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최보란 기자]MBC ‘어게인’ 2회 2015년 6월 18일 목요일 오후 11시15분
다섯줄 요약
16년만에 다시 만난 ‘왕초’ 출연진은 오랜만에 드라마 촬영 때 입었던 의상을 입고, 그 시절을 재현하며 추억을 되짚어 갔다. 해가 지자 마치 MT를 온 듯 다 함께 요리를 하며 다음 손님들을 기다렸다. 저녁 식탁이 완성될 쯤 찾아온 손님은 바로 ‘왕초’의 장용우 PD를 비롯해 스태프들이었다. 이렇게 해서 모인 ‘왕초’ 동창들은 다함께 드라마 편집 영상을 감상하며 그 순간을 추억으로 새겼다.리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모인 ‘왕초’는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어색함이 없었다. 차인효, 송윤아, 이계인, 최종환, 박상면, 윤용현, 박준규, 홍경인, 현영 등 출연진은 ‘왕초’ 촬영을 위해 모인 것 같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 젖었다가도, 새삼 세월의 흔적을 실감하며 애틋한 감성에 빠지기도 했다.
‘어게인’은 명작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이 오랜만에 다시 모이는 ‘동창회’ 콘셉트의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 평소 연락도 잘 하지 못하는 옛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모여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첫 회 주인공으로는 1999년 인기리에 방송된 MBC 드라마 ‘왕초’의 주역들이었다.
말그대로 동창회였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다르랴. 마음은 있어도 저마다 바쁜 삶 속에서 서로 연락을 이어가기란 쉽지가 않고, 어찌어찌해 만나면 그때야 서로에게 좀 더 마음쓰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장 풋풋했던 시간들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 느껴지는 오묘한 감정. ‘어게인’은 그런, 누구나 공감할만한 감정을 건드렸다.‘어게인’의 가장 큰 시청포인트는 역시 참석자 명단이다. 누가 동창회에 등장할지 비밀에 부쳐 궁금증을 유발해왔다. 지난 11일 방송된 첫 회에 이어 2회에서는 어떤 배우들이 등장해 반가움을 선사할까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또 배우들이 출연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스태프들의 합류로 비로소 ‘왕초’ 동창회가 완성됐다. 배우들은 드라마 촬영을 하며 가장 의지했고, 또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애정을 쏟았던 스태프의 등장에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왕초’로 데뷔한 현영은 “힘든 연예계에서 지금까지 정말 잘 해 왔다”고 격려하는 장용우 PD의 한마디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비록 시청자들은 물론 출연진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단역이었지만, 그녀에게 ‘왕초’는 특별한 의미였다. ‘왕초’는 현영에게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작품이었다. 그걸 잊지 않고 찾아와 열심히 활약한 현영은 이번 ‘왕초’ 동창회에서 가장 빛난 인물이었다.
‘어게인’은 ‘왕초’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기며 함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도 동창회의 멤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배우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왕초’를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도 “저 배우가 저런 역할을 했었나”라며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금은 유명해진 스타들의 신인 시절 풋풋했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진행 방식 면에서도 다소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찰 카메라 형식이라고 앞서 밝힌대로 첫회에는 배우들이 마치 야유회를 나온듯 연출됐다. 제작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배우들끼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위주로 카메라에 담았다. 가장 동창회다운 모습이긴 했으나, 방송으로 시청하기에 다소 산만하고 집중도가 떨어진 부분도 있었다.
‘어게인’은 추억의 작품 속 주인공들을 다시 만나고 그들과 추억을 공유한다는 콘셉트를 통해, 또 하나의 공감 복고 예능의 탄생 가능성을 보여줬다. 남은 것은 시청자들의 평가.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는 다음 ‘어게인’ 동창회에서 보고 싶은 스타들이 벌써 소록소록 떠오르기 시작했을 듯하다. 동창회라는 이름의 타임머신, 또 탈 수 있을까.
수다포인트
-송윤아씨의 ‘게 맛있는’ 꽃게탕,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차인표씨 ‘요섹남’ 콘셉트는 좀 더 연마가필요할 듯.
-‘왕초’ 하면 ‘맨발’ 인데. 윤태영씨가 없어서 아쉬웠네요.
최보란 기자 ran@
사진. ‘어게인’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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