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텐아시아=최진실 기자] “기린 만나고 올게”, “기린? 목 긴 그 기린?” 기린을 이야기 할 때 늘 나오는 말이다. 기린은 동물 기린도 아니고 기린을 닮지도 않았다. 기린의 무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아프리카 기린, 동물원 기린,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이 다수를 차지한다. 기린은 누굴까.

기린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뉴잭스윙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뉴잭스윙 대표 아티스트를 꼽자면 듀스, 현진영 등이 있다. 꾸준하게 뉴잭스윙의 길을 달리는 기린은 음악 뿐 아니라 앨범아트,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제작한다. 특히 기린의 앨범아트나 뮤직비디오는 90년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름만큼 독특한 기린, 그를 만나봤다.Q. 당신의 근황이 궁금하다.
기린 : 앨범은 지난해 겨울에 나왔었다. 공연 페스티벌도 했고 지금은 단독 공연을 준비 중이다. 싱글이나 앨범도 준비 중이고. 아! 전시회도 하고 있다.

Q. 뉴잭스윙,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기린 : 뉴잭스윙은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 유행했던 팝이다. 당시 바비 브라운이나 마이클 잭슨 등이 해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는 현진영, 듀스! 이런 스타일이다. 힙합이나 알앤비, 소울 등 장르가 혼합돼서 이제는 리듬감도 굉장히 뛰어난 장르다.

Q. 뉴잭스윙의 매력은 무엇인가.
기린 : 리듬감이 좋아서 신난다. 그러면서도 알앤비 리듬이나 화성 같은 것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자극하는 것이 있다. 신나고 멋있는 노래들도 로맨틱한 느낌이 있다고 해야하나.Q. 기린은 어떻게 뉴잭스윙에 입문하게 됐나.
기린 : 초등학교 때 이현도 선배님을 보면서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이 사람이 뭘 했었나 인터뷰도 보고 선배님의 음악을 찾아 듣고 하나 보니 좋아하게 됐다.

Q. 그렇다면 우상 이현도와 만난 적이 있는지.
기린 : 본 적 있다. 완전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했지. 하하. 조언도 해주시고 앨범 추천사도 써주셨다. 항상 잘 한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어떻게 하면 더 멋있을 것이라고 충고도 해주신다.

Q. 당신의 예명은 왜 기린인지 정말 궁금했다. 동물 기린과는 어떤 사이인가.
기린 :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모든지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린아’를 생각해 기린이라 했다. 동물 기린과는 전혀… 하하.Q. 기린과 브랜드 ‘필라’가 함께 한 로고를 봤다. ‘필라’이긴 한데 좀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기린 : ‘필라’와 같은 미국 라인을 좋아했었다. 신고 입고 그랬는데 그 쪽에서 프로모션을 어떻게 할지 함께 생각했다. 아, 오늘 옷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이따 보여주겠다. (인터뷰가 끝난 뒤 기린은 선물 받은 맨투맨 티셔츠를 보여줬다)

Q. 90년대 향수가 가득한 뉴잭스윙을 하고 있다. 이를 계속 좋아하는 매력도 궁금하다.
기린 : 90년대 장난감도 많이 모은다. 어렸을 때 정말 많이 샀다. 로봇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대학교 가면 다 사야지! 이런 마음도 먹었다. 내가 장난감을 모으는 것처럼 어렸을 때 음악하는 형들을 보고 저렇게 멋있게 되고 싶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음악을 계속 하는 것 같다.

Q. 안그래도 최근에 ‘토토가’를 통해 90년대 음악이 열풍이었다. 기린 역시 90년대 음악을 사랑하며 그 열풍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린 : ‘토토가’를 보면 중학교 때 들었던 그 시절 음악과 추억이 생각난다. 엄마한테 잘못했던 것도 생각나도 그랬는데… 추억을 생각하며 보게 됐다. 많은 분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음… 문화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은 난 못한다. 평론가 님들이 한다. 하하.Q. 기린은 평소 취미도 독특할 것 같다.
기린 : 딱히 취미라는 것 보다도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노트북으로 녹음하거나 한다. 쉴 때는 음… 자거나…? 하하.



Q. 조소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기린 : 막연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과 힙합을 좋아하며 가사도 쓰고 그랬다. 진짜 막연했는데 어느 날 만든 것을 정리해서 내봐야지 하면서 음악에 입문한 것 같다.Q. 그림과 음악, 둘 다 예술인데 각각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린 : 그림 같은 경우는 그것에 몰두해 있을 때 굉장히 즐겁다. 작업을 하며 당시에는 못 느끼는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스케치 하고 생각했던 결과물이랑 직접 해서 나온 것이 일치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 음악은 내가 쓴 멜로디를 사람들이 듣고, 여러 방면으로 공감하는 반응이 재밌다.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매력이 있다.

Q. 그림도 하고, 음악도 하고 예술가는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기린 : 하하하하. 아니다. 앨범 낸 뒤 1~2년 동안 살이 쪘다.

Q. 많은 무대에 섰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가 있다면?
기린 : 다 인상적이었다. 아, 최근에 힙합 커뮤니티 신년회 공연을 하게 됐다. 그 힙합 커뮤니티는 회원가입이 한번 씩 비밀스럽게 공개되는 곳이라 하던데, 정말 힙합을 사랑하는 부닝셨다. 내 노래를 모두 외우고 있더라. 최근 공연 중 반응도 열렬해 재밌었다.

Q. 기린이 추천해주고 싶은 페스티벌은?
기린 : 음… 내가 나오는 ‘레인보우 아일랜드 페스티벌’이다. 꼭 내가 나와서만은 아니라 남이섬에서 하는데 밤에는 못 나온다. 그렇게 못 나오니 썸 있는 이들끼리 오면 좋지 않을까. 하하.



Q. 콜라보가 대세다. 함께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
기린 : 저번 앨범도 그렇고 여러 분들과 함께 했었다. 아무래도 여럿과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서로의 스타일을 맞춰가는 것이 재미도 재미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다음 앨범 같은 경우에는 아예 혼자 해볼까도 한다.

Q.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인지 궁금하다.
기린 : 음… 계속 나이가 더 들더라도 퍼포머로 활동하고 싶다. 나이가 들더라도 더 활동을 하고 싶다. 이현도 선배님은 롤모델보다는 우상이다!

Q. 기린은 곡을 쓰면서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는가.
기린 : 생활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이나 경험 그리고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다.

Q. 그렇다면 재밌는 경험담으로부터 만들어진 곡이 있나.
기린 : ‘착한 남자’라는 곡이 있는데 친구의 이야기다. 친구가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여자친구와 교제하던 중 어떤 여자를 만났다. 그런데 친구는 설레고 두근거렸다더라. 사실 사귀는 여자친구가 정답인데 자기도 모르게 흔들리고, 만나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만나게 되는 것을 고민하며 술을 먹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이야기다. 제목도 어떻게 보면 사실 이 친구 나쁜 남자지 않나. 하하.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을 빗대 착한 남자라고 정했다.

Q. 친구의 반응은?
기린 : 좋아하더라. 하하하. 그리고 1집에 ‘검은 안경’도 친구 이야기다. 친구가 설레는 여자 분이 있었다더라. 굳이 사귀자는 이야긴 없었지만 데이트도 하는 사이었다. 그런데 여자 분이 다른 남자를 사귀게 됐다고 하더라. 여자 분이 친구를 불러서 미안하다고 했고 친구가 너무 슬퍼했다. 친구는 그 때 눈물을 흘리기 싫어서 선글라스를 썼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쓴 노래다. ‘까만 안경’이 아니라 ‘검은 안경’이다. 하하.



Q. 30대가 됐다. 20대와 30대는 어떻게 달랐나.
기린 : 일단 유연성이 많이 떨어졌다. 꾸준히 운동을 하지만 유연성이 굉장히 떨어지고 균형도 잘 안 맞는다. 다른 운동을 해야 하나.

Q. 30대가 된 것이 예술 활동에도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기린 : 그림 같은 경우는 요즘 많이 고민하게 된다. 스타일이나 이야기도 그렇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나이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기가 된 것 같다.

Q. 기린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나?
기린 : 요즘이다. 가사나 이런 것에 대해 재밌는 것이 별로 안 떠오른다. 깨작깨작은 하는데… 재충전하기 위해 계획을 하나 세웠다. 부산 공연이 있는데 제이통과 함께 자전거로 부산까지 가는 것이다. 예상 기간은 5박 6일이다.

Q. 기린은 대중에게 어떤 퍼포머로 남고 싶은가.
기린 : 굉장히 꾸준히, 많이는 아니더라도 발전해나가는 재미를 볼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였으면 좋겠다.

Q. 올해의 목표도 궁금하다.
기린 : 가능하면 앨범을 하나 더 내고 싶다. 그리고… 작업실을 해가 들어오는 ‘전세’로 이사하고 싶다. 하하.

Q. 기린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기린 :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빨리 나타나셨으면 좋겠다. 하하. 그래도 SNS로도 응원을 받아서 힘이 된다.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온라인도 그렇고 오프라인으로도 내 노래를 따라 부르시는 분들이 있으면 신기하다.

텐아시아=최진실 기자 true@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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