된 후 무려 4년 만에 발매하는 첫 정규앨범. 앞서 해일은 2012년 10월에 열린 제2회 레코드폐허에서 첫 데모를 판매했으며 올해 2월에 열린 제9회 레코드폐허에서는 싱글앨범 ‘1017’을 선보였다. 팀명 그대로, 바닷물이 쏟아지는 해일이나 얼음덩어리가 떨어지는 우박(Hail)처럼 파급력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추천트랙 ‘헤이지 다이브(Hazy Dive)’. 무려 11분에 이르는 러닝타임. 그러나 흐름이 유려해 지루할 틈이 없다. 잔잔한 기타 선율로 풍경을 그려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드럼과 또 다른 기타, 베이스 기타가 모여들며 에너지를 모은다. 치밀하게 이어지는 한 대의 기타와 지글거리는 또 다른 기타가 부딪치듯 조화를 이루며 균형감 있게 곡을 이끈다.
출몰지역 오는 19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의 사운드마인드에서 코가손, 세이수미와 함께 공연을 펼친다.



사건명 9X9th
용의자
사건일자 2015.09.09
첫인상 린이 1년 6개월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 그간 미디엄 템포의 메이저 발라드를 주로 선보였던 린은 이번 앨범에서 변화를 감행한다. 바로 월드뮤직의 색깔을 담아낸 것.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장르이나 린의 자신감은 남다르다. SNS를 통해 “아홉 장의 정규앨범을 내면서 처음 해보는 말일 텐데 ‘감히, 자신 있습니다.’”고 고백했을 정도. 타이틀곡 ‘사랑은 그렇게 또 다른 누구에게’가 음원차트에서 제법 선전하는 모양새로 보아 ‘근자감’은 아닌 듯하다.
추천트랙 ‘청사포’. 린처럼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국내에 몇이나 될까. 사실 그동안 린이 발매한 노래 중에는, 굳이 린이 부르지 않아도 좋았을 곡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다르다. 특히 ‘청사포’나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는 린의 독보적인 장점을 잘 보여주는 곡. 최백호의 블루스를 이렇게 현대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가수는 얼마 되지 않으리라. 피아노와 퍼커션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부터, 트럼펫의 블루스, 스트링의 우아함까지 모두 린의 목소리와 감성 아래에서 조화를 이룬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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