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식샤를 합시다’의 이수경, 윤두준, 윤소희(왼쪽부터)
분명 드라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입안에는 군침이 돈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어투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방송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가지 않으리만큼 리얼한 표정으로 음식을 흡입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발걸음은 주방을 향하게 된다. 기능적으로 사용되던 ‘먹방’을 작품의 전면에 내세운 케이블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에 대한 이야기다.오감을 자극하는 ‘4D 먹방’의 중심에는 ‘소품’이 아닌 ‘진짜 음식’이 있다. 모양만 그럴듯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각종 음식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늦은 시간 허기진 시청자들의 정신까지 흔들어놓고 있다.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날 등장하는 음식 메뉴를 확인한다는 윤두준과 시간에 쫓겨 남긴 음식 바라보며 애처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윤소희의 일화가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고영옥 푸드스타일리스트는 그런 ‘식샤’의 먹방에 일등 공신이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현장에서 직접 만들고, 작은 소품, 배우들의 의상까지 ‘TV 드라마’라는 특성을 고려해 공감각적 정서의 폭을 최대치로 확장하는 그녀의 열정은 매회 ‘식샤’를 수놓는 먹방으로,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문의로 결실을 보고 있다. ‘식샤’의 숨은 조연 고영옥 푸드스타일리스트, 그녀에게 ‘식샤’ 먹방의 비밀을 물었다.
Q.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독자들을 위해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업무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고영옥: 우리는 ‘식사공간 연출’이라는 표현을 쓴다. 어떤 장르의 작업이냐에 따라 조금씩 업무에 차이가 있다. 드라마의 경우에는 대본을 보고 배우와 음식, 그 상황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식샤’에서는 맛있는 음식은 더 맛있어 보이도록, 조촐한 식사의 경우에는 찌그러진 냄비와 집 반찬을 가져다 놓는 식으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Q. 듣고 보니 미술감독이 하는 일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고영옥: 맞다. 다만 푸드스타일리스트이다 보니 좀 더 음식과 식사에 집중하는 거다. 테이블 세팅부터 시작해서 배우들의 의상 색상까지 전방위적인 조화를 고려한다. 음식에도 표정이 있다. 동색, 유사색, 보색 대비 등을 잘 활용하면 음식의 숨겨진 표정을 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 다만 드라마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임기응변이 중요하다. 또 ‘식샤’ 같은 생활드라마는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도 리얼한 생활감이 묻어나도록 꾸미는 게 중요하다.Q. ‘푸드스타일링’에는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녹아있다는 느낌이다.
고영옥: 다양한 경험 해왔던 이력이 도움되는 것 같다. 도자기 공예부터 꽃꽂이, 불문학, 색채디자인을 전공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색채가 중요하다. 모든 학문이 색채를 빼고는 이야기가 어려울 정도니까. ‘매일 어떤 색상의 옷을 입을까?’ 하는 식의 일상적인 고민이 직업적으로 확장된 거라 보면 된다.
tvN ‘식샤를 합시다’에 등장한 음식들.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식샤’에 등장한 맛집을 찾는 누리꾼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Q. ‘식샤’에서는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실제 맛집을 찾아가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영옥: 맛집을 찾아갈 때는 음식의 맛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집중한다. 직접 만들 때는 조미료를 최대한 가미하지 않은 상태로 맛에 중점을 둔다. 촬영 여건상 오븐 음식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은 보통 전날 작업실에서 어느 정도 조리를 해서 가져간다. ‘식샤’를 연출한 박준화 PD의 지론이 “업소는 업소답게, 집밥은 집밥답게!”이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그 장소의 내재한 특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림 같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꾸미는 일은 없다.Q. 힘들게 준비한 만큼 배우들이 맛있게 먹을 때는 보람도 크게 느껴지겠다.
고영옥: 음식은 다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것 아니겠나. 윤두준은 매일 촬영장에 도착하면 오늘 메뉴가 무엇인지부터 물어본다. 특히 윤두준은 촬영 시간이 길어져도 음식을 뱉지 않고 전부 먹는다. 1회에서 짜장면, 탕수육을 만들었을 때는 촬영 끝나기 무섭게 다 없어지더라. 제작진이 하도 집어 먹어서 나중에 중국집에 추가로 배달을 시켰을 정도다.(웃음)
Q. 6회에서 두부 보쌈이 등장했을 때는 윤소희도 윤두준 못지않은 먹방을 선보였다.
고영옥: 사실 그 두부가 말썽이었다. 전날 직접 깨와 치자를 넣어서 만든 건데, 다 만들고 보니 ‘두부’가 아니라 ‘무지개떡’ 같더라.(웃음) 그래서 박준화 PD가 흰 두부만 넣어서 가자는 걸 설득해서 삼색 두부와 흰 두부를 반반씩 넣게 됐다. 수제 두부라서 그런지 그날따라 유독 윤소희가 맛있다면서 남다른 먹방을 선보였다. 방송에 담긴 모습이 연기가 아닌 거다.
Q. 반면 오랜 시간 음식을 준비해도 1초가량뿐이 방송에 안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럴 때는 아쉽지 않나.
고영옥: 왜 아니겠나, 음식은 정성인데.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드라마 촬영 스케줄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박준화 PD가 그 문제로 미안하다고 말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웃음)
tvN ‘식샤를 합시다’의 윤두준. 당장이라도 “뭐요?”라고 외칠 것만 같다.
Q. 또 먹방만큼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 있다. 윤두준이 각 음식에 대해서 전문가 수준의 평을 내놓는 것. 그 대사의 깊이가 상당하던데 작가와 협의가 이뤄진 내용인가.고영옥: 대본을 집필하는 건 온전히 작가의 고유 영역이다. 물론 제작진에서 의견을 내라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간혹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 조언을 하는 정도다. 예컨대 지난주 촬영 때는 알이 가득 찬 도루묵이 등장할 예정이었다. 근데 제철이 아니다 보니 도루묵을 구할 수가 없는 거다. 그런 식으로 계절에 안 맞는 재료가 등장하거나 푸드스타일리스트 입장에서 볼 때 문제가 있는 부분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뒀다. 특별히 등장하는 음식이 있나.
고영옥: 윤소희의 수제 초콜릿이 등장할 예정이다.(웃음) ‘초콜릿’이라는 음식을 통해 윤소희, 윤두준, 이수경의 삼각관계도 본격화될 거다.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 ‘식샤’만의 매력이 아니겠나.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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