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4에서 계속) 혼성밴드 케비넷 싱어롱즈는 1집 발표 이후, 팬클럽이 생겨났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멤버 대부분은 음악이 본업이 아니었기에 활동이 부진했다. 이에 멤버들은 진지하게 음악 작업을 했던 김목인에게 솔로 활동을 권유했다. 천성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김목인은 밴드에서 독립해 솔로 뮤지션이 되려는 마음이 없었다. “밴드 활동이 불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활동이 뜸하니 새로 만든 노래가 쌓여 가는데 발표를 못해 답답했습니다.”(김목인)
인디레이블 카바레 사운드에서 5년 정도 일하는 도중에 그를 음악 신으로 인도했던 김민규가 자신의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를 창립하며 회사를 나갔다. 2010년 김목인도 퇴사를 했다. 케비넷 싱얼롱즈의 활동이 지지부진했지만 김목인은 곧바로 솔로 데뷔를 꿈꾸지 않았다. 여성멤버 차지은과 듀엣활동을 간간히 했던 그는 다른 멤버 스캥크와 함께 홈레코딩을 시도했지만 무산이 되면서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다. “활동을 쉬고 있을 때, 민규 형이 가끔 건반 세션을 해달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솔로 앨범을 제안했을 때, 솔직히 레이블 일에 질려 있어 고민을 좀 했습니다. 결국 비즈니스로 이어지겠지만 그래도 민규형은 내 곡을 성심성의껏 들어줄 거라는 신뢰가 있어 녹음이 잘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해보자는 말에 결국 솔로 데뷔앨범 제작을 결심했습니다.”(김목인)
2011년 솔로 1집 녹음에 들어가기 전 김목인은 여러 가지 자기 검열 과정을 거쳤다. 밴드활동이 중단되어 혼자 홈레코딩을 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이것저것 노래하기보다는 이왕이면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새로운 스타일로 가보고 싶었다. “밴드 때는 멤버들이 제 곡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노래마다 어떤 감성인지에 대해 전달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음악가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중간자적 입장에서 음악에 대한 입장이나 주변의 반응들을 제 시선으로 솔직하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김목인)
연주에 신경을 많이 썼던 밴드 앨범과는 달리 솔로 데뷔앨범은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음악적 방향을 잡고 데모 제작에 들어갔다. 노래마다 제목을 붙이면서 제작이 끝나갈 무렵에 케비넷 싱어롱즈 1집에서 시도했던 내레이션 곡을 하나 넣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자신의 제안을 김민규 대표가 100% 수용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고집이 강한 민규 형은 트랙순서, 악기구성에 아이디어가 참 많아요. 앨범 두 장을 함께 작업하면서 편곡은 제가 많이 했지만 트랙순서와 믹스, 마스터링은 형에게 맡기는 편입니다. 10곡을 들어본 형이 내레이션 곡을 1번 트랙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솔직히 저는 1번 트랙을 그저 평범한 팝이라 생각했는데 제 앨범은 구현동화에 가깝기에 그 느낌이 잘 살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습니다.”(김목인)
1번 트랙은 바로 김목인 정규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에 수록된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다. 김민규 대표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같은 질문에 줄기차게 다른 대답을 제시하는 자문자답 형식인 이 곡은 솔직히 노래라기 보단 이야기에 가깝다. 그의 재치 넘치는 화법에는 기본적으로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녹아 있다. 2011년 발표한 그의 솔로 1집은 동료 음악가들의 감탄을 불러내며 ‘음악가의 음악가’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영미권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이 파도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루 리드나 앤디워홀처럼 연극적인 것을 좋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습니다.”(김목인)
‘음악가 자신의 노래’라는 앨범 타이틀은 시인 월트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와 비슷한 의미로 김목인 개인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모두의 이야기로 흘러든다. 1집 녹음은 그의 충주 고향집에서 첫 레코딩 때 연주했던 가정용 피아노와 클래식기타 연주와 주변 소음까지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자연스런 음향을 담아냈다. 케비넷싱어롱즈,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동료 음악인(더블베이스 이동준, 집시스윙기타 이호석, 아코디언 박혜리, 바이올린 조윤정, 드럼 장희원, 하모니카 허세정, 코러스 황진영, 윤주미)들이 세션에 우정 참여했다. “2008년부터 집시 앤 피쉬 오케스트라 멤버로 활동하면서 집시 스윙기타리스트인 장고 라인하트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1집에서 저보다 연주를 잘하는 분들과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낙원상가에서 기타 제작을 했던 노상백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 ‘홍대 물고기’에서 음악적 교류를 많이 했던 덕분입니다. 하림형이 중심적 인물이고 아코디언 연주하는 바드의 박혜리도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김목인)
수록곡들은 각기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와의 사연(꿈의 가로수길), 바쁘냐고 묻는 음악가의 이야기(일주일에게), 문을 닫는 단골 카페에 바치는 뮤지컬의 수록곡(뮤즈가 다녀가다), 음악 신에 대해 거는 말(씬),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이야기’란 영화를 보고 쓴 이야기(글렌 굴드), 음악가란 직업의 특수성에 대한 생각(음악가의 밭) 등 세상과 자신의 일상을 명민하게 스케치한 그의 가사들은 제법 문학성까지 느껴질 정도로 정겹다.(part6로 계속)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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