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이비드라이버는 근사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감과 힐링의 노래를 예쁜 목소리로 들려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2002년 데뷔 EP를 발표한 그녀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2008년 롤링 홀 무대에서다. 그땐 빅베이비드라이버가 아닌 아톰북의 리드보컬 SP였다. 예명은 유성기음반을 말하는 SP 즉 일제강점기의 고전풍 아날로그 사운드를 지향하는 의미로 착각했다. 그런데 본명 최새봄의 영어 단어 SPRING에서 따온 이니셜이다. 또 다른 예명인 ‘빅베이비드라이버’는 그녀가 사용했던 기타 이름에서 착안했는데 ‘빅 베이비 기타를 치는 사람’이란 의미쯤 되겠다.

빅베이비드라이버라는 예명은 그녀의 음악적 정체성과 지향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사실 최근 들어 뛰어난 음악성을 담보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개체 수는 급증했지만 수준급 기타 연주력을 겸비한 뮤지션은 극소수다. 2011년 발표한 그녀의 정규 1집 수록곡 ‘38,000km 너머의 빅베이비’는 기타 사운드를 중시하는 빅 베이비 드라이버의 상징적 노래다. 제목에 등장하는 ‘38,000km’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인 38만km에서 숫자 ‘0’을 빼먹은 그녀의 기억력 덕분에 탄생한 엉뚱한 숫자다. 이 알쏭달쏭한 노래 제목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좋아지는 기분과 진심이 전달되지 않아 아쉬운 감정 그리고 아직은 달나라만큼이나 멀었지만 앞으로 기타를 잘 치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이 담겨있다.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많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을 봤지만 빅베이비드라이버의 기타 연주 실력은 최고인 것 같습니다.”(자전거를 탄 풍경 리더 강인봉)
골든인디컬렉션은 뮤지션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피쳐 사진이 중요한 칼럼이다. 솔직히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사진촬영을 앞두고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비주얼 메이킹이 많지 않았던 그녀의 정적인 활동 반경도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복잡하게 아이디어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기타를 잘치고 싶은 예명처럼 기타를 중심에 두고 자연을 닮은 그녀의 노래처럼 자연 풍광과 그녀가 잘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피쳐 사진촬영은 가을 분위기가 고조된 숲과 강 풍경이 아름다운 경기도 양수리 일대에서 진행했다.



지금은 넘쳐나지만 빅베이비드라이버가 데뷔 초기 포크록 밴드 아톰북으로 활동할 당시만 해도 인디씬에는 팝 포크 질감의 여성뮤지션이 많지는 않았다. 진지하게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그녀는 단숨에 기대감을 안겨주었지만 그녀만의 음악적 오리지널리티와 매력을 느끼기엔 뭔가 2% 부족했다. 그녀의 음악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데는 6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긴 세월동안 외롭고 고단했을 그 울퉁불퉁한 길을 그녀는 자기 담금질을 계속하며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다. 이번에 발표한 정규2집처럼 한 길을 묵묵하게 걸어오며 숙성시킨 그녀의 노래는 가을햇살에 알차게 익은 당도 높은 과일처럼 달고 풍요로워졌다.
3년 만에 발표한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정규 2집 ‘어 스토리 오브 어 보링 몽키 앤 어 베이비 걸(A Story of a Boring Monkey and a Baby Girl)’은 지금 같은 만추의 계절에 제격인 힐링 음반이다. “타이틀을 직역하면 ‘따분한 원숭이와 여자아이의 이야기’인데 원제목에 들어 있던 ‘SOUNDTRACK OF’는 제목이 너무 길어 삭제했습니다. 타이틀은 6번 트랙에 수록된 동명의 노래인데 3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죽음으로 갈팡질팡하던 제 자신에 대한 노래입니다. 뭐든 쉽게 질려서 인생이 따분한 원숭이 아니면 아는 게 없는 여자아이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담아 제 인생을 위로하는 사운드트랙을 만들어 보았습니다.”(빅베이비드라이버)

2집에 담긴 총 13곡은 40여분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우리들의 일상적 감정이 다채로운 사운드에 채색되어 있다. 경쾌한 컨츄리 포크풍의 ‘베이비 유(Baby You)’부터 차분한 마지막 곡 ‘비포 이스 투 레이트(Before It’s Too Late)‘까지 버릴 곡이 없을 정도로 긍정적 변화와 발전이 감지된다. 특히 흔쾌히 춤을 출 수 있는 ’언젠가 그때까지‘와 포크의 서정이 싸이키델릭으로 점화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처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그녀의 다양화된 노래들은 3년 동안 대중적, 음악적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기타 사운드를 중심에 둔 그녀의 노래는 진심이 실종된 형식적인 겉치레와 위로, 그럴싸한 명언보다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조용하게 들려주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음악을 관통하는 이국적인 분위기는 영어 가사로부터 나온다. 지난 앨범들에 비해 비중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이번 앨범도 여전히 한글 제목, 가사보다 영어 제목과 가사가 많다. 한글가사보다 영어가사 노래가 더 생동감이 넘치고 좋은 건 사실인데 대중과의 소통에서는 치명적 한계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영어 제목과 가사가 많은 것은 혹 외국에서 태어나 거주했기 때문인가 궁금했다. “아닙니다. 단지 성장과정에서 동시대에 유행하는 음악을 듣지 않았고 우리나라 음악보다는 외국음악만 들으며 성장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도 그다지 활발하게 교류하지는 않고 혼자서 지낸 시간이 많아 영어보다 한글 가사로 표현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빅베이비드라이버)

세상과 담을 쌓은 것도 아닌데 그녀는 이미 10년 전에 생긴 걸 보고 “저게 언제 생겼지?”라고 할 정도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삶을 살아왔다. “영어 가사는 쉽게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한글 가사는 말의 힘을 드러내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굳이 애를 써서 한글 가사를 쓰려고 하지 않는 편이지만, 다음 앨범에는 이번 앨범 수록곡 ‘구름게으름민요’처럼 자연스러운 한글 가사를 가진 곡들을 더 많이 싣고 싶습니다.”(빅베이비드라이버)

타인과 세상에 관심을 두기 보단 자기만의 세계에 매몰되었던 그녀는 최근 들어 음악을 통한 소통의 중요함을 인지하면서 소극적이었던 삶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파트2로 계속)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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