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골든 크로스’ 방송 화면 캡처

정말 제목 따라가는 걸까. KBS2 수목드라마 ‘골든 크로스’는 ‘주가 상승 신호’를 뜻하는 제목대로 매회 시청률 상승을 거듭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자릿수로 시작한 ‘골든 크로스’는 어느덧 10%대를 돌파,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탈환했다. 복수를 소재로 다뤄 다소 분위기가 무겁고 식상하다는 지적도 극 후반부에 이르며 자취를 감췄다. ‘골든 크로스’의 그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매혹하는 것일까. 어느덧 종방까지 2회만을 남겨둔 ‘골드 크로스’를 낱낱이 파헤쳐 봤다.

‘악역이 살아야 드라마가 산다’는 말이 진리가 된 지 오래다. 다소 촌스러운 ‘권선징악형 이야기’는 어떤 공감대도 형성하기 어렵다. 그만큼 악역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측면에서 ‘골든 크로스’가 만들어낸 악역들은 무척이나 훌륭하다. 물론 악행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각 인물이 저마다 악행을 자행하는 사연을 가졌다는 점은 인물의 심리 변화를 좀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며 시청자와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유독 연기파 배우들 다수가 굵직굵직한 악역을 맡은 ‘골든 크로스’는 가히 악역 열전이라 부를 만하다. 치열했던 악역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이들의 파란만장했던 악행의 흔적을 되짚어봤다.
KBS2 ‘골든 크로스’ 방송 화면 캡처

# 서동하(정보석), 권력욕에 악마가 된 남자

“지난 몇 달 동안, 자네가 겪은 고통, 슬픔, 아픔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내가 해결해주고 싶네! 천박하다, 생각하지 말게! 사람마다 물건에 따라 느끼는 가치가 다 다른데 돈은 누구나 똑같은 가치를 느끼기 때문에 이럴 경우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뿐일세.”역시 악역 장인은 달랐다. 지난 2010년 SBS 드라마 ‘자이언트’의 조필연 역으로 악역의 한 획을 그었던 정보석은 2014년 ‘골든 크로스’의 서동하로 돌아왔다. 정보석이 그려낸 서동하는 그야말로 치졸한 악역의 전형이었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딸 서이레(이시영)를 사랑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딸 나이 또래의 강하윤(서민지)에게 성 상납을 받고, 이를 숨기기 위해 온갖 악행을 자행한다.

특히 정보석의 서동하가 극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마이클 장에게 약점을 잡힌 이후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레가 사실을 알게 될 것을 두려워하며 노심초사했던 동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악마로 변해갔다.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도윤과 어느덧 대물로 자란 마이클 장(엄기준)의 도발에 서동하는 이성을 잃고 악행을 반복한다.

복수를 꿈꾸는 강도윤(김강우)와 마주한 순간, 서동하의 추악한 내면이 드러난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하기 이전에 돈부터 들이미는 그의 습성은 자본주의에 찌든 경제관료의 전형을 보여준다. 딸까지 자신을 떠난 판국에 40년 지기 ‘악행 파트너’ 박희서(김규철)까지 죽이려 하는 모습에서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KBS2 ‘골든 크로스’ 방송 화면 캡처

# 마이클 장(엄기준), 차갑고 이성적인 진짜 악마

“천만에 죽인 건 쌤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강 변 동생이 자초한 불행이야. 그저 그런 평범한 외모에 내세울 것 없는 스펙에 노력도 없이 스타를 꿈꿨잖아. 그런 허황된 꿈을 갖고 땅바닥에서 10cm 이상 떨어져 사니까 바람 한 번만 불어줘도 넘어가는 거지. 난 그 허황된 꿈에 살짝 자극을 줬을 뿐이야. 아주 살짝. 선택은 강 변 동생이 했다고.”사실 ‘골든 크로스’의 진짜 악마는 마이클 장이다. 언제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일관하지만, 그 내면의 심리는 의뭉스럽기 짝이 없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마이클 장이라는 인물을 야욕과 천진난만함이 동시에 담긴 희대의 악역으로 만든다.

‘악역’이라는 말에 단번에 ‘골든 크로스’ 출연 제의를 수락했다는 엄기준은 마이클 장 역할을 맡아 전작보다 한층 성숙해진 악역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앞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영화 ‘파괴된 사나이’ 등을 통해 인상적인 악역을 선보였던 그는 마이클 장을 절대 악의 느낌을 물씬 풍기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는 테리 영으로 돌아온 강도윤을 본 뒤 홍사라(한은정)에 대한 의심하며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홍사라가 자신의 협박에도 테리 영의 정체를 밝히지 않자, 홍사라를 폭행한 것. 엄기준이 그려낸 냉혹함은 단순히 분노의 폭발로 악함을 드러내는 것보다도 훨씬 파괴력이 컸다.
KBS2 ‘골든 크로스’ 방송 화면 캡처

# 박희서(김규철), 악마 본성 드러낸 권력욕의 화신

“원래 할애비 수염은 오냐오냐하는 손자새끼가 뽑아버리는 거야! 그저 자식 앞에서 정의로운 척, 훌륭한 척, 좋은 모습만 포장해대니 정의를 추구하는 게 세상 최고의 가치인양, 애가 완전 삐뚤어져 버렸잖아!”

김규철이 연기한 박희서 또한 ‘골든 크로스’에 활력을 불어넣은 악역 중 하나다. 앞서 서동하의 40년 지기 친구이자 완벽한 ‘악역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왔던 박희서는 후반부에 이르러 본색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서동하의 죄를 덮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듯하지만, 뒤로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서동하를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특히 서동하의 약점을 쥔 박희서는 동하의 딸 이레까지 협박하며 세를 굳히려고 노력한다. 특히 아무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듯이 살인을 종용하고 인간을 가치로 판단하는 박희서의 모습은 서동하와는 또 다른 유형의 악인을 그려낸다. 연기 경력 23년 차를 맞은 배우의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골든 크로스’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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