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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KT&G상상마당, 록밴드 피해의식의 외침으로 ‘잔다리 페스타’의 포문이 열렸다.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잔다리 페스타’는 홍대를 거점으로 열리는 타운형 페스티벌로, 인디뮤지션들의 1년 중 가장 큰 축제다. 유명한 밴드를 보고 싶다면 다른 대형 록페스티벌에 가면 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인디 신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신인들의 생명력 넘치는 음악이 듣고 싶다면 바로 ‘잔다리 페스타’를 찾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때문에 해외 음악 관계자들도 한국의 뮤지션을 찾기 위해 이곳에 들른다.
10~12일까지 홍대 인근 20여 개 공연장에서 펼쳐진 올해 행사에는 크라잉넛, 갤럭시 익스프레스, 로다운 30 등 인디 신의 터줏대감들을 비롯해 이디오테잎,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로로스, 피해의식, 김오키 동양청년, 사자 최우준, 사우스 카니발, 까나리 소다 등 209 팀이 19개의 공식 무대에 올랐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머미트롤(Mummy Troll), 폴란드의 레베카(REBEKA) 등 해외 10개국에서 온 25팀의 해외 아티스트들도 함께 했다.
10일 잔다리 비트 오프닝 파티가 열리는 예스24무브홀 앞에는 크라잉넛, 로큰롤라디오, 로다운 30, 피해의식, ECE 등 ‘잔다리 페스타’에 참가하는 뮤지션들이 모여 마치 동창회 풍경을 보는 듯했다. 특히 이 현장에서는 많은 뮤지션들이 최근 페이스북에서 ‘홍대의 왕’으로 떠오른 김락건(Rackgun Kim, 로다운 30, 까나리소다 소속) 씨를 알현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홍대의 왕’ 김락건의 밴드 까나리 소다 포스터
‘잔다리 페스타’의 매력은 잘 알려진 뮤지션들 외에도 처음 보는 실력파 뮤지션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행사에서는 부산에서 온 언체인드 등이 관심을 모았다. 정원석 음악평론가는 언체인드를 최고의 공연으로 꼽으며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밴드”라고 극찬했다. 김학선 음악평론가 역시 “언체인드는 보는 이를 압도하는 에너지가 있는 팀”이라고 평했다.김학선 씨는 제주도의 인디레이블 ‘핑크문’을 통해 데뷔앨범을 발표한 젠얼론을 최고의 공연으로 꼽았다. 김 씨는 “제주도에서 활동하기에 평소 보기 힘든 팀이지만 실력이 정말 출중하다. 신인을 알리는 ‘잔다리 페스타’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팀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해외 밴드들 중에는 러시아에서 온 머미트롤, 그리고 일본 밴드 모자가 찬사를 받았다. 특히 베이스와 드럼의 2인조로 구성된 모자는 관객을 압도하는 라이브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폴란드에서 주목받는 일렉트로니카 듀오 레베카의 무대도 강렬한 매력을 선사했다. 이들은 모두 노 개런티로 ‘잔다리 페스타’에 참여했다. 공윤영 ‘잔다리 페스타’ 대표는 “25개 해외 팀들은 모두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 씨는 “머미트롤, 레베카 등은 현지에서 ‘핫’한 뮤지션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헤드라이너로 세우거나, 홍보를 더 해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든 뮤지션에게 공정하게 무대를 선사하는 ‘잔다리 페스타’의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T&G상상마당 앞에 레이블 부스에는 인디레이블들의 음반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참여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이 열려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마지막 날에 열린 애프터 파티에는 참여 뮤지션들과 해외 페스티벌 관계자 및 에이전시들이 자유롭게 어우러졌다. 기명신 러브락컴퍼니 대표는 “애프터파티에만 뮤지션, 관계자들 포함해 300명 가까이 왔다. 흥겨운 파티가 이뤄지는 가운데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가 좋은 결과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틀간 열린 유료 쇼케이스에는 약 4,000명 가까운 관객이 몰렸다. 정원석 씨는 “1, 2회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시스템으로 인해 그저 자기차례에 공연만 하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거리로 나가 전단을 나눠주고 맛보기 버스킹도 하는 등 많은 출연진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들을 어필해야하는지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며 “해외 관계자들의 참여도 늘었다. 3회째를 맞은 ‘잔다리 페스타’는 이제 한국판 SXSW, CMJ로 자리매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독일, 폴란드, 영국 에이전시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국내 밴드에게 본국으로 진출할 의향을 묻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공윤영 대표는 “이제는 영미권을 넘어서 덴마크, 호주, 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뮤지션, 관계자들에게서 ‘잔다리 페스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잔다리 페스타’는 민간이 주최하는 행사로 운영이 쉽지는 않다. 공 대표는 “돈도 안 되고 관심도 없는 걸 왜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 세상이 돈만을 ?고 관심만 바라는 것 밖에 없어서 ‘잔다리 페스타’를 한다. 이 동네에서 음악 하는 친구들이 일 년에 단 3일 만이라도 모든 고민 없이 행복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행복 할 순 없겠지만 이 동네에 그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한편, 작년 ‘잔다리 페스타’에 나간다고 해서 홍보 포스터와 공연가이드를 준비해 관객들에게 전단지를 직접 나눠줬던 메탈밴드 피해의식은 올해 ‘잔다리 페스타’의 잔다리 만두 스테이지에서 진행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내년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쇼케이스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 나가는 행운을 쥐게 됐다. 해외 관계자들은 피해의식의 개그 코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잔다리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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