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진짜사나이’, ‘일밤-애니멀즈’, ‘용감한 가족'(위부터 시계방향)

요즘 예능 프로그램,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출연하기 어렵다.

스튜디오 예능에서 야외 버라이어티로 흐름이 바뀌면서 TV 속 세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버라이어티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예능들은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된 매력과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콘셉트로 변화를 시도해 왔다.레이싱, 응원전, 콩트, 스포츠, 액션 등 제목 그대로 무한한 장르에 도전하며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를 없앤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여행 버라이어티 KBS2 ‘1박2일’, 야생 생존 버라이어티 SBS ‘정글의 법칙’ 등 다양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군대 체험, 시츄에이션 리얼리티, 동물 옴니버스 등 더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존 버라이어티가 야외 취침, 정글 생존 등 극한의 환경을 제시하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면, 요즘에는 특정한 환경을 제시해 그 안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미션까지 더해 출연진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리얼 입대 프로젝트’를 표방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는 출연자들이 실제 군 생활을 그대로 체험하면서 색다른 포맷으로 화제를 모았다. 출연진들은 실제 군에 입대한 것처럼 훈련병 생활을 거친 뒤 여러 부대에 배치돼 훈련을 받았다. 출연진들은 화생방 훈련으로 눈물 콧물 범벅이 돼 괴로워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는가하면, 추운 날씨에 계곡에 입수를 하는 혹한기 훈련까지 소화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특히 군 생활에 익숙지 않은 출연진이 등장할 수록 시청률은 상승했다. 샘 해밍턴과 헨리 등 외국인 출연자들은 군 생활은 물론 어려운 군대 용어 때문에 다른 출연진들 보다 더욱 힘들어 했다. 하지만 이들이 그런 어려움을 겪을수록 더 큰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 또 이를 극복해나갈 때는 뜨거운 격려와 응원이 ?아졌다.

비슷한 이유로 여성 출연자들의 출연도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라미란, 홍은희, 김소연, 지나, 맹승지, 걸스데이 혜리, 박승희 등이 출연한 여군특집 1탄은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에 힘입어 김지영, 강예원, 이지애, 안영미, 이다희, 박하선, f(x) 엠버, 에이핑크 윤보미가 출연 중인 여군특집 2탄도 눈물 마를 새 없는 여자 연예인들의 군생활로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달 23일 방송을 시작한 KBS2 ‘용감한 가족’은 연예인들이 가족을 구성해 세계의 특색 있는 지역의 가족들과 이웃이 되어 살아보면서 그들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콘셉트의 시츄에이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예인들이 힘든 환경을 함께 극복하고 가족애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아버지 이문식을 비롯해 어머니 심혜진, 삼촌 박명수, 첫딸 최정원, 아들 씨엔블루 강민혁 막내딸 AOA 설현 등 6명의 연예인들이 한 가족으로 구성돼 각장 역할을 맡아 문화 체험에 나섰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의 톤레사프 메찌레이 마을 생활에 도전, 낯선 캄보디아의 수상마을에서 밥을 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현지 생활에 어렵게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6일 방송되는 ‘용감한 가족’에서는 박명수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들이 ‘프라혹’ 작업에 나서는 모습이 공개된다.’프라혹’은 캄보디아식 생선젓갈로 대부분 리엘이라 불리는 물고기로 만들어지는데 소금으로 염장하기 전 물고기를 손질해야 하는 기초 작업이 필요하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물고기를 회 뜨듯이 칼로 도려내야 하며, 장시간 한 자세로 일해야 하는 것은 물론,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운 날씨에 생선 손질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날 박명수는 “이런 예능은 처음이야”, “우리가 여기 생선 배따러 왔냐?!”라고 말하는 등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물고기 손질에 분통을 터트리며 ‘용감한 가족’ 식 리얼함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 다른 가족들 역시 정신적, 육체적 패닉상태에 빠졌으며 호된 예능 신고식을 치렀다는 전언이다.MBC ‘일밤’의 새 코너 ‘애니멀즈’는 예능대세 출연진 라인업, 본격 동물교감 버라이어티라는 색다른 포맷으로 무장하고 지난달 25일 야심찬 출발을 알렸다.’진짜 사나이’, ‘아빠! 어디가?’를 통해 관찰 예능과 육아 예능 붐을 이끌었던 ‘일밤’이기에,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시도가 다시 한 번 주말 안방에 변화를 이끌고 올 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동물과 교감 또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는 전 농구선수 서장훈, 작편곡가 돈스파이크, M.I.B강남이 유치원 교사로 변신해 6명의 아이들과 6마리의 강아지를 돌보며 일어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아낸 코너로, 귀여운 아기 윤석이의 모습이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강아지를 한 꺼번에 돌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멤버들은 아이들과 동물들이 친해질 수 있도록 그들을 어르고 달래며 놀아줬다. 그러나 처음 보는 동물들에 아이들은 겁을 먹고 울기 일수였다. 처음에는 귀여운 아이들과 동물들에 미소를 짓던 멤버들이었지만, 놀라서 우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인간과 야생의 공존을 기획의도로 한 ‘OK목장’은 초원 위의 집 게르에서 야생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웃음을 자아낸다. 동물과 인간이 언어 없이 공감하고 서로 공존해 가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전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멤버들은 초반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1일 방송된 ‘OK목장’에서서 라마를 만나 침세례를 맞았다. 라마의 목에 방울을 매단 뒤 계란을 얻어오는 미션을 받은 멤버들은 기세 좋게 라마에게 다가섰다. 하지만 라마는 조재윤과 김준현에게 잇따라 침을 뱉었다. 침을 맞을 각오로 우산 없이 다가서서 라마에 목걸이를 건 은혁은 건초가 섞인 침 세례를 제대로 맞았고 “나 이제 안 할거야”라며 ‘멘붕’에 빠진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어느 하나 쉬운게 없는 요즘 예능. 제작진과 출연진이 생고생을 자처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눈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욱 새로운 세상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없는 것. 과연 이들 예능들이 진정성 있는 모습과 다채로운 볼거리로, 고생한 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MBC ‘일밤’, KBS2 ‘용감한 가족’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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