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두달 간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외계에서 온 남자 도민준(김수현)도, 국민 여신 천송이(전지현)도 우리 곁엔 없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명대사는 아직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다.

특히 ‘별에서 온 그대’는 남녀주인공의 로맨스 장면 뿐 아니라 곳곳에서 무겁지 않으면서도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선사하는 대사로 눈길을 모았다. 이에 텐아시아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별에서 온 그대’ 명대사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결과를 발표한다.

# 1위: 도민준의 독백 39%

자꾸 돌아봐져요. 그리고 자꾸 후회가 돼요. 한번도 남들과 같은 일상을 살아보지 못해서. 소소한 아침과 저녁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어떤 사람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아고 한 사람을 좋아하는 진심을 표현해보고 그런 것. 백년도 못 사는 인간들은 다들 하고 사는, 그래서 사소하다고 비웃었던 그런 것들… 그 작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모든 것들이 이제 와 하고 싶어졌습니다. 저 어떻게 하죠?

예상 밖의 1위는 도민준의 독백이었다. 조금씩 천송이에게 마음을 열게 된 도민준이 갑작스럽게 밀려든 사랑의 파고 앞에서 약해지는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낸 이 대사는 총 39%의 지지를 얻어 정상을 차지했다. 누군가와 일상을 나누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사소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는 도민준의 담담한 고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가장 크게 울린 대사로 꼽힌 것. 사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닌 주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일상을 함께 하는 데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들려주는 이 내용이 시청자들에게도 가장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 2위: 천송이의 깨달음 34%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과 내 편을 가장한 척. 인생에서 가끔 큰 시련이 오는 거, 한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느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

내로라하는 톱스타에서 한 순간에 바닥까지 추락한 천송이가 곁에서 자신을 질투해 온 유세미(유인나)에게 들려준 대사가 34%의 지지로 2위에 올랐다. 자신 앞에 주어진 시련이 다른 면에서는 기회가 된다는 송이의 말은 사회 생활 속에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겪으며 성숙해지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다.

# 3위: 장변호사의 조언 13%저야 그 긴 세월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그런 생각은 들대요. 인간은 죽을 걸 알면서도 참 열심히 사는구나, 언젠가 헤어질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할 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을 하는구나. 그렇게 어리석은 게 바로 인간이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괜찮아지겠죠. 없었던 일처럼 될 수도 있겠죠. 근데요, 나중도 중요하지만 지금 역시 중요한 것 아닙니까? 만약 정말로 그분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지금 아무렇지 않을 자신 있으십니까?

도민준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켜 온 장 변호사(김창완)의 다정다감한 충고는 13%로 3위였다. ‘인생은 순간 순간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라는 조언을 담은 장 변호사의 대사는 ‘별에서 온 그대’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살고 사랑하라는 내용을 장 변호사의 나직하지만 설득력있는 어투와 만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 4위: 도민준표 조선욕 8%
‘병자년 방죽을 부리다’ ‘밤중에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들!’ 국어에 왠만큼 일가견이 있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새로운 조선욕이 등장했다. 극 초반 도민준의 입을 통해 알려진 두 대사는 방송 내내 유행어로 자리하면서 ‘국어 사랑’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5위: 천송이의 사랑 고백 6%

의존증이 사랑으로도 바뀔 수 있는 건가요? 저는 치맥에 의존해요. 우울할 땐 늘 치맥을 찾곤 하죠. 그렇다고 닭다리를 보고 설레진 않아요. 근데 이건 설렌다는 거죠.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술이 바짝 타면서 눈앞에 안보이면 불안불안한 게…

갑작스러운 사랑의 열병으로 정신과까지 찾은 천송이가 치킨, 맥주와 도민준에 대한 마음을 비교하며 전한 대사. 이 대사는 중국에서 치킨 열풍이 일게 한 주역으로 자리하기도 했다. 전지현 특유의 코믹함이 가미된 연기로 대사의 맛이 한층 더 살아났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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