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콘서트
진짜 윤하를 발견했다.가수 윤하가 27~28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연말 콘서트를 개최했다. 양일간 5,000명의 관객들이 콘서트장을 채웠다. 윤하의 10년지기 오랜 팬부터, 연말을 맞아 콘서트 나들이에 나선 커플들까지 다양한 구성의 관객들이 콘서트장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공연장 주변을 따스하게 감싸는 기운이 콘서트에 대한 설렘을 불러일으켰다.콘서트는 시작하기 전부터 미처 알지 못했던 윤하의 모습을 깨닫게 했다. 콘서트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굿즈를 사기 위해 공연장 밖까지 길게 늘어선 줄이 윤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내디딘 윤하의 지난 10년을 떠올리게 했다. 사실 윤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가수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 간 도전의 가수, ‘비밀번호 486’, ‘혜성’처럼 흥겨운 노래와 ‘기다리다’, ‘오늘 헤어졌어요’ 같은 발라드를 소화하는 가수, 에픽하이나 토이와 함께 작업했던 가수, 약 4년 동안 ‘별이 빛나는 밤에’ DJ를 했던 가수 등등. 다양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윤하라는 가수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 여신-아찔-귀요미-록킹, 윤하의 4가지 모습
윤하는 이날 콘서트에서 4가지 윤하의 모습을 선보였다. 시작부터 ‘인류 멸망의 위기, 구원의 중심’, ‘그녀를 깨우기 위한 마지막 성지에 도착했다’와 같이 창세기를 떠올리는 어마어마한 문구와 함께 영상 속 신전에는 여신 대신 윤하의 동상이 등장해 웅장함을 자랑했다. 이어 여신 미니 원피스를 입은 윤하가 등장해 ‘서브소닉(Subsonic)’과 ‘록 라이크 스타스(Rock Like Stars)’를 소화했다. 여신으로 변신한 윤하는 댄스까지 선보이며 색다른 모습을 선사했다. ‘아니야’ 무대에서는 윤하가 자신의 전매특허인 피아노를 함께 치며 불렀다.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이야말로 진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여신을 보는 듯한 착각을 자아냈다.이어 섹시 윤하를 예고하는 브릿지 영상이 흘러나오고, 윤하는 벨벳 소재의 레드 원피스를 입고 피아노 위에 앉아 아찔함을 노렸다. 관객들은 웃음 반, 환호 반으로 윤하를 반겼다. ‘바디 파티(Body Party)’, ‘원 샷(One Shot)’을 차례로 선보인 윤하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웨이브까지 선보이며 분위기를 후끈 달구려 했지만, 윤하도 웃고 관객도 웃었다. 윤하는 “배에 힘주느라 미칠 것 같다. 모든 걸그룹을 존경하게 됐다”고 섹시 가수로서 변신 소감을 전했다.
세 번째는 ‘귀요미’ 윤하였다. 내츄럴한 티셔츠와 청핫팬츠를 코디한 윤하는 ‘연애조건’, ‘우산’, ‘먼훗날에’를 소화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신나는 무대가 계속됐고, 찢어진 검은색 바지와 함께 와일드한 의상으로 돌아온 윤하는 ‘가십보이(Gossip Boy)’, ‘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 등을 소화하며 관객들과 흥겹게 록킹한 무대를 만들었다. 라이브 밴드의 생생한 사운드와 함께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흔들었다. 여신부터 귀요미까지 윤하의 다양한 음악과 함께 모든 콘셉트를 윤하스럽게 소화하는 비주얼까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윤하 콘서트
# 윤하 ‘별이 빛나는 밤에’ 시즌2? 유쾌한 입담무대 사이사이는 윤하의 거침없고 유쾌한 입담으로 채워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오랫동안 라디오 DJ를 했던 윤하답게 콘서트는 마치 라디오 공개방송을 보는 듯 편안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흘렀다. 윤하는 솔직털털했다. “매일매일 인터파크에 들어가서 표가 얼마나 나갔는지 봤다”, “굿즈 매진됐어요? 다행이다 우리 사장님”. “커플들 왔어요? 다음 곡은 ‘오늘 헤어졌어요’”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중간중간 깨알 같은 윤하의 ‘드립’은 콘서트를 채우는 마지막 퍼즐 조각처럼 재미 요소였다.
진솔한 윤하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윤하의 가수 데뷔 10주년이 되는 해다. 10주년을 돌아보면서 올해 발표했던 싱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윤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감독 강승원과 함께 했던 콜라보레이션 음원 ‘힘(Him)’ 작업 이야기를 전하면서 “‘힘’은 처음 제목이 ‘담배’였다. 연관검색어에 ‘윤하 담배’가 뜨면 이상하지 않나. 그래서 듀엣곡으로 바꾸고 제목도 고치게 됐다”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타블로의 윤하 10주년 선물인 솔로버전 ‘우산’과 넬과 작업했던 ‘내 마음이 뭐가 돼’ 등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윤하는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한 해”였다고 이야기 선물을 전했다.
# 10주년 윤하, 진짜 추억 만들기
10주년을 맞이한 윤하는 “10년 동안 똑같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며 “올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시간을 공유하고 한 폭의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이 소중하다. 이 순간을 잊지 말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과 10년 동안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눈에 보이는 팬들의 이름을 즉석에서 부르는 윤하의 모습을 보면서 가수와 팬 사이에 끈끈한 우정이 느껴지기도 했다.끈끈한 우정만큼 윤하와 관객 사이의 호흡도 빛이 났다. 윤하는 앙코르 메들리로 ‘텔레파시’, ‘혜성’, ‘비밀번호 486’을 메들리로 선보이면서 공연장을 스탠딩 파티로 만들었다. 관객들은 공연장이 무너질 듯 신나게 뛰었다. 떼창은 콘서트의 하이라이트였다. 윤하가 무반주로 부르는 ‘우산’ 도입부에서 관객들이 함께 부르며 깔리는 저음이 마치 화음 반주처럼 느껴져 소름이 돋기도 했다. 윤하가 10년 전에 처음으로 쓴 곡이자 이날 콘서트 본 무대의 엔딩곡을 장식했던 ‘기다리다’에서는 윤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관객들이 후렴구를 채워 또 다른 음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윤하는 공연 전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홉’ 가사 숙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앙코르 엔딩곡이자 진짜 마지막인 ‘홉(Hope)’의 떼창은 윤하의 10주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만들어내듯 아름다웠다.
성황리에 콘서트를 마무리한 윤하는 “새해 소망이 있다면, 올해만 같아라”라며 2015년 5집을 예고했다. 윤하는 “멋진 음악, 해외에서 들어도 ‘한국에 이런 가수가 있어?’라고 말할 음악, 내 맘에 들고 여러분도 좋을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아끼던 라디오도 하차하고 작업 중이다”며 “2015년은 윤하를 정의할 수 있는 앨범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자아냈다. 즐거운 공연 한 편을 보고 나니, 윤하가 발표할 음악이 더욱 궁금해졌다. 윤하의 연말 콘서트는 가수 윤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동시에 윤하라는 가수를 조금 더 알고 싶게 만들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위얼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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