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반가운 얼굴이었다. 깜찍한 외모에 매력 포인트 덧니, 통통 튀는 매력으로 인기를 얻었던 영턱스클럽의 임성은이 컴백을 알렸다. 무대를 떠난 지 19년이 됐었지만 임성은의 모습에서는 세월도 빗겨갔다. 동안 외모와 함께 경쾌한 임성은의 “호호호” 웃음은 무대 위에서 ‘다른 여자 생긴거라면~’이란 노래를 부르며 사랑받았던 그 때와 변함없었다.임성은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백 투 더 나인티스 빅쑈(BACK TO THE 90’S BIg SHOW-이하 빅쑈)’에 참석했다. 이날 임성은은 박성현, 최승민, 한현남과 함께 무대에 올라 ‘타인’, ‘못난이 콤플렉스’ 등 히트곡을 불렀다. 임성은은 무대에서 인사를 전하다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그토록 갈증 했던 무대에 설 수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임성은과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
Q.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임성은 :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스파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정말 많이 회자 돼서 놀랐다.
Q. 타지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임성은 : 정말 힘들었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눈 뜨고 있는데 코를 베어가더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았다.Q. 필리핀에 있는 남편은 한국에 올 때 어떤 응원을 보냈는가.
임성은 : “열심히 해! 당신은 잘 할 거야”라고 응원해줬다. 하하.
Q. 오랜만에 방송 나들이를 하기도 했다. 소감은 어땠나.
임성은 : ‘김창렬의 올드스쿨’에 출연했었는데 방송이 아니라 동창회를 하는 느낌이었다. 창렬이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거의 매일 대기실에서 마주쳤다. (김)성수 오빠도 그렇고 너무 좋았다. 편안하게 대해줬다.
Q. 당시 방송에서 김창렬은 임성은이 동갑내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두 살 누나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임성은 : 예전 연예인들은 많이 그랬을 것이다. 하하. 아무래도 어릴 때 데뷔하다 보니 나이를 좀 늘리거나 몸무게를 줄이거나, 키는 과감하게 늘렸던 시절이었다.Q. ‘빅쑈’를 통해 19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소감이 어떤가.
임성은 : 설?다. 정말 이렇게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고 행복하고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연습했는데 너무 좋았다.
Q. 이번 ‘빅쑈’를 통해 영턱스클럽이 뭉쳤다. 다들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임성은 : 일단 진아가 함께 못해서 너무 아쉽다. 아무래도 진아가 직장에 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꼭 함께 하자고 했다. 진아는 현재 스노우 보드 관련 업체에서 근무한다. 신기하다. PD 생활도 그렇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진아가 멋지다. 성현이는 전자담배 사업을 한다. 승민이는 춤 아카데미를 열 예정이다.
Q. 멤버들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임성은 : 너무 좋은데 내가 문제다. 하하. 다른 친구들은 이전에도 호흡을 맞추며 활동을 함께 했다. 하지만 나는 19년 만에 하다보니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Q. 임성은의 ‘빅쑈’ 출연 소식에 모두 놀랐다.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다.
임성은 : 보라카이에서 스파 사업을 하면서도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내 메신저 대화명이 ‘가슴 뛰는 삶을 살자’인데 조금 그런 부분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절친 도원경이 지난해 연말 20주년 콘서트를 열었다. 이전에도 콘서트 무대에 서달라고 했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 도와줬다. 그러다가 원경이가 “20주년인데 무대에 같이 안 서주면 베프도 아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용기를 내 서게 됐다.
Q. 도원경 콘서트 무대는 어땠나.
임성은 : 진짜 잘 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모니터도 잘 안됐고 좀 어색했는데 중반 쯤부터 즐길 수 있었다.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아. 내가 죽지 않았구나’라는 느낌도 들었다. 이 무대를 통해 용기가 났다. 그러다가 보라카이에서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데 스파에 온 한국 분들이 “왜 ‘토토가’에 안 나오셨어요.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떡하세요”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러다가 ‘토토가’를 다시보기해서 봤다.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Q. ‘토토가’ 열풍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임성은의 시청 소감도 궁금하다.
임성은 : 함께 무대에 섰던 사람들이 나와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승민이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이라고 하니 만나자고 하더라. 승민이가 ‘빅쑈’ 공연을 제안했고 그 때 함께 했던 가수들이 나오는데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멤버들을 모았다.
Q. ‘빅쑈’ 멤버들과도 오랜만에 만난 것인데 어땠나.
임성은 : (소)찬휘 같은 경우에는 보라카이에 놀러 오기도 했다. 자주 보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 같은 친구다. 창렬이는 장난 끼가 여전하더라. 동창회에 나간 느낌이었다. 같이 수다도 떨고 좋았다. 김지현 씨도 그렇고 함께 만나서 밥 먹기로 했다. 일하러 왔다는 느낌 보다는 놀러나온 것 같았다. 설레고 너무 좋았다.
Q. 예전에 영턱스클럽의 인기는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았나. 그래도 아직 영턱스클럽이 낯선 10대를 위해 그 때의 인기 일화 하나를 부탁한다.
임성은 : 하하. 한 일화를 떠올리면… 활동 당시 생일이어서 친구들이 생일 파티를 해주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했다. 스케줄이 모두 끝나고 12시 쯤 방배동에 가서 케이크 초를 켜고 맛있는 것을 먹으려 했는데 내가 온 것이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그래서 주변 분들이 오셔서 사람들에게 파묻히게 됐다. 결국 음식도 못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입구가 봉쇄돼서 레스토랑 관계자 분들이 간신히 나가게 해주셨다. 집에서 치킨을 시켜먹었던 ‘웃픈’ 기억이 있었다.
Q. 이렇게 큰 인기를 구가했는데 임성은은 갑작스럽게 팀을 나와 솔로로 활동하게 됐다.
임성은 : 사실 당시 사무실에서 “솔로를 할래? 2집까지 할래”라고 물었었다. 질문이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2집까지 한다고 말하면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속상하지만 솔로를 해야 했다. ‘타인’을 윤일상 씨가 작곡해주셨는데 사실 내가 부를 줄 알고 곡을 써주셔서 연습했다. 하지만 팀을 나오게 돼 너무 속상했다. ‘타인’은 꼭 불러보고 싶은 곡이었다.
Q. 오랜만에 복귀인데도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임성은 : 너무 놀랐다. 감사하고 행복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아무래도 대중이 나를 반겨주는 이유가 영턱스클럽이 최고였을 때 팀을 나오게 돼 아쉬워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이 관심을 가져준 것이 아닐까.
Q. 영턱스클럽이 다시 앨범을 내거나 솔로 임성은의 앨범 계획이 있나.
임성은 : 물론 팀도 그렇고 솔로로도 다시 하고 싶다. 내 목소리에 맞는 곡을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골라서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
Q. 앞서 ‘토토가’를 보고 컴백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고 했는데 누구의 무대가 가장 인상 깊었나.
임성은 : 모두 인상 깊다. 김정남 씨는 정말 재밌더라. 깔깔거리며 웃고 봤다. 하하. 찬휘는 말할 것도 없고 (엄)정화 언니가 중간에 나왔는데! 원숙한 노련미가 멋있었다.
Q. ‘토토가’ 시즌2 제의가 온다면 나갈 의향이 있나.
임성은 : 그럼요! 얼마든지! 불러만 주신다면!
Q. ‘토토가’ 열풍도 그렇고 많은 대중은 90년대 음악과 문화에 대해 다시 열광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임성은 : 음… 젊은 20~30대 친구들이 즐기는 음악은 아이돌 위주가 아닌가. 내가 듣기에도 요즘 아이돌의 K-POP은 정말 괜찮다. 하지만 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 하면 활동이 빨리 끝나더라. 예전에는 한 곡 가지고 거의 1년 동안 활동했는데 그 점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요즘 노래도 좋긴 하지만 내 나이 또래는 일을 하며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좀 안정을 찾으며 숨을 고르고 가는 그런 시기다. 이 때 예전을 회상하며 그 문화를 다시금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조금 더 나이 드신 분들께는 트로트가 있고 어린 분들께는 아이돌이 있지 않나. 그런데 중간에는 열광할 음악이 많지가 않다. 그래서 나도 바라고 많은 분들도 바란다고 생각한다. 중년도 좋아할 수 있는 문화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우리도 설 수 있는 무대가 따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만들어 주세요. 호호.
Q. 요즘 아이돌 중 눈에 들어오는 후배가 있나.
임성은 : 효린 씨! 정말 잘하더라. 당당하고 솔직하고 섹시하고 노래도 잘하고~ 에이핑크도 너무 예쁘고. 또 너무 많은데. 하하. 포미닛과 2NE1은 여자가 봐도 멋있다. 아참. 카라도 좋더라. 구하라 씨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Q.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하는 현재를 또 다른 데뷔라 볼 수도 있겠다. 실제 데뷔 당시와 비교했을 때 느낌은 어떤가.
임성은 : 데뷔 때는 뭣 모르고 열심히만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동안 수 년 동안 그리워하던 무대에 감사하게도 설 수 있어서 정성을 들여 임할 수 있다. 하루 하루, 매 순간이 행복하다.
Q. 임성은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임성은 : 목표라기 보다는 바람이 있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팬들도 나이를 먹어가지 않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소통하고 싶다.
Q. 오랫동안 임성은을 기다려준 팬들께 한 마디를 남긴다면.
임성은 : 행복합니다. 너무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진짜 이렇게, 따뜻하게 봐주세요. 너무 따뜻해서 데일 것 같아요. 하하.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