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60초면 충분한 스토리 내 맘으로 넌 들어왔어’ 누군가가 눈 안에 ‘콕’ 들어오거나 가슴에 ‘콱’ 박히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연예인이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웃고 울고 노래하며 우리와 만나지만, 그 중에서도 제대로 ‘필(feel)’ 꽂히는 이들은 손에 꼽힐 정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어느 순간 그야말로 내게로 와 꽃이 된, 꽂힌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편은 MBC ‘앵그리맘’에서 고복동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지수, SBS ‘풍문으로 들었소’ 서누리 캐릭터로 눈길을 사로잡은 공승연, Mnet ‘더러버’의 이준재를 맡아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재준이다. 2015년 상반기 신인들 중 단연 눈이 가는 세 사람이다.

# 지수, ‘대박’ 신인이라 부르겠어요

MBC ‘앵그리맘’에서 고복동 역을 맡은 지수
MBC ‘앵그리맘’에 고복동이 등장한 순간, 직감했다. 복동을 연기한 지수는 분명 조만간, 연기되고 스타성 있는 신인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드라마가 2회만을 남겨둔 현재, 정말 그렇게 되었다. 초반, 복동이 아란(김유정)과 이경(윤예주)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였을 때, 지수는 겨울의 기운을 간직한 소년의 얼굴을 내보였다. 무척이나 서늘했지만, 봄을 기다리는 연약한 씨앗이 어딘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전했다. 그 씨앗은 방울(김희선)을 만나면서부터 추위와 어둠을 뚫고 자라났고, 그 과정을 겪는 복동을 연기한 지수는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쌩 양아치 같다가도 상처 잔뜩 받은 가여운 아이처럼 처연한 기운도 있었으며, 마냥 순수한 느낌까지 감돌았던 인물에 대한 설득을 브라운관 데뷔작에서 훌륭히 해낸 것이다. 올해 나이 이제 스물셋. 선입견을 없애야 진짜 그 역할로 자신을 바라봐 줄 것 같아 프로필에 생년월일을 없애달라고 스스로 요청했을 만큼(‘맥스무비’ 인터뷰 중)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한 이 남자, 무섭게 성장해 몇 년 뒤 연기 판을 뒤흔들게 될 것 같다. 아니, 확신한다.

# 공승연, 사랑스러움이 흘러넘쳐

SBS ‘풍문으로 들었소’ 서누리 역의 공승연
극 속에서 은은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이가 있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의 서누리 역을 맡은 공승연. 극중 누리는 썸타는 상대 남성에게 자신의 최고의 자랑거리로 “재색겸비”를 꼽는 당당한 여성이다. 일전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이코노미 티켓으로 1등석 타보려고 하다가 망신당한 거니깐”이라며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인물은 말투나 감정 표현의 강도에 따라 마냥 도도해 보이기만 할 수 있어 자칫 그 매력이 덜해 보일 수 있다. 허나, 공승연은 외모적으로 풍기는 자신의 선한 이미지에 차분하면서도 안정된 말투를 탑재해 캐릭터와 자신의 존재를 드라마 속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했다. ‘풍문으로 들었소’ 이전,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출연해 성공에 대한 열망이 남다른 기획사 연습생을 선보인 바 있으나 ‘풍문으로 들었소’ 만큼의 주목은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서누리 캐릭터와 같이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고 활약할 그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 이재준, 이럴 수가, 코믹도 가능했어

Mnet ‘더러버’ 이준재 역을 연기하는 이재준

영화 ‘야간비행’ 속 이재준을 기억한다면 Mnet ‘더러버’는 가히, 혁명이다. 그가 19금 드라마에 출연하기에 하는 말이 아니다. 아슬아슬한 청춘의 모습으로, 날 것 그대로의 살아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이젠 시청자들을 낚는 ‘능구렁이’같은 대본 속에서 뻔뻔한 얼굴을 한 채 준재란 캐릭터로 노닐고 있기 때문이다. 타쿠야와 묘한 브로맨스를 빚어내는 와중에 드러나는 그의 자연스럽고도 다양한 표정은 많은 이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대사 한마디보다 더 큰 힘을 지닌, 그의 무기다. 보여줘야 하는 것보다 숨겨야 하는 것이 더 많은 인물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명민하게 캐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드라마 전반을 지배하는 ‘병맛’ 코드를 위해 캐릭터에 부여된 코믹한 설정도 서슴없이 해내는데, 이는 그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연기력은 물론, 모델 출신답게 188cm의 큰 키에 좋은 신체조건을 지니고 있어 비주얼적으로도 손색없는 이재준이 앞으로 ‘더러버’에서 어떤 놀라움을 또 선사할지, 흥미롭게 지켜봐야겠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제공. MBC, SBS,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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