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KBS에서 야심차게 선언한 예능드라마 KBS2‘프로듀사'(연출 표민수 서수민, 극본 박지은)가 지난 20일 12회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가 웃음을 짓는 모두의 모습이 그려졌다. 끝난 듯 끝나지 않은, 확실한 결과가 없는 모호한 결말에 고개를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프로듀사’는 예능국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과도 같이 주인공들의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저마다 성장했고, 봄을 지나 여름 날 쨍쨍한 햇빛 같은 앞 날을 예고했다.
이날 탁예진(공효진)과 라준모(차태현)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연인으로 시작했고 백승찬(김수현)과 신디(아이유)는 러브라인의 여지를 남겼다. 준모는 뒤늦게나마 깨달은 자신의 마음을 예진에게 고백했다. 늦은 밤, 자신의 집 모기를 잡아달라는 예진의 부탁에 준모는 “그러게 여기 있으라니까 기어코 이사가서 나만 힘들잖아”라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결국 달려갔다. 준모의 마음을 어설프게나마 알고있던 예진은 준모의 마음에 확신을 얻고 싶었다. 이에 준모는 “너랑 같은 대학가려 공부했고 너 피디된다고 해서 팔자에도 없는 언론고시하느라 귀찮았다”며 “내 인생의 반은 넘게 널 쫓아다니면서도 내 마음을 몰랐다. 습관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걸”이라고 고백했다. 준모는 “게으르고 미련한 나 때문에 네가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근데, 어디 안가고 껌딱지처럼 내 옆에 붙어있어줘 고맙다”고 마음을 표했다. 학창시절부터 간직한 오래된 마음을 드러낸 두 사람은 뜨거운 포옹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꼬이고 꼬였던 사각 로맨스는 결국 하나가 마음을 접고서야 해결됐다. 애초에 서로를 향한 애정이 향한 방향만 봐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항상 마음을 접은 쪽은 가슴아픈 이별의 후유증을 겪어야 했지만, 막내 PD 백승찬은 후유증 보단 성장을 택했다.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는 ‘개구리 왕눈이’같이 승찬은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PD로서도 성장을 꾀했다. 인생을 방송에 비유한 승찬에게 예진은 “너 이제 좀 피디같다”라고 던졌고 이는 승찬의 마음에 단단히 자리잡았다. 이후 승찬이 만든 예고편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PD 백승찬의 앞날을 기대케 했다.
성장을 겪은 건 비단 승찬 뿐만 아니다. 불행한 가족사를 숨기고 거짓말을 했다는 오해를 받은 신디는 하루 아침에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요물이 돼 버렸다. 하차를 요구하는 주변의 압박에도 불구, ‘1박 2일’ PD 준모는 신디를 책임지기 위해 촬영을 강행했다. 논란으로 촬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수면제를 먹고 자고 있던 신디의 집에 ‘1박 2일’팀이 찾아왔다. 신디는 하차논란에도 불구하고 찾아와준 스태프들을 바라보며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 이에 신디는 자신의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믿기 시작했고,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았다.
‘신 스틸러’ 조연들 역시 맹활약했다. 이들은 마지막 회인만큼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내 웃음을 자아냈다. 아나운서 서기철은 예능국장 역으로 높은 싱크로율을 과시했다. ‘예능국 트리오(김종국, 박혁권, 서기철)’과 함께 가벼운 모습만 보여주던 서기철은 마지막 회에선 내 프로그램을 지키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엉뚱한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케 하던 ‘뮤직뱅크’ 막내작가 역 김선아는 이날도 역시 특유의 매력으로 변대표(나영희)를 당황케 했다. 변대표 역의 나영희는 제 2의 주인공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조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자랑했다. 승찬의 멘토 FD 이주승은 ‘방송국 요정’이라는 충격적인 정체로 재미를 더했다. 이어 사각 러브라인보다 더 치열한 러브라인인 김종국과 예지원. 결국 야심을 저버린 김종국과 예지원은 사랑을 얻었다.
대망의 최종회 카메오 출연은 송해. 35년 간 ‘전국노래자랑’으로 KBS의 터줏대감이신 송해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카메오 행렬은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프로듀사’는 KBS 예능국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답게 KBS 예능의 대부를 모셨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예능국 막내 백승찬과 의외의 케미를 발산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도 애주가인 송해 선생님의 특징을 살려 승찬을 만취상태로 만들었다. 승찬은 60이 넘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송해 선생님을 ‘해 형’이라고 부르며 귀여운 하트를 날려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프로듀사’의 엑기스라 할 수 있는 에필로그에선 네 명의 주인공들은 달라진 듯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준모는 고비를 넘으며 더욱 돈독해진 ‘1박 2일’ 팀워크를 과시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곧 “아이디어 좀 내 봐”라며 소리쳐 여전히 짜증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예진 역시,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됐다고 말했지만 이내 전화통화에선 짜증을 부리며 ‘기 센 여자’의 모습을 선보였다.
변대표를 벗어나 일인 기획사를 설립한 아이유는 예전보다 홀가분한 모습이었지만 매니저에게 “기름 값 아끼라”는 현실 잔소리를 해 소속사 대표다운 깐깐한 면모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승찬은 자신이 만든 예고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함께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했다. 이어 승찬은 “이제 좀 피디 같죠?”라고 물었다. 그러나 지나가던 준모에게 “영수증처리 이렇게 할래? 네가 피디야?”라는 질책을 받아 여전히 구박받는 막내의 모습을 보였다. 일상을 얘기한 ‘프로듀사’에는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극적인 반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드라마처럼 성장은 있었다. 다사다난한 봄 날을 거친 그들은 햇빛 쨍쨍한 여름 날로 향하고 있었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KBS2 ‘프로듀사’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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