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의 조태희 분장실장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굵직한 사극 영화에 어김없이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 조태희 분장실장이다.열아홉 나이,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극 드라마 분장사들을 처음 보게 된 그는 사람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탄생하는 얼굴에 매료됐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메이크업은 여자들의 전유물 쯤으로 생각되던 시기였을지 모르겠다. 조태희 실장은 “아저씨들이 분장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당시를 기억한다. 갑자기 생겨난 호기심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결국 직접 그 현장에 뛰어들기로 마음 먹었다.시작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미래를 보았던 것인지 모르겠다. 당시 예순을 훌쩍 넘긴 홍동은 선생이 돋보기를 쓰고 분장을 하는 모습에서 장인을 느꼈다. 그 순간부터 그는 영화의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
사극 분장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욕심에 방송국에 입사하기도 했지만, 이내 영화판으로 돌아왔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최종병기 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그리고 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역린’까지 이름만 들어도 스케일이 짐작가능한 대형 사극영화에서 그는 배우들의 얼굴에 이제 자신의 인생이 돼버린 꿈을 입혔다.
현재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 프리프로덕션으로 바쁜 그를 강남의 작업실에서 만나자 청했다. 바쁜 와중에도 이준익 감독의 현장은 워낙 에너지가 넘치고 즐거워 일 할 맛이 난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읽힌다.
Q. 필모그래피 대부분이 사극이더라.
조태희 : 내 첫 영화가 임권택 감독님의 ‘춘향뎐’(1999)이었다. 열흘 정도 실습을 나갔었다. 이후 드라마 ‘명성황후’(2001)와 ‘태양인 이제마’(2002), 그리고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 ‘장희빈’(2003) 분장팀에도 있었다. 그러다 방송국을 퇴사하고 나서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평양성’(2011), ‘최종병기 활’(201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그리고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역린’(2014)에 이르렀다.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 않은 이준익 감독의 ‘사도’에도 투입됐다.
Q. 줄곧 사극을 해왔는데, 그만큼 사극에 매력을 느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조태희 : ‘춘향뎐’ 당시 나는 막내였다. 그야말로 처음 접한 작품이었고 당시 보조 출연자분들 분장을 해드렸다. 주연배우가 조승우 씨였는데, 촬영 중간에 동갑이라며 ‘친하게 지내자’하더라. 정말이지 소탈했던 배우였다. 당시 내 눈에는 임 감독님의 존재도 신기할 밖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시 분장하시던 홍동은 선생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아있다. 연세가 70 중반이셨는데 돋보기를 쓰시 고 분장을 하시더라. 장인같았다.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도 굉장히 강하신 분이었다. 꾸준히 한 우물만 파오신 그런 분의 깊은 정신이 뇌리에 박혔다.Q. 이후에 방송국에 입사한 것인가.
조태희 :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도 잠시 참여했다가 KBS에 들어갔다. 사극 분장 기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영화판에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작품 수도 1년에 해봐야 한 두편에 불과했으니까. 입사해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하지만 영화에 발을 들여서인가, 결국은 다시 영화가 하고 싶더라. 결국 퇴사를 하고 영화사 80개에 프로필을 만들어 돌렸다.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더라. 역시 영화판은 다소 보수적이고 밑바닥부터 그곳에서 차근차근 쌓아야 하는 곳이었다.
Q. 그래도 결국은 영화 쪽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조태희 : 영화판에서 사극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염 붙이는 스킬. 메인 감독님이 계시고 내가 보조로 채용된 형태로 시작했다.
조태희 분장실장은 얼마 안되는 휴식기에도 영화를 찾아보고 배우들의 표정을 살핀다. 그 표정에는 많은 이들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Q. 보수적인 영화판에서 자리잡기까지 힘들었을 것이라 추측한다.조태희 : 인맥이 중요하고 엄청 좁은 세계다. 특히 영화 연출부에서 막내라해도 다 감독 지망생이다. 다들 영화과를 나오고 몇 년 동안 자기 작품을 찍어본 그런 이들이고, 몇 년이 지난 다음 자기 작품으로 데뷔할 수 있는 이들이다. 제작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현장에서의 인맥이 중요하다. 만약 성실하지 않다면 소문도 삽시간에 난다.
Q. 분장하는 분들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
조태희 : 메인이 되기까지는 힘들다. 하지만 상위 5%는 많은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자기가 쓰고 싶은 고가의 재료를 쓸 수 있다거나 하는 혜택. 지금 현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 중 70년생이 많은데, 그 정도 위치에 이르면 경제적인 부분도 많이 해결이 되는 듯 하다.
Q. 처음 분장에 매력을 느껴 전문적인 직업으로까지 고민하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
조태희 : 19살 무렵이었다. TV에서 사극 분장을 하는 모습을 방영해줬는데, 아저씨들이 분장을 하고 있더라. 신기했다. 미용 쪽은 이미 남자들이 포문을 열었지만 분장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고민만 하다가 직접 배우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에 느낀 것은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분장은 타인의 얼굴을 만지는 작업인만큼 사람과의 관계, 그러니까 배우와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구나 느끼게 됐다.
현빈(오른쪽)의 얼굴을 분장 중인 조태희 분장실장
Q. 그러고보면 박해일, 이병헌, 현빈 등 톱스타들과 주로 작업했다. 조태희 : 게다가 박해일, 이병헌, 차태현, 현빈 모두 첫 사극을 할 때 나와 했다.
Q. 첫 사극인만큼, 배우들도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을텐데.
조태희 : 수염을 거의 20년 만에 처음 붙이는 거니까 다들 두려움 반 기대감 반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배우들과는 회의를 충분히 한다. 스케치도 많이 해서 보여주고, 테스트도 많이 한다. 촬영에 들어가면 수정하기가 어려우니, 테스트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 배우들은 처음 한 달 정도는 사극 분장을 낯설어하는데 나중에는 적응한다. 적응하고 나면 자기 것처럼 생각한다. 보통 그 기간이 한달 정도 걸리는 것 같다.
Q. 수염에도 다양한 디자인이 있을 것 같다.
조태희 : 그렇다. 광해나 ‘역린’의 정조나 그 배우의 얼굴형에 맞는 머리와 수염을 여러가지 스케치를 해서 보여드린다. 레퍼런스가 30개 정도가 된다. 그렇게 여러가지 안 중 채택하는 형식이다.
Q. 그런가하면, 사극은 또 시대고증도 고려해야하는 작업이다.
조태희 : 그렇다. 신라 고구려 백제 삼국시대가 가장 화려했다. 장신구의 크기도 엄청 크고 의상도 화려했다.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는 그 강도가 약해진다. 특히 영조 때는 왕이 가채금지령을 내리면서 쪽이 생겼고, 여자들의 쪽 비녀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머리는 조선시대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초기가 아무래도 더 화려하다.
Q. 시대고증과 더불어 창의성까지 발휘해야하는데,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하나.
조태희 : 모니터링을 해주시는 교수들이 있다. 과거에는 엄격하게 지적을 했지만 요즘은 창의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시는 편이다. 이번에 ‘역린’의 경우에는 조재현 씨의 분장에 창의성을 많이 발휘했다. 힌트를 드리자면, 피해야 할 것들을 넣었다. 상상력을 과감하게 써보았다.
조태희 분장실장의 작업실에 있는 사극 액세서리들
Q. 액세서리도 모두 관여를 하나.조태희 : 그렇다. 이번에도 비녀 때문에 조각전문가, 유물복원가는 물론 공예 하시는 분들을 다 찾아뵈어야 했다. 그분들과 상의 끝에 비녀를 만든다. 비녀 하나 만드는 것에도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Q. 중국이나 일본 역시도 사극물이 많은데, 한국과는 또 다를 것 같다.
조태희 : 다 다르다. 중국의 경우, 인력이 워낙 풍부해 보조 출연자 1,000명이 나온다고 하면 투입되는 분장사들도 30명~40명이다. 그런데 우리는 8명의 분장사가 다 커버해야한다. 또 중국은 가발이 많이 발전돼있다. 일본 역시도 가발이 그들만의 스타일대로 발전된 형태다. 일본의 큰 가발회사를 가보니, 30명 정도의 직원이 가발을 만들고 테스트하고 있더라.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수염은 확실히 한국의 수준이 높다. 일본에서 분장하시는 분들도 가닥가닥 붙이는 수염을 신기해하더라.
Q. 일본 쪽과는 교류를 많이 한 듯하다.
조태희 :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분장을 하셨던 분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한다. 또 ‘백자의 사람’이라는 한일합작영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일본쪽과 교류하게 됐다. 당시에 일본의 한 배우가 수염에 대해 굉장히 신기해하시더라. 역시 한국의 손기술은 최고수준인 것 같다.
Q. 사극 분장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배우들에게도 큰 일일텐데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일 것 같다.
조태희 : 그렇다. 수염붙이고 상투 틀고, 굉장히 힘들다. 나 역시도 테스트 해보면 미치겠더라, 하하. 예전에는 한 번에 딱 붙이는 수염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은 잘 쓰지 않는다. 디테일하게 가닥가닥 붙이다보니 배우들로서는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제품이 과거보다는 독하지 않은 것으로 많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상투를 틀면 여전히 머리도 많이 빠지고 이마에 자국도 생긴다. 그래서 좀 더 수월한 제품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Q. ‘광해’의 분장이 화제가 된 것은 주연배우 한효주 씨의 메이크업이 굉장히 내추럴했기 때문이다. 거의 민낯에 가까웠다. 그런 분장이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조태희 : 그렇다. 요즘은 사람들이 두꺼운 메이크업에는 부담을 느끼는터라 내추럴하게 가려고 하는데 훨씬 어렵다. 특히 사극은 내추럴하게 하면 불리한 점이 많다. 현대물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태희 분장실장의 작업실 한쪽 벽을 수놓은 수염, 그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Q. ‘역린’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번에도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인가. 조태희 : ‘광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약하게 한 편이다. 거의 모든 배우들이 민낯에 가깝다. 그런데 ‘광해’ 당시에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나 역시 반신반의했다. 여배우들이 아이라인도 없고 속눈섭도 없으면 아파보이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 메이크업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 신선하고 깨끗하다는 의견이 많더라. ‘역린’의 경우는 ‘광해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내추럴한 것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요즘 여배우들이 다 예쁘다. 민낯 그대로 나와도 청초하다. 관객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톤을 유지해야할 것 같다.
Q. 가까이에서 만나 작업한 배우들이 다 톱스타들인데, 인간적으로 가까이 호흡을 한만큼 그들을 잘 알게 될 것 같다.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조태희 : 만나는 작품마다 배우들이 힘들게 한 적은 없었다. 다 믿고 맡겨주니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었다. 작품이 끝나고도 연락을 할 정도로 가까워지게 된다. 박해일 씨와는 요즘도 연락한다. ‘활’을 함께 할 때, 수염이 처음이라 처음에는 어색해 했으나 나중에 적응하고 나서 즐거워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병헌 씨는 배우를 10년 넘게 본 내게 여전히 연예인 같은 존재였다. 항상 좋아했던 배우라 더 그랬다. 이병헌 씨의 얼굴은 굉장히 각이 져있고 남자답다. 함께 ‘광해’를 할 때는 기존 왕들이 딱 정형화된 디자인의 수염이나 머리를 했었기에 과감하게 턱이나 구렛나루까지 수염을 붙여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왕의 품위와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걱정을 하신 분들도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실제 수염처럼 붙였더니 괜찮았다. 앞으로도 모든 작품의 분장에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다. 참, 이병헌 씨 통해 할리우드 분장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 분장 시스템이 궁금하다고 했더니, ‘지.아이.조’ 분장차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더라. 와, 엄청난 사이즈에 입이 벌어졌다. 사진으로만 봤는데도 너무나 부러웠다. 한국의 분장 시스템도 얼른 발전했으면 좋겠다.
류승룡 씨는 같이 작품을 많이 해서 정이 많이 들었다. 털털하고 살가운 느낌의 형이다.
워낙 동안인 차태현 씨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회의할 때 진지하지 않은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분장해야 진지해 보이지 않을까 고민했다. 긴머리와 상투, 두 가지 콘셉트를 놓고 고민을 했는데, 테스트 해보고 어울리는 쪽에 비중을 두자 했다. 상투가 더 잘 어울려서 초반 20은 긴머리로 나머지 80은 상투로 갔다. 사람들이 차태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게 귀엽게 붙였다. .
한효주 씨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장을 최대한 옅게 갔다. 배우 역시 대담하다 생각될 정도로 흔쾌히 OK를 했다. 머리 콘셉트도 여러가지를 이야기하면 ‘한 번 해보죠’, ‘저렇게도 해보죠’라고 말한다. 사실 ‘광해’에서 중전 메이크업은 처음에 최대한 옅게 한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더 옅게 가달라고 주문을 하셨다. 그것마저도 배우는 괜찮다고 했었다. 대신 효주 씨의 경우, 비녀는특이한 것을 썼다. 이전 사극에 나온 비녀들은 최대한 쓰지 않았다. 사극의 맹점인 것이 저 영화에 나온 비녀가 이 영화에 또 쓰이기도 한다. 나는 그런 것이 싫어서 90% 이상을 다 새로 제작했다. 심지어 ‘광해’ 당시 이병헌 씨의 용비녀를 만들기 위해 국내 조각가 분들 중 유명한 분들은 다 찾아다녔다. 워낙에 바쁘신 분들이고 영화작업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 관심도 없으신데, 다행히 한 분이 허락을 해주셔서 1kg이 넘는 용비녀를 제작했고, 다시 그것을 경량화 시키기 위해 가벼운 재질을 만드는 분을 찾아헤맸다. 이번에는 색이 금으로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또 컬러링을 해주실 수 있는 분을 찾아다니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그래도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다. 배우들도 포스터에도 예쁘게 나왔다. 영화 상에서도 그 비녀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조태희 분장실장은 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마음이라 말한다
‘역린’의 현빈 씨는 예의와 겸손 그 자체인 바른 청년이다. 워낙 얼굴선이 갸름해 옛날 왕 특유의 중후한 느낌보다는 세련된 느낌으로 가고자 했다. 비녀 길이도 극대화 시켰다. 멋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TV였다면 프레임에서 잘릴텐데, 영화상에서는 그렇게 커도 다 살아서 나온다. 이번에도 비녀나 장신구의 90%를 다 직접 디자인했다. 시간이 길게 걸렸다. 특히 이번에는 한복 장신구 작업에서 손바느질을 해주시는 할머니를 찾았는데, 그 분만이 만드는 패턴이 있다. 나이도 많으신 분이라 귀찮아서 안해주시려는 것을 엄청 졸라서 제작했다. 가끔 연락도 안될 때가 있었는데 초조해 미치겠더라. 그래도 너무나 잘 만들어주신다. 가끔 투덜투덜 욕도 하시지만, 하하. 그렇게 매번 각 분야 전문가들과 잘 공유해서 작업했다. 이런 작업은 결코 혼자할 수 없다. 상투를 하나 만들더라도 디자인은 내가 직접 해도 나머지는 공동의 작업이다.그리고 ‘역린’의 한지민 씨는 천사같은 분이다. 여배우인데 이렇게까지 수더분한 분이 있을까 싶었다. 효주 씨랑 지민 씨는 정말 까다롭지 않은 여배우다.
Q. 끝으로, 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조태희 : 기술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역시 사람의 마음이다. 나의 경우, 작품에 들어가기 전 배우가 했던 작품을 이변이 없는 한 다 찾아본다. 그리고 기존에 했던 것들의 각 파트별로 전화를 해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조사를 철저히 한다. 일상적인 부분까지도 미리 알고 간다. 그러면 두 시간 여의 분장 시간 동안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된다. 요즘 분장을 하러 오는 후배들을 보면 90% 이상은 중간에 나가 떨어진다. 현장은 겨울에는 너무나 춥고 여름에는 또 너무나 덥다. 본인이 생각했던 화려한 작업이 아닌 현실을 마주하고 나면 한 두달 만에 관둬버린다. 참, 신기한 것이 여자후배들은 그래도 버티는데 남자들이 못 버티더라. 속상하고 망므이 아프다. 그래서 요즘 영화 현장에 남자가 별로 없다. 내 기억에 실장급 남자 분장 스태프가 3명 정도, 많아야 4명이다. 한 번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쉽게 관두지 않고 끈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2~3년은 배우고 나간다고 생각하고 임했으면 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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