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자락까지 뜨거웠던 JTBC 드라마 ‘밀회’가 오는 13일 16회로 종영한다. 완벽한 텍스트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진리, 그리고 되새겨 보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해준 드라마였다.
‘밀회’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그것도 무려 스무살이나 나이차가 나는 금지된 사랑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은 이들의 사랑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타락해버린 한 여자가 순수를 쫓아가는 과정 속에서 세상의 온갖 흙탕물이 드러났다. 그 흙탕물에서 허우적거리며 저도 모르게 자신을 잃어버린 인생들을 돌이키게 만들었다.
그러니 어쩌면 오혜원이 뒤늦게 발견하게 된 순수한 존재를 지키고자 하는 싸움은 단순한 불륜으로 읽을 수 없는, 지독하고 치사한 세상을 향한 우리 모두의 항변일지 모르겠다. 그 싸움의 결말은 안판석 PD의 시선과 정성주 작가의 손길에서 완성된다. 과연 우리는 이 완벽한 합에서 그려진 김희애와 유아인, 그러니까 오혜원과 이선재의 어떤 얼굴을 확인하게 될까.
정성주 작가의 손길에서 빚어진 섬세한 상징들은 안판석 PD의 시선을 입고 더욱 풍요로워진다. 특히 그의 시선이 특별한 것은 대사가 없는 순간이다. ‘밀회’에는 유독 롱테이크 신이 많았다. 인물들이 대사를 내뱉지 않는 순간의 호흡까지도 세밀하게 옮겨 담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때로는 말보다 표정, 호흡, 그리고 그 공간이 뿜어내는 분위기를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안판석 PD는 바로 그 대목에 집중한다. 대사 사이사이 쉼표에 방점을 찍는다. 영화같은 연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며, 이런 신들이 인물의 호흡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만의 특별한 장치다.모든 신들이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두 신은 2회 등장한 피아노 합주신, 그리고 8회 등장한 사물 베드신이다. 피아노 합주신으로 두 사람의 거친 호흡을 담아내고자 한 것은 정성주 작가의 의지였다. 베드신에 피사체를 사물로 설정한 것도 그러했다.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 완벽한 터치를 부여한 것은 바로 안판석 PD였다.
점점 더 거칠어지는 합주신은 안판석 PD가 온전히 두 배우의 호흡과 피아노에 집중하는 시선으로 완성된 걸작이며, 사물 베드신은 선재의 가난하지만 정갈한 공간이 하나의 요새가 되어 거친 호흡을 절제하며 서로를 다정하게 매만지는 두 사람을 눈감아주고 보호해주고 있다는 것을 온전히 설명해주는 시선으로 완성된 가장 시적인 베드신이 됐다.
정성주 작가의 손길과 안판석 PD의 시선이 가진 완벽한 하모니의 결말은 기대되면서도 안타깝다. 그것을 당분간 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밀회’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의 생각이 같을 것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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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그것도 무려 스무살이나 나이차가 나는 금지된 사랑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은 이들의 사랑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타락해버린 한 여자가 순수를 쫓아가는 과정 속에서 세상의 온갖 흙탕물이 드러났다. 그 흙탕물에서 허우적거리며 저도 모르게 자신을 잃어버린 인생들을 돌이키게 만들었다.
그러니 어쩌면 오혜원이 뒤늦게 발견하게 된 순수한 존재를 지키고자 하는 싸움은 단순한 불륜으로 읽을 수 없는, 지독하고 치사한 세상을 향한 우리 모두의 항변일지 모르겠다. 그 싸움의 결말은 안판석 PD의 시선과 정성주 작가의 손길에서 완성된다. 과연 우리는 이 완벽한 합에서 그려진 김희애와 유아인, 그러니까 오혜원과 이선재의 어떤 얼굴을 확인하게 될까.
‘밀회’ 방송화면
정성주 작가의 손길은 간결했으나 세심했다. 그 손길이 안판석 PD의 시선으로 옮겨갔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밀회’ 1회에서 오혜원은 스커트를 입고 오는 것을 깜박하고 만다. 하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으며 웃는다. 여유롭다. 목에 둘렀던 넓은 스카프가 어느 새 그녀의 허리를 두르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를 잘 하는 그의 성격을 단번에 설명하는 장면이다. 앞서 자신의 만원짜리 목걸이가 다미(경수진)의 손으로 떨어진다. 고고하고 우아한 목에 가짜 목걸이를 두르고 있었고, 하필이면 그것을 다미에게 들키고 만 장면이 무엇을 설명하는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있다. 정성주 작가가 빚어내는 모든 상황은 이렇게 섬세한 상징을 담아내고 있다.정성주 작가의 손길에서 빚어진 섬세한 상징들은 안판석 PD의 시선을 입고 더욱 풍요로워진다. 특히 그의 시선이 특별한 것은 대사가 없는 순간이다. ‘밀회’에는 유독 롱테이크 신이 많았다. 인물들이 대사를 내뱉지 않는 순간의 호흡까지도 세밀하게 옮겨 담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때로는 말보다 표정, 호흡, 그리고 그 공간이 뿜어내는 분위기를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안판석 PD는 바로 그 대목에 집중한다. 대사 사이사이 쉼표에 방점을 찍는다. 영화같은 연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며, 이런 신들이 인물의 호흡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만의 특별한 장치다.모든 신들이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두 신은 2회 등장한 피아노 합주신, 그리고 8회 등장한 사물 베드신이다. 피아노 합주신으로 두 사람의 거친 호흡을 담아내고자 한 것은 정성주 작가의 의지였다. 베드신에 피사체를 사물로 설정한 것도 그러했다.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 완벽한 터치를 부여한 것은 바로 안판석 PD였다.
점점 더 거칠어지는 합주신은 안판석 PD가 온전히 두 배우의 호흡과 피아노에 집중하는 시선으로 완성된 걸작이며, 사물 베드신은 선재의 가난하지만 정갈한 공간이 하나의 요새가 되어 거친 호흡을 절제하며 서로를 다정하게 매만지는 두 사람을 눈감아주고 보호해주고 있다는 것을 온전히 설명해주는 시선으로 완성된 가장 시적인 베드신이 됐다.
정성주 작가의 손길과 안판석 PD의 시선이 가진 완벽한 하모니의 결말은 기대되면서도 안타깝다. 그것을 당분간 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밀회’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의 생각이 같을 것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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