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과 ‘썰전’

풍자가 사라진 안방극장을 ‘무한도전’과 ‘썰전’이 채우고 있다.두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화법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대표적인 풍자 예능으로 인정 받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출연자들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 줄 뿐 아니라, 때때로 시사적인 풍자를 곁들여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최근 ‘무단도전’의 미래를 이끌 리더를 뽑는다는 선거특집에서는 오랜만에 날선 풍자와 신랄한 비판을 선보였다.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무한도전’은 향후 10년을 책임질 리더가 되기 위해 각자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공약을 내 놓았다.앞서 3일 방송된 선거특집 1탄에서 정형돈은 “시청률 위기시에 개그 컨트롤 타워가 없다. 시청률 재난본부 설치를 통해 위기 극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하는 정부의 ‘재난위기 대처 시스템’ 부재에 대해 꼬집었다.

유재석은 “저희가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를 했다. 이 사실로 봐서는 저희는 정말 위기다. 진짜 위기는 위기인데 위기인 줄 모르는 것이다. 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위기다”며 촌철살인 명대사를 남겼다.

지난 10일 방송된 2탄에서는 후보자 검증을 위한 절차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멤버들이 규정 속도 30km를 준수하며 운전했는지를 몰래카메라로 지켜봤다.이 과정에서 단 한명도 규정 속도를 지키지 못했고 방송은 ‘보물에 눈이 멀어 잊었던 진짜 보물’, ‘어린이를 보호하는 건 어른들의 책임’ 등의 자막을 내보냈다. 이 같은 자막은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유재석이 어린이 보호구역인 걸 알고 속도를 줄였지만 규정 속도를 맞추진 못했다고 말하자 멤버들은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않았다면 당장 (후보자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맞받아 쳤다.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는 정준하에게도 “사람 다치게 한 다음에 못 봤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원칙들을 이야기 한 것.

이 외에도 ‘무한도전’은 김보성을 초대해 의리를 강조한 하하, 자신의 일상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노홍철, ‘OK실천 무부담 1, 2, 3 공약’을 내세운 정준하 등을 통해 혈연이나 지연에 연연하고 무분별한 공약을 내세우는 등의 현 선거 실태를 비판하기도 했다.‘무한도전’이 이 같은 특집의 궁극적인 메시지, 사회적 이슈와 맞아떨어지는 절묘한 자막 등을 활용해 정치를 풍자한다면,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은 조금 더 적나라하게 정치를 다루고 있다.

‘독한 혀들의 전쟁’ 이라는 ‘썰전’은 정치인 출신을 등장시켜 다양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신랄하게 이야기한다.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은 물론 일반인들이 모르는 정치계 뒷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한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썰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성과에 대해 평가하면서 다양한 비유로 날선 풍자를 선보였다.이철희가 “외교적으로 홈런 쳤다고 생각했는데 비디오 판독 해보니까 파울이다”라고 하자, 강용석은 경제 민주화에 대해 2할 3푼이라고 평가하는 등 야구에 빗대 눈길을 끌었다.

이철희가 “아들, 딸이 있는데 경민 군(경제 민주화)은 집을 나갔고 복지 양(복지)은 이틀에 한 번씩 집 들어오는 수준이에요”라고 다르게 비유하자, 강용석은 “괜찮다. 애가 한 아홉 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 다룰 때는 평소와 달리 엄숙한 분위기 속에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썰전’에서 이철희 소장은 “세월호는 원래 규정을 유지했더라면 2년후 폐기되었을 배”라며 로비 등으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태에 대해 분노했다. 강용석은 “우리나라에는 책임질 장관도 책임질 총리도 없었다”라며 칠레 광산 붕괴 사고와 비교하며 세월호 사고 현장을 총괄할 수 있는 리더의 부재를 꼬집는 등 기업윤리, 안전 행정, 언론 윤리 등 사고 후 드러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MBC ‘무한도전’, JTBC ‘썰전’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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