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다. 성격, 직업, 가정환경 등 모든 게 다르지만, 서로를 묶고 있는 우정이란 끈은 가족의 정보다 더 질기고 탄탄하다. 하지만 모두가 잘 되길 바라며 꾸민 일은 이들 우정에 균열을 일으킨다.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강도화재사건으로 현태의 부모가 죽고,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하는 현태는 믿었던 친구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이들 우정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텐아시아 영화 기자 두 명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좋은 친구들’을 살폈다. 개봉청소년 관람불가, 9일 개봉.
황성운 : 탄탄한 구조 속에 빛난 세 배우의 앙상블 ∥ 관람지수 8
‘좋은 친구들’은 우선 짜임새 있는 이야기의 구조가 매력적이다. 사실 친구들의 우정과 오해, 의심 등은 그간 많은 작품에서 봐 왔던 소재. 흔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현태, 인철, 민수 등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모두의 행복을 위한’ 선의의 마음은 동일하다. 이 사이에 오해와 의심이 끼어들게 되고, 끈끈했던 우정은 모래알처럼 부서진다. 세 친구를 갈라놓게 되는 큰 사건은 다소 인위적이지만, 이들의 감정과 태도 변화는 매우 구체적이다. 이는 나도 모르게 나와 내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힘을 지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진한 여운이 극장을 가득 메운다.중학교 졸업식 날, 눈 덮인 산 속에서 극한의 상황을 함께 극복한 세 사람의 모습을 담은 영화의 시작과 끝은 매우 영리하다. 동일한 상황을 보여주지만, 상황 속 감정은 180도 다르다. 끈끈한 우정이라 생각했던 이 순간이 또 한편으론 오해와 의심의 시작이기도 했다. 민수는 이 순간을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전하지만, 현태 입장에선 의심이 싹트는 지점이다. 세 친구의 균열은 이미 이때부터 예고된 거나 다름없다. 이 같은 방식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 보는 사람을 다시 처음으로 이끈다. 친구, 우정에 대해 다시 곱씹어 보게 하는 묵직하고 긴 여운이다. 스포일러지만, 세 친구의 결말은 참 아이러니하다. 친구를 믿었던 인철과 민수는 현태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버리고, 친구를 의심했던 현태는 인철과 민수의 모든 것을 받는다.
영화는 군데군데 인위적인 곳도 눈에 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장면들이 거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도윤 감독은 “큰 거짓말을 납득시키기 위해 자잘 자잘한 것들에 있어 리얼리티를 잡으려고 했다. 또 공들인 장면은 슬쩍 보여줘야 오히려 사람들이 더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것들은 대충 보여주고, 디테일을 더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의도는 정확했다. 세 친구의 감정에 따라가게 되는 이유다. 또 곳곳에 포진된 상징적인 장치도, 꼼꼼한 설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배우들의 조합도 일품이다. 지성, 주지훈, 이광수의 평소 이미지와 나이 차이 등을 생각했을 때 이 세배우를 ‘절친’으로 묶는 건 다소 무리일 듯 보였다. 하지만 편견이고, 기우였다. 주지훈은 적당한 허세와 욕망을 지닌 채 나름의 방식으로 의리를 지키는 인철 역을 맡아 마음껏 뛰어놀았다. 또 이광수는 눈빛으로만 민수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내는 등 예능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성은 다소 평범하고 밋밋한 역할이지만, 급격한 심리 변화를 무게감 있게 표현하면서 실제 맏형답게 두 사람 사이에서 중심을 지켰다. 현태, 인철, 민수 등 전혀 다른 세 인물이 제대로 주인을 찾아 갔다. 감독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eyes② ‘좋은 친구들’ 놀라운 주지훈, 의외의 이광수, 진득한 지성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나도 한마디!][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