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JTBC 장성규 아나운서가 벗었다. 그저 옷만 벗은 것도 아니다. 매해 1,200여 명이 지원하는 ‘쿨가이 선발대회(이하 쿨가이)’에 출전해 ‘바디챌린지상’까지 거머쥐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아나운서가, 거기다가 지난 5월 결혼식까지 올린 새신랑이 신혼여행까지 미루며 몸만들기에 열중한 이유가 무엇일까.

대답은 명쾌했다. 그는 ‘쿨가이’를 ‘도전’이라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살면서 스스로 자신을 이겼다는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는 것. 무감각해진 도전 정신을 깨우고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그가 택한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몸을 바꾸는 것’이었다.때로는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의 도전이 그랬다. 비록 대상은 아니지만, 가장 극적인 신체 변화를 이룬 이에게 주어지는 ‘바디챌린지상’을 받았고, 그보다도 값진 성취감을 얻었다. 필경 이는 ‘장성규’라는 인간의 인생을 바꿔놓는 거름진 토양이 될 터. 그와 나눈 이야기도 자연스레 ‘몸’을 넘어 ‘인생’으로 뻗어 나갔다.

Q. ‘바디챌린지상’을 받았다. 대상 욕심도 났을 법한 데 아쉽게 됐다.
장성규: 솔직히 본선 무대가 가까워질수록 욕심도 났다. 하지만 ‘바디챌린지상’도 정말 값지다. 두 달간 극적인 신체변화가 있었기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모두가 도와주신 덕분이다.

Q. 지원 계기가 궁금하다. 본선에 오른 23명 안에 들었을 때는 꽤 이슈가 됐지만, 여전히 ‘아나운서가 왜?’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었다.
장성규: 어느 날 갑자기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쿨가이’는 내게 있어 아주 오랜 시간 품어온 목표 중 하나였다. 2008년도에는 5만 5,000원을 주고 표를 사서 본선 무대를 보러 갔었을 정도니까, 하하하.Q. 정말 대단한 열정이다. 실제로 지원도 했었나.
장성규: 그때 운동을 계속하고 있기는 했는데 목표가 명확지 않아서 지원할 만큼의 몸은 안 됐었다. 함께 운동했던 지인은 1차 예선은 통과했는데 2차에서 떨어졌고. 물론 꼭 몸 때문만은 아니었다. ‘쿨가이’가 워낙 ‘지덕체(智德體)’를 강조했던 터라 딱히 내세울 게 없었다는 게 더 컸다. 스펙도 부족했고 마치 오르지 못할 나무와 같았달까.



Q. 그럼 이번 대회에 지원했던 동기는 무엇인가.
장성규: 올해로 직장생활 3년 차인데 뭔가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나를 괴롭혔다. 나만의 무기가 필요한 시점인데 그게 무엇일지 고민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더라. 그때 생각한 게 ‘쿨가이’이다. 지난 30년간 늘 비만으로 살아왔던 이 모습을 180도 바꿔보고 싶었다. 또 그 와중에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아내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좋은 남편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Q. 신혼여행까지 미루고 대회에 매진했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겠다.
장성규: 다행히 아내는 이해해줬다. 워낙 내가 오래전부터 ‘쿨가이’에 나가고 싶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근데 문제는 실천 과정에 있었다. 사실 결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가족과 가족을 결합이고 대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거의 공황 상태가 돼서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 반복됐다. 그때 함께 ‘쿨가이’에 출전한 이정용 형이 나에게 한마디 하셨다, “너 몸을 보니 정말 큰 일이다. 혼자서 취미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내에게 보여주는 첫 도전이자 회사와 집안의 명예가 걸린 일인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모든 일을 놔버리고 운동에 집중했다. 한 가지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Q. 사실 다들 쉽게 말하지만, 운동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다름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지 않나.
장성규: 처음에는 매년 1,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다는 사실을 듣고도 걱정이 되지 않았었다. 앞서 MBC ‘신입사원’에 지원할 때는 지원자 5,500명 중에 최후의 5인 자리까지 올랐었으니까. 근데 1차 예선을 통과한 뒤에 2차 면접을 볼 때가 문제였다. 그때는 옷을 벗고 몸을 보는 거다. 함께 면접을 본 지원자들은 체지방률이 6%, 7%였는데, 나는 그 당시 체지방률이 15.9%였다. 사실상 몸으로는 상대가 안 됐던 거지.

Q. 그런데도 본선까지 올라갔다.
장성규: 포기할 법도 했는데 의외의 곳에서 희망을 봤다. 바로 화술이다. 그 친구들이 몸은 좋은 데 말은 잘 못 하더라고, 하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간결하게 이야기했다. “저에게는 오랜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나운서, 첫사랑과의 결혼, 그리고 ‘쿨가이’ 입니다”고. 말을 그럴싸한데 몸이 비교가 안 되니까 심사위원이 내게 마지막으로 몸을 좀 보자고 그랬었다. 그때 내가 말했지, “지금 제 몸은 여기 있는 105명의 지원자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부끄러운 몸입니다. 하지만 제게 8주가 주어진다면 모두가 ‘올라올 만했다’고 말할 정도로 만들겠습니다”고.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Q. 지금 몸을 보니 상당하다. 운동 과정이 궁금하다.
장성규: 중반부에 이르러서 정체기가 왔다. 어떤 운동을 해도 체지방률이 10%대 밑으로 안 떨어지는 거다. 그때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크로스핏(여러 종목을 섞어서 하는 고강도 운동)을 추천하더라. 그걸 하면서부터 몸에 극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2~3주 남기고서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는 아내와 공복 산책을 하고, 크로스핏 2시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1시간씩 했다. 그렇게 2주를 보내니까 체지방만 3~4kg이 빠지더라. 복근 성형했느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하하하.

Q. ‘쿨가이’는 ‘바디챌린지상’에 그쳤지만, 그 외 대회를 통해 얻은 것들이 많을 것 같다.
장성규: 정말 그렇다. 어찌 보면 ‘쿨가이’에 나갔다는 것만으로는 아나운서 커리어에 도움될 게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체기에 있던 30대 남자이자, 가장이 도전을 통해서 앞으로 삶을 이끌어갈 힘을 얻었다는 건 그 무엇보다도 값진 경험이다. 이 자신감이 내게 큰 무기가 될 것 같다. 처음 내가 ‘쿨가이’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을 때처럼,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카메라 앞에서 내뱉은 말을 책임지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

Q. 힘든 결정을 내린 아내부터, 주변 지인들까지 도움을 준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분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장성규: 6년을 품어온 꿈이 현실이 된 데는 사랑하는 아내와 주변 분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혼자서는 절대 못 했을 거다. 지혜롭게 삶의 방향을 설정해준 아내부터 매일 도시락을 손수 챙겨주신 어머니, 운동을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이 공을 돌리고 싶다. ‘30년 몸꽝’이 ‘오늘의 몸짱’이 된 이 기쁨을 잊지 않고 평생 보답하는 삶을 살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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