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은 ‘후회하지 않아’(2006)를 통해 한국 퀴어영화의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이다. 이미 베를린국제영화제, 토리노LGBT영화제 등에 초청, 해외 관객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동을 띄웠다. 이송희일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먹구름 속을 헤매던 항해사가 구름을 뚫고 박차 오르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비행’에서 따왔다. 영화 ‘야간비행’은 학교라는 갑갑한 울타리 안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이 속에는 학교폭력에 괴로워하는 ‘왕따’가 있고, 젊은 나이에 미혼모가 된 어머니와 사는 모범생이자 게이인 친구가 있고, 학교 폭력의 희생양이었다가 폭력 서클의 우두머리가 된 친구도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야간비행’은 학원물로도, 멜로물로도, 사회물로도 읽힐 수 있는 텍스트인 셈이다. 퀴어멜로의 진화? 이전에 본 적 없는 학원물? 감성적인 사회물? 정답은 없다. 이송희일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니까.(*아래 인터뷰에는 ‘야간비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Q. 그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후회폐인’(‘후회하지 않아’ 마니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2년 전 단편 퀴어 연작 ‘백지남’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이 개봉했을 당시 ‘후회폐인’들의 반응이 후끈했다고 들었다.
이송희일:
‘후회하지 않아’ 팬들이 모두 봤으면 장사가 잘 됐겠지.(웃음) ‘백지남’의 경우 간만에 내놓은 퀴어 영화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지 않았다.Q. 단편이라는 점 때문이지 않았을까. ‘후회폐인’들이 진짜 기다린 건, ‘야간비행’ 같은 긴 호흡의 영화였을 테니까.
이송희일:
한국에서 옴니버스가 장사가 안 되긴 하지.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의 흥행은 처음이라는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최초 본격 퀴어물’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열광이 작용한 거지. 실제로 ‘후회하지 않아’ 이후 (김조)광수 형, (소)준문이, (김)경록이 등 커밍아웃을 하고 영화를 내놓은 감독들이 많이 나왔지만 흥행적으로 잘 안 됐다. 그것이 단순하게 영화적 완성도나 영화가 소구하는 매력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송희일:
많은 대중영화와 드라마에서 동성애 코드를 소재로 차용하면서, 희귀성이 없어진 거다. 야오녀나 동인녀로 분류됐던 사람들의 폭도 넓어졌고. 가령 영화 ‘신세계’,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품고 있는 아주 묘한 ‘브로맨스’(남자들간의 우정과 사랑)와 보일락 말락 한 동성애 코드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잖나. 이젠 충무로도 그런 코드에 관객이 몰린다는 걸 너무 잘 아는 거다.


Q. 하긴. 이제 ‘브로맨스’는 충무로 상업영화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남자배우들이 워낙 강세니까.
이송희일:
맞다. 그러니 더 이상 20-30대 여성들에게 “이건 퀴어 영화야!”라고 소개한들 소구되지 않는 거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게이/레즈비언들이 극장이 와야 하는데, 그런 상황도 아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남성관객의 증가다. ‘후회하지 않아’ 당시 여성관객과 남성관객의 비율이 9대 1이었다. 놀랍게도 ‘백지남’ 때 남성관객이 30%까지 올라왔다. 이번에 더 놀란 게, 그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극장도 있다는 거다. 심지어 얼마 전 무대 인사에서 20대 젊은 남자애가 달려오더니,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저 게이에요! 영화 너무 잘 봤어요!” 이러는 거다. 그런 달라진 풍경이 놀라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하지만 그 수가 아직은 부족하니, 한국에서 퀴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투자라고 생각을 한다.Q. ‘야간비행’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학원물로도, 멜로물로도, 사회물로도 볼 수 있다. 아마 이송희일의 전작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멜로물에 가장 주목할 텐데, 스스로는 어디에 방점을 두고 찍었나.
이송희일:
주인공 중 한명이 게이이기 때문에 퀴어 영화라고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걸 말릴 생각은 없지만, 정작 나는 퀴어물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다.

Q. 그런 시선들이 아쉽나.
이송희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최초라는 프리미엄을 얻은 만큼 낙인의 시선들도 생겨났다. 그래서 당분간은 퀴어물을 안 만들려고. 내가 영화를 만들면 영화적인 분석대상이 아니라, 게이 감독이 만든, 특정 대상이 소구하는 소비물로만 생각해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게이이기 이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 시선들이 이젠 지긋지긋하다.

Q. 그렇다면, 아예 퀴어적인 요소를 빼고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이송희일:
그런데 그렇게 했으면 영화가 진부해졌을 거다. 학교물들이 너무 많으니까. 사실 초기 시나리오는 그냥 퀴어 로맨스였다. 주인공 용주(곽시양)와 기웅(이재준)을 둘 다 게이로 설정해서 알콩달콩 싸우는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었다. 거기에 선생님이 세 번째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Q. 선생님이라 함은, 단편 ‘지난여름, 갑자기’에 등장하는 선생님 경훈(김영재)을 말하는 건가? ‘야간비행’이 본래 ‘지난여름, 갑자기’의 본편 격인 영화로 기획됐다가 바뀐 걸로 안다.
이송희일:
‘지난여름, 갑자기’에 출연한 김영재와 ‘야간비행’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원래 버전은 경훈이 학생 상우(한주완)와 사귀는 게 발각돼서 지방의 학교로 좌천되고, 그 학교에서 용주와 기웅을 만나는 거였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경훈 캐릭터를 거둬냈다.

Q. ‘지난여름, 갑자기’에서 상우가 경훈에게 “계속 나 훔쳐 본 거 알아요”라고 말한 대사를, ‘야간비행’에서 기웅이 용주에게 한다. 연관성을 의식한 대사인가.
이송희일:
맞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그 외에도 연결되는 장면들이 더 있었다. 사실, ‘야간비행’ 개봉에 맞춰서 ‘지난여름, 갑자기’를 무료로 배포하려는 계획을 짰었다. 단편과 ‘야간비행’의 연계되는 부분을 찾으면서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거든. 그런데 중간에 계획이 바뀐 거다.

Q. ‘후회하지 않아’는 동성애를 계급에 녹여서 담아낸 작품이었다. ‘야간비행’은 퀴어코드를 학교 폭력 안에 섞었고. 계급이라든지 학교 폭력이라든지 그런 외부적인 것들을 빼고 순수하게 ‘사랑’에 집중한 이송희일의 장편을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송희일:
20-30대가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로코물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정통멜로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멜로드라마는 항상 사회성을 반영해 왔다. 통속적 설정이긴 해도 계급, 근대화 과정 등 현실을 반영하기에 좋은 장르였다. 하지만 이젠 이성애자들이 사랑 때문에 죽네 사네 하진 않지 않나.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는 거다. 그이 비해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사회물로서의 멜로드라마 형태가 아직은 가능하다.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껴서 퀴어멜로에 접근해 온 것인데, 말했듯 이젠 지긋지긋하다. 안 그래도 다음엔 상업적인 이성애 멜로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Q. 기대된다. 정말 끝내줄 것 같다.(웃음)
이송희일:
사회성을 가진 이성애 멜로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아이템이 네 개 정도 나왔다. ‘야간비행’ 홍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써 볼 생각이다.

Q. ‘야간비행’에서 성소수자는 ‘왕따’보다 더 배척받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결국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 있는 피식자는 성소수자인 셈인데, 성 정체성을 숨길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극명하게 드러낸 게 아닌가 싶었다.
이송희일:
그래서인지 게이들이 이 영화를 더 좋아한다. 소위 퀴어영화 ‘덕후’라고 하는 20대 여성들은 ‘이 영화, 뭐지?’ 하면서 실망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게이들은 오히려 공감을 많이 한다. 자신들도 학교에서 그렇게 힘들어했으니까. 영화 말미에 기웅이 폭주하는 장면에선 시원함도 많이 느끼더라.

영화 ‘야간비행’의 용주(곽시양)와 기웅(이재준)
Q. 극중에서는 용주가 엄마(박미현)에게 끝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그건, 정말로 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밝혔는데 편집 과정에서 들어낸 건가.
이송희일:
굳이 용주가 “엄마, 사실은 나 게이야”라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20대에 미혼모가 된 후 자유분방하게 살아 온 용주 엄마의 캐릭터에서 관객들이 충분이 짐작하리라고 봤다. 잘린 장면이 있기는 하다. 후반부, 학교에서 자퇴한 용주가 혼자 운동장에서 바닥을 발로 툭툭 치는 장면 있잖아. 그 앞에 긴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잘렸다. 학교에서 자퇴를 하려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용주 엄마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오다가 축구를 하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서 함께 공을 찬다. 그 다음에 용주에게 다가가서 엉덩이를 ‘뻥’ 찬다. 그리곤 용돈을 아들 손에 쥐어주고, 어깨를 두드리면서 프레임 아웃. 그런데 그 장면이 빼고 용주가 발을 툭툭 차는 모습만 썼다.

Q. 용주 엄마로 나오는 박미현 씨와는 매 작품 함께 했다. ‘후회하지 않아’의 이영훈 씨와도 세 작품을 함께 했고. 한번 믿음을 준 사람에 대한 의리가 강한 것 같다.
이송희일:
박미현 씨는 20년 지기 친구다. 내 첫 워크샵 단편의 주인공이었다. 동갑이라 더 막역하다. 신뢰할 수 있는 상대인거지. 기웅 엄마 아빠로 출연한 김소희 정윤기 선배도 그렇고, 이런 베테랑들과 작업하면 너무 좋다. 내 목소리가 5옥타브인데, 그 분들과 할 땐 1옥타브도 안 쓴다. 그런데 신인들과 하면? 목소리가 9옥타브까지 올라간다.(웃음)

Q. 하하. 신인들과 많은 작업을 했다. 신인의 경우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나.
이송희일:
직감 같은 거. 연기력은 100% 믿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와의 매치를 많이 본다. 퀴어영화기 지긋지긋한 이유 중 하나가 캐스팅 때문이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은 퀴어영화라고 하면 대부분 기피한다. 결국 신인이나 무명배우들과 해야 하는데, 내가 감독이지 연기선생은 아니지 않나. 현장에서 조율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닌데, 신인들 연기에 신경쓰다보면 녹초가 돼 버리기 일쑤다. 특히 이번 영화처럼 신인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떼거지로 등장하면 더 힘들다. 발성부터해서, 호흡 뱉는 거 하나하나… 아휴. 욕하느라 정신이 없다.(웃음)

Q. 안 그래도 이재준 씨를 그렇게 혼냈다면서.(웃음) 그 덕분일까. 그 친구는 눈빛도 느낌도 너무 좋더라.
이송희일:
용주하고, 재준이하고 호감도가 반반 갈린다. 극중 캐릭터 때문인지 게이들은 재준이 쪽인 것 같고. 하하하.

Q. 찍으면서 아쉽거나 어려웠던 게 있다면?
이송희일:
다 아쉽지만, 마지막 기웅의 교실 폭주장면은 특히 아쉽다. 하루 분량치를 다 못 찍었다. 돈이 없어서. 제작비 때문에 화투치다 밑장 빼듯이 미치듯이 소리 지르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웃음) 그럴 때가 가장 슬프다. 그래도 고마운 게, 내가 콘티 없이 영화를 찍는다. 현장에서 컷을 짜는데, ‘후회하지 않아’ 때부터 함께해 온 스태프들이라서 효율적으로 움직여줬다.


Q. ‘야간비행’은 ‘왕따’ 당하던 소년이 자살 직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개를 파묻고 눈물 흘리는 CCTV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다. 단편 ‘백야’의 경우 ‘종로 묻지마 폭행 사건’을 토대로 만들었고. 뭐랄까. 사회적인 문제에 촉수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느낌이다.
이송희일:
안타까운 사연들을 들으면 마음이 쉽게 동한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라 영화감독들은 촉수가 많이들 예민하다. 그러니까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도 영화감독들이 자기 목소리를 많이들 내는 것일 테고. 영화라는 것이 결국 사회를 반영하는 작업이다. 한국사회가 편한 사회가 아니다보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Q 사회적인 것 외에, 평소 이송희일이 예민하게 관심을 갖는 건 뭔가.
이송희일:
집에 TV가 없다. TV에 시간을 뺐기는 게 싫어서 15년 전부터 TV없이 살고 있다. 대신 책에 관심이 많다. 20대 때는 나름 독서광이었다. 칩거해서 책을 끼고 살았던 날도 많다. 시골집에 가면 책이 3,000권 정도 보관돼 있다.

Q. 혹자는 이송희일을 ‘밤의 감독’이라고 말한다. ‘후회하지 않아’의 원래 제목은 ‘야만의 밤’이었고, ‘탈주’는 ‘사냥꾼의 밤’이었다. 이번에는 ‘야간비행’이고. 당신에게 밤은 어떤 시간인가.
이송희일: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님이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에서 정답을 너무나 정확하게 얘기해줬다. 말 그대로 밤은 내게 선생이고, 사유의 시간이고, 세상의 비밀들이 꽃 피는 시간이다. 낯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Q. 밤의 적막이 좋나보다.
이송희일:
적막도 좋고, 산책하는 것도 좋다. 내가 운동권이었는데, 서울 약수동에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냐면, 지금은 정비가 됐는데 당시엔 약수동이 산동네였다. 산동네라 창문이 길 위로 난 집들이 많았다. 그때 술을 마시고 약수동을 산책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전봇대 밑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열어둔 창문을 통해서 가난한 부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거다. 생활고를 얘기하는데, 그게 너무 슬펐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집에 가서 술을 더 마시고는 팬티까지 벗고 약수동을 뛰어 다녔다. “내 몸이 탄다~” 이러면서.(웃음) 그땐 서울이 너무 역겨웠다. 20대의 치기 같은 것도 있었고. 바로 다음 날, 고향으로 내려가서 1년 간 농사만 지었다.


Q. 지금의 서울 밤은 어떤가.
이송희일:
양가적이다. 지금은 수유리에 사는데, 길 하나를 두고 한쪽은 완전히 번화가이고 다른 한 쪽은 주택가다. 그러다보니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든다. 도심의 빛들이 부여하는 특정한 밤들이 좋을 때도 있고, 때론 역겹기도 하고 그렇다.

Q. 20대 때의 당신과 비교하면 지금은 여유로워진 것 같나.
이송희일:
여유로워졌다기보다, 목표가 많아진 것 같다. 원래 내 꿈은 소설가였다. 서울이 환멸스러워 떠난 것도 소설이 쓰고 싶어서였다. 고향에 내려가서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습작을 하며 소설가를 꿈꿨다. 영화의 경우 팀이 있었는데, 한 멤버가 작업할때마다 다른 멤버들이 스탭으로 참여해서 서로서로 도와주는 ‘품앗이’ 형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소설과 영화 사이에서 많이 부딪혔는데, 그래도 그때까지는 활자가 더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영화의 빛이 너무 좋다. 특히 고전흑백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내 영화 호흡이 긴 것도 그 이유다. 고전 영화에 눈이 길들여져 버린 거지.

Q. “‘후회하지 않아’는 통속극의 외양을 쓰고서 성정체성과 계급구조를 파헤치는 신랄한 교훈극에 가깝다”고 정의한 적이 있다. “자신의 리비도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라고. ‘야간비행’은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
이송희일:
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으로 나눈다거나,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리기 위한 영화는 아니다. 이건 사실 질문을 하기 위해서 만든 영화다. 가해자도 약자가 될 수 있고, 약자도 얼마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질문을 모두가 한 번 가졌으면 했다. ‘후회하지 않아’는 명확한 답을 가진 영화였는데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들 입장을 달랐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아’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면서 찍었는데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하다고 짜증을 내더라고.(웃음)

Q ‘야간비행’의 결말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송희일:
완벽한!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기웅도, 용주도 결국 친구를 찾지 않았나.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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