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그만두려 할 때 ‘범죄와의 전쟁’을 만났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그는 ‘이웃사람’ ‘박수건달’ ‘화이’ 등 주로 ‘센’ 역할만 맡아 왔다. 실제 난폭하고 포악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던 그는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를 만났다. 방송 전에는 고개가 갸웃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그는 ‘포블리’라는 새로운 애칭으로 불렸다. 일순간 귀여운 이미지가 덧입혀졌다. 강하고 센 역할부터 달달한 삼천포까지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바로 김성균이다.

이번에 돌아온 작품은 장진 감독이 ‘우리는 형제입니다’다. 박수무당 역이지만, 기존에 해 왔던 조폭이나 살인마처럼 센 역할도, 삼천포와 같은 ‘포블리’ 역할도 아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또 다른 김성균의 얼굴이다. 약 3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김성균이 만들어낸 모습들이다. 텐아시아가 김성균과 만나 3년의 시간을 돌아봤다.

Q. 투톱 영화에서 주인공은 처음이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겠다.
김성균 :
찍을 때는 다른 작품 임하는 것과 같았다. 단순히 ‘이거 재밌겠다’ 또는 ‘투톱이라 많이 나와 신 난다’ 정도였다. 찍을 때 그런 부담은 없었다. 그런데 개봉시기 앞두고 있으니까 예매 사이트를 주식 시세 보듯이 한 시간 단위로 보면서 확인하고 있다.Q. 개봉 앞두고 홍보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물론 조진웅 씨가 촬영으로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어쩔 수 없지만.
김성균 : 소년 가장이 된 것 같다. 엄청난 책임감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진웅 형도 지금 촬영 중이고. 그런데 영화만 잘 된다면, 뭐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우리 작품보다 예산이 큰 작품을 해온 선배님들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성균 씨도 그렇게 해야죠.) 일단 이 작품 어떻게 되는지 보고. 솔직히 나는 주연 욕심이 많이 없다. 소속사에도 작품 검토하실 때 다 좋으니까 조 단역 따지지 말고, 주연만 고집하지 말자고 한다.

Q. 그래도 최근엔 주연 섭외가 많을 것 같다. ‘응답하라 1994’로 상한가를 치지 않았나.
김성균 :
주연하기엔 포지션이. (웃음) ‘여름에 내리는 눈’ 찍고 있는데 그 작품도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같이한다. ‘살인의뢰’도 마찬가지. 포스터에 투톱으로 얼굴 걸린 건 없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Q. 최근 장진 감독이 흥행 면에서 부진하다. 반면 김성균은 상한가 아닌가. 물론 한때 연극을 했던 배우로서 장진 감독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은 있겠지만, 어쨌든 같이 작품을 하게 됐을 때 느낌이 남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김성균 :
‘오~’, 이런 반응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인기를 얻게 된들 어릴 때 동경하는 연출가고, 그 마음은 변함없다. 오히려 신기했다. 어릴 땐 ‘진짜 저 연출가랑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같이 술도 한잔 하면서 작품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재밌기도 했다. 또 굉장히 유쾌하고, 젠틀하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 거침없이 해야 한다고 할까. 나 같은 경우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서 답 안 나오는 고민을 하는데, 감독님은 굉장히 명쾌하게 생각하고 찍으시더라.Q. 평소 장진 감독에 대해 생각하던 바가 있었을 텐데.
김성균 :
생각하던 바랑 비슷했다. 연기에 대한 부분도 많은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고, 많이 알고 계셨다. 또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계속 생성해낼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계속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런 건 생각했던 것과 같다. 근데 가정적이고, 젠틀한 모습에는 조금 놀라웠다. 하는 일이 너무 많으니까, 이분에게 가정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혼자 도는 바람개비처럼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과 축구장, 야구장에도 가고. (웃음)

Q. 장진 색깔은.
김성균 :
이 작품이 초창기 작품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원래 다른 분이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 자체도 장진스러웠고, 감독님이 각색하면서 더 장진스러워졌다.

Q. ‘군도’ ‘화이’ 등 앞서 한 작품을 통해 조진웅과는 몇 번 만났다. 그런데 연기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단순히 같은 현장에 있을 때와 직접 호흡을 맞출 때, 다른 점이 있을 것 같다.
김성균 :
이 배우가 감각적으로 연기를 잘한다고는 느끼긴 했는데, 서로 말을 섞어보거나 같이 눈을 보고 연기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 같이 해보니까 눈으로 매우 많은 것을 상대 배우에게 주면서 연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형이 지닌 장점들과 배우로서 갖춰야 하는 감성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갖지 못한 부분들이 더 풍성하게 있더라. 신뢰감도 생겼고,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다.Q. 김성균 개인적으로도 그 어떤 작품보다 대사가 많은 편이다. 이전에는 대사가 많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는데, 이전에는 말투가 느린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김성균 :
대사가 너무 많다. (그래도 영어보다는) 맞네. 영어 하는 것보다 대사 많은 게 좋다. (웃음) 이전에는 캐릭터 설정 때문에 말을 느리게 했던 것 같고, 실제로는 빠른 편이다. 대본 보면 장문의 대사들이 가득하다. 내가 열 마디 하면, 진웅 형은 ‘음…음…’ 이것밖에 없다. (웃음)


Q. 극 중 하연과 여일(윤진이)의 ‘썸’도 있다고 들었는데 죄다 편집되지 않았나. 그런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울 것 같다.
김성균 :
하연에게 호감을 느끼는 장면들이 있었다. 어두운 밤거리를 데려다 주면서 약간의 ‘썸’ 타는 분위기를 내는 장면들이 있었다. 엔딩에서도 그렇고. 그것도 선택의 문제인데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편집됐다.

Q. 굿하는 장면도.
김성균 :
사실 굿하는 게 쑥스럽기도 했는데, 그걸 이겨내고 열심히 했다. 그리고 실제 무당분들이 도와주시러 대거 오셨다. 자신이 입는 의상을 가져와서 입혀주기도 하고, 자세를 잡아줬다. 또 정말 더워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탈진할 정도까지 가면서 찍었다. 그 역시도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엄마 찾는 게 시급한데 굿을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결국, 없어졌다.Q.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가 극단이다. 무섭고 세거나 포블리 하거나. 그 가운데를 찾아가는 게 고민이겠다.
김성균 :
그래서 이 작품이 좋았다. ‘응답하라 1994’를 하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대중들이 뭘 해도 ‘포블리’로 보니까. 그렇다고 35살 배우인데 계속 20대 초반의 역할을 할 수도 없고. 또 악역이라고 눈에 힘주면 콧방귀 뀔 것 같은 거다. 악역과 ‘포블리’ 사이에 적당한 게 뭐가 있을까 했던 시기였는데 하연이 딱 맞았다. 연령대도 맞고, 눈에 힘주는 역할도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 보시는 분들도 그냥 이해하면서 볼 수 있겠다 싶었다.

Q. 그런데 차기작인 ‘살인의뢰’는 센 역할 아닌가. ‘여름에 내리는 눈’에서는 평범한 역할 같고.
김성균 :
‘살인의뢰’에서 그렇게 세진 않다. 연기하면서 최초로 피해자 역할을, 누군가에게 당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여름에 내리는 눈’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가슴 따뜻한 한 남자다. ‘응답하라 1994’ 이후 다양하게 대본이 들어왔고, 골고루 선택했다. 이미 찍은 것도, 찍을 것도 있다. 나도 내년이 기대된다고 해야 하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 궁금하다.

Q. 센 역할과 포블리 역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게 더 연기하기 편한가.
김성균 :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센 캐릭터 할 때는 얼굴에 피 안 묻히는 걸 하고 싶고, ‘응답하라’ 할 땐 몸이 근질근질하면서 피 묻히고 싶다. 뭔가를 할 때마다 다른 게 생각난다. 욕심도 많고, 질투도 많다. 잘하는 배우를 봐도 질투 난다. 다른 배우들은 다 연기 잘하는 것 같다.
Q. 그런데 ‘응답하라 1994’ 때는 정말 어색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과 불안이 있었을 것 같은데.
김성균 :
엄청나게 많았다. 첫 회 방송되기 전까지 ‘이거 진짜 뭐랄까, 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악역 전문배우’란 말도 있듯, 악역을 다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근데 만약 ‘응답하라’가 잘못되면 악역도 못하고, 내가 살아갈 길이 없어진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다행히 1회부터 반응이 괜찮았고, 그러면서 어떻게 연기를 하든지 다 삼천포로 보더라. 그때부턴 혼자 책보면서 웃고 쓰러지고 그랬다.

Q. 갑자기 궁금한 건, ‘범죄와의 전쟁’ 이후 하정우와 맺어진 ‘친분’은 익히 알려졌다. ‘응답하라 1994’의 김성균은 본 하정우의 반응은 어땠나.
김성균 :
마음을 진정시키는 약을 줬다. 갑자기 유명세를 타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데 적응 못 하고 있으니까. 영화 ‘허삼관’ 사무실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가 ‘응답하라 1994’가 한참 이슈되고 있을 때였다. 약병에서 약을 꺼내더니 반 통을 부어주면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생약인데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더라. 다 먹기 전에 관심이 수그러들어서 편해졌다. (웃음)

Q.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응답하라 1994’ 이후 달라진 건 없나.
김성균 :
특별히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워낙 허름하고 입고 다녀서. 어느 날 친구와 맥주를 마시는데,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거다. 티셔츠가 좋아 보인다고. 그런데 그 티셔츠가 연극을 할 때부터 입던 거다. (웃음) 대신 욕심이 많이 생겼다. 예전 같았으면 만족할 것도, 지금은 조금 더 큰 걸 바라게 된다. 한때는 소파에서 TV 보는 게 소원이다 했는데, 지금은 소파는 당연하고 집도 커야겠고. 뭐 그런 식이다.

Q. 욕심이 많이 생겼다고 했는데, 그 욕심 중에 인기에 대한 욕심도 있나.
김성균 :
‘응답하라 1994’가 한참 이슈일 때는 적응이 안 됐는데, 다시 잠잠해지니까 약간 서운한 것도 없잖아 있다. (웃음) 그때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행복하고 감사한 때였구나 싶다. 예전에 연예인들이 ‘저를 믿고,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하면 다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근데 나한테 선물 주시는 분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Q. 그러니까. 그런 인기 때문에 조바심이 생긴다거나.
김성균 :
그런 건 없다. 워낙 팬이 없었기 때문에. (웃음)


Q. 김성균을 알린 ‘범죄와의 전쟁’ 이후 3년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그 시간을 한 번 돌아본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나.
김성균 :
운이 많이 따랐던 사람 같다. 똑똑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만 생각하고 했다. 그런데 그게 누군가 보기엔 다양한 뭔가를 한 것처럼 됐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뭔가 계산했다면 아마 회사 식구들이 했을 거다. ‘운발’이 좋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만난 무속인 분들이 당분간은 운이 많이 따를 것이라고 말해줬다. (웃음)

Q. 그럼 3년 전과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것 딱 하나만 꼽는다면.
김성균 :
음…. 통장잔고. (웃음) 옷도 달라진 것 없고, 아내도 똑같고. 통장잔고가 가장 달라졌다.

Q. 아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내도 연극배우지 않나. 지금은 육아 때문이겠지만, 아내도 연기에 대한 욕구가 있을 것 같다. 나중에 같이 연기 호흡 맞추면 좋을 것 같다.
김성균 :
맞다. 지금은 육아 때문에 못하고 있는데, 나중에 아이들이 혼자서 학교 다닐 때가 되면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아내도 무대에 섰던 친구니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일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나한테 신경도 덜 쓰고. 하하하.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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