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에게 미스코리아 왕관은 한 때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을테지만, 이제 그녀는 그 왕관의 무게를 내려놓으려 한다. 미스코리아가 아닌 배우 김유미가 더 입에 익숙해질 때, 그녀는 비로소 왕관의 무게를 완전히 내려놓음에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이르다는 것은 그녀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갓 연기자로 발을 떼어놓았을 뿐이다. 올 해 KBS2 ‘내일도 칸타빌레’를 통해 처음으로 현장에서 연기감을 익힐 수 있었다. 학교 동기이기도 한 고경표는 어느 새 배우로 한층 자라 능수능란하게 자신을 이끌어주었다고 말하는 김유미의 눈에서 당시 그녀가 받았을 자극도 느껴졌다.

제2의 인생 악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숱한 미스코리아 출신의 연기자들 명단이 머릿 속을 지나가는 와중에, 한편으로는 미스코리아 왕관을 결코 내려놓지 못한 채 연기자도 미스코리아도 아닌 어중간한 유명인으로 남은 이들의 이름 역시 기억 저 편에 스치기 시작한다. 김유미는 그 중 어느 쪽에 서게 될까.

Q. ‘내일도 칸타빌레’는 유명한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다. 혹시 원작을 접했었나.
김유미 :
여러 번 봤을 정도로 팬이었다. 어렸을 때 악기를 오랫동안 했기에, 워낙 음악 쪽에 관심도 있었던터라 만화를 더더욱 좋아했다. 이번에도 음악과 관련된 작품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 게다가 첫 연기이지 않나. 뜻깊었다.

Q. 학교에서도 연기를 전공했으나 처음으로 경험해본 프로들의 현장이었다.
김유미 :
그래서 더 긴장을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거 아닌가. 학교에서 연습해보기는 했지만 실제 촬영장에 나가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분위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또래 연기자들이 많아 활기가 느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는 편안하게 적응을 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나가는 작업이었다면 실제 현장은 내가 완성한 상태에서 합을 맞추는 것이 결정적 차이였다. 첫 촬영 때 NG도 많이 냈다. 함께 찍은 주원 선배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고 맞춰주셨다.Q. 캐스팅 되는 과정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들었나.
김유미 :
감독님과 미팅에서 ‘우리의 ‘내일도 칸타빌레’라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자’는 말을 들었다. 내가 맡은 역할, 도경은 어찌보면 악역이지만, 감독님께서는 확실한 선악 구도 속 악인이라기 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인물로 접근하라고 하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 존재하는 원초적인 미움과 질투처럼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나타내야된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함께 화합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겉모습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차도녀 느낌인 도경은 속으로는 유진(주원)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인간미 넘치는 걱정이 담겨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동시에 내일(심은경)에 대한 질투도 느끼는 모습은 평범한 대학생 그 자체였다. 그러니 차갑지만은 않은 사랑스럽기도 한 인물로 해석했고 그렇게 접근하려 애썼다.

Q. 도경 역에 캐스팅이 된 결정적 이유는 아무래도 차도녀 같은 외모 때문인 것 같다.
김유미 :
보여지는 모습이 굉장히 차갑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내 모습은 그런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평소에는 먹기도 잘 먹고 편안한 것을 좋아해 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운동화에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화장도 거의 안 한다. 그래서 도경 역에 접근하는데 있어 그런 차가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더라. 하지만 그런만큼 공부도 됐다.


Q. 오디션이나 미팅 당시, 캐스팅 낙점을 예상했나.
김유미 : 처음 오디션을 본다는 이야기를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워낙 좋아했던 작품이라 떨리기부터 하더라. 처음으로 대본을 받고 그 자리에서 리딩을 하는데, 감독님은 채도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너가 생각하는 전사를 생각 해오라고 말씀하셨다. 이후에는 채도경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색깔을 좋아하고 평소에는 밥을 어떻게 먹는지 등등에 대해 말씀드렸다. 또 나중에는 채도경과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찾아가며 접근해보려고 애썼다.Q. 어떤 작품?
김유미 : 아무래도 똑같이 따라하게 될 것 같아서 국내 작품보닫는 외국 작품을 찾아봤다. ‘가십걸’의 블레어를 많이 봤다. 외형적인 부분은 블레어처럼 화려하게 치장하려했던 부분도 그래서 있다. 또 평소에 웃음기가 없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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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약 실제 성격과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나.
김유미 :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 기회가 된다면 도경과는 정반대되는 삼순이 같은 캐릭터를 한 번 해보고 싶다. 털털하고 선머슴 같은 내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면 연기적인 접근 방법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Q. 미스코리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에게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은 어떤 의미인가.
김유미 :
굉장히 감사한 타이틀이지만, 지금은 연기를 시작했고 배우의 길을 가려고 하는 찰나에 많은 분들이 미스코리아 김유미로 더 많이 알고 계시는 것이 내게 남은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더 좋은 연기를 더 좋은 작품들을 통해 보여드려 배우 김유미로 기억하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그것이 내 소망이다.

Q. 혹시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들 중 신경쓰며 바라보게 되는 선배는 없나.
김유미 :
활동하고 계신 선밴들을 만나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멋있게 자기 일을 해나가는 선배들을 보면 한없이 부럽다. 나중에 후배들이 나를 바라보며 ‘저 선배는 참 멋있다’라고 생각하게끔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미스코리아 선배들 외에 닮고 싶은 롤모델로는 늘 하지원 선배를 꼽는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를 보고 특히나 감명을 받았다. 세심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감동적이더라. 그 외에도 사극, 로코,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 잘 어울리는 배우, 무엇보다 연기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에서 배워야 할 선배라고 생각한다. 자기 관리에 있어 얼마나 철저한지도 느껴진다.Q. 하지만 자기관리라하면 미스코리아들도 엄청나게 단련되어 있을텐데.
김유미 :
아무래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미스코리아 세계의 자기관리와 배우로서의 자기 관리는 다른 것 같다. 앞으로는 배우로서의 자기 관리에 익숙해져야겠지.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공연을 많이 본다. 학교 선배들 중에도 공연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 챙겨보고 있다. 또 지나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직접 소리내 따라 해보기도 한다.


Q. 연기를 하겠다 마음 먹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유미 :
본격적으로 결정을 한 것은 2014년부터다. 연기를 배우고 싶어 연영과로 간 것이지만 저학년 때는 연출연기 할 것 없이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었기에 내가 그 안에서 원하는 것을 찾으려 했다. 카메라 기법 까지 정말 다양한 것을 계속 배우면서 고민했다. 연출도, 시나리오 쓰는 것도 재미있었기에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러던 차, 대학교 3학년 때 교수님과 상담을 했는데 ‘아직 20대이 젊은 나이이니 더 많은 경험을 해보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라’고 하시기에, 20대에만 할 수 있는 미스코리아에 원서를 접수하게 됐다. 일반 대학생이라면 느끼지 못할 다른 세상이자 큰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또 나 자신이 돋보여야만 하는 대회이기에 정말 내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대회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결국 배우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Q. 같은 대학 동기 고경표가 한 발 앞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번에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김유미 :
학교 동기로 1학년 때 단체 활동도 같이 했는데 먼저 나가 연기 활동을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심 뿌듯햇다. 그런데다 첫 작품에서 만나게 되니까 아는 얼굴이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더라. 서로 만날 신이 거의 없었으나, 가끔 긴장돼서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편안하게 잘 풀어주려고 했다. 그 친구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고 밝다.Q.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자극이 되는 존재이기도 했을 것이다.
김유미 :
고경표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극이 됐다. 보조 출연하시는 분들도 내게는 공부의 대상이 됐다. 나만 경험이 없었으니까.

Q. 2015년 목표가 있다면.
김유미 :
배우 김유미로서 친근해지는 것이 내 20대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 그리고 새해에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일들만 생기길 바란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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