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제보자들’이 그 인기를 이을지 주목된다.

‘제보자’는 10년 전 황우석 박사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박해일은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끈질긴 시사 프로그램 PD 윤민철을, 유연석은 양심을 저버릴 수 없어 진실을 제보하는 연구팀장 심민호를, 이경영은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 논문의 조작 스캔들 중심에 있는 이장환 박사를 각각 연기했다.예고편에서는 대한민국 모두와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윤민철 PD와 제보자 심민호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그려내며 치열한 진실공방을 예고했다. “처음부터 복제된 줄기세포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심민호의 충격적인 제보로 취재를 시작하는 윤민철은 이장환 박사의 논문에 대한 의혹을 점점 키워간다. 하지만 이내 그가 이장환 박사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비난 여론과 보이지 않는 외압으로부터 취재 진행을 제지 당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손에 땀을 쥐는 긴박감을 선사한다.

‘제보자’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2005년 불거진 일명 ‘황우석 사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70년대 부산에서 발생한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한 또 한 편의 실화 영화도 제작 예정이다.

‘정효주양 유괴사건’은 지난 1970년대 후반 부산에서 재력가의 12살 난 딸이 두 번이나 유괴된 사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죄과를 관대하게 할 테니 아이를 돌려달라”며 특별담화까지 발표했다. 영화 ‘친구’로 유명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김윤석, 유해진이 주연으로 캐스팅 돼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꾸준히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한 ‘살인의 추억’(2003) 이후 수많은 실화 소재 영화들이 흥행을 기록했다. 이들 작품은 해당 사건을 재조명하고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말아톤’(515만) ‘너는 내 운명’(305만) ‘그놈 목소리’(314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1만) ‘국가대표’(848만), ‘추격자’(513만), ‘부러진 화살’(345만) ‘도가니’(466만), ‘소원’(270만) 등 실화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감동을 선사한 작품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2011년 영화 ‘도가니’가 사건에 대한 재수사 착수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데 이어,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26년’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을 소재로 한 팩션 영화가 잇달아 나오기도 했다. 이들 작품은 실화 영화의 흡인력을 입증했으며, 이는 관람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 서명운동과 법 제정 등 현실적인 면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지난해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좋은 반응을 얻으며 영화계를 휩쓸기도 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변호인’은 1981년 9월 부산 지역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 고문해 기소한 부산 학림사건인 일명 ‘부림사건’ 변호를 맡으면서 잘나가던 세무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모하게 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연을 모티브로 해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설경구, 엄지원 주연의 ‘소원’은 아동성폭행 사건인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해 최종 관객수 271만명을 동원했으며, 제34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여우조연상(라미란), 인기스타상(설경구), 각본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4년 프랑스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검거돼 2년간 타국에서 감옥살이를 했던 평범한 가정주부 장미정 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도 호평을 얻은 바 있다. 한석규와 이제훈의 사제 호흡이 빛난 ‘파파로티’, 다양성 영화 최초로 13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지슬’ 등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을 다룬 ‘제보자’는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보자’가 실화 영화 흥행 계보를 이어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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