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많이 받았으니 돌려드려야죠.”
최근 자택을 문화쉼터로 제공한 JTN 정연우 대표는 어떤 질문에도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회원제로 공연을 열고 있는 JTN의 대표이지만, “음악은 잘 모른다”고 손사래를 치는가 하면, “손해를 보더라도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지난해 ’2013 국제문화예술인대상’에서 대중문화예술 공로대상을 수상한 정 대표는 ‘운명’처럼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감사한 이들에게 자신의 것을 내놓는 그의 모습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소중한 사례다.
10. 정원과 오르골, 서재까지 갤러리가 아름다운데요. 자택을 리모델링했다고 들었습니다.
정연우: 제가 살던 집이예요. 햇수로 20년 동안 갖고 있던 집을 고쳤죠. 그 전 주인이 9년 정도 살았으니, 햇수가 30년 되겠네요.
10. 평소 다양한 문화사업을 벌이고 계신데요, 이 갤러리를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연우: 햇수로 30년 넘었죠. 33주년 되었어요. 1981년부터 해서. 우리 멤버십 회원(회원제로 운영되는 JTN의 공연 멤버십) 중에서 올해 10년, 8년, 6년 된 사람들이 1만여명이 됩니다. 그 회원들에게 쉼터로 제공하는 것이죠. 회원이 두 번 이상 된 사람들에게 무료 쉼터로 개방하고 있습니다.10. 회원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정연우: 좋아해 주시네요. 두 번씩 하는 사람들, 좋은 분들이거든요. 제가 별로 해 주는 것도 없는데 고맙잖아요. 쉼터로 만들어서 (갤러리 안을 둘러보며) ‘작은 감동’을 드리고… 그 마음이 전해지면 또 저에게 돌아오겠죠,허허.
10. 자택을 어떻게 수리하신건가요?
정연우: 5개월 정도 수리를 했어요. 주변이 좀 시끄러우니까, 주위 레스토랑들에서는 우리가 ‘카페를 열까’ 많이 걱정하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아니니까, 집사람(김경희 관장)에게, 고맙다고들 하네요. 회원들에게 무료로 차와 케익을 제공하고 있어요. 동네에서도 아는 분들이 와서 카페를 해도 되긴 하겠죠. 직원이나 회원들이 좋아해야지, 그게 가장 중요해요.
오르골 앞에 선 JTN 정연우 대표
10. 오르골이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데요.정연우: 130년 된 것. 우리 나라에 한 대 뿐이예요. 미국에서도 이 정도의 상태는 못 구할거에요. 미국 에서 만들었는데 저런 것이 없어요. 이베이에 보면 이 판이 1893년에 만들어진 거예요. (LP처럼 생긴 금속 디스크판을 들어보이며)이렇게 가운데가 고음, 주변이 저음인데 돌면서 고음과 저음을 튕겨주는 것입니다. 음계가 시계침같이 생겨서 음악이 조화가 이뤄지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한 대 뿐이고 앞으로 구할 수도 없어요. 이제는 우리가 수입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거라고 합디다. 미국 사람이 와서 이제는 못 구할 거라고요.
10. 오르골 하면, 자그마한 것을 떠올리는데, 상당히 크네요. 어떻게 구하신건가요?
정연우: 일본에 오르골 카페가 많다고 합니다. 우울증도 치료하고 잠도 잘 오게도 만들고… 항상 정신적인 치료에 필요한 알파파를 받는 거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홀에서 춤추고 우리 관장이 그러던데…미국은 뮤직박스예요. 미국은 치료용 카페로 많이 있대요. 미국에서 저런 사업을 한 교포가 여기를 세를 얻어서 한 3년 사업을 했어요. ‘카드사 VIP 행사로 오르골 음악회를 자주 해서 터전을 잡았는데 못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오르골을 구입하고 앤틱 의자는 따로 샀어요.
10. 자택을 문화쉼터로 기부한다는게 큰 결심이셨을텐데요. 사실 이런 혜택을 누구에게나 개방하면 좋을 것 같거든요. 회원으로 한정되는 게 아쉽네요.
정연우: 유오성은 우리 성당에 다녀서 수녀님과 함께 온 적이 있긴 한데요. 회원들이 우선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오면 회원의 조용한 휴식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10. 층별로 소개를 해주세요.
정연우: 1층은 틈틈이 사 놓은 사진을 전시하고요, 2층은 오르골, 3층은 북까페 콘셉트예요.
10. 김경희 관장님과 함께 잡으신 콘셉트인가요.
정연우: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내서, ‘회원들이 어떻게 하면 좋아할까’ 의논해서 콘셉트를 만들었어요. 진공관은 (역시 김경희 관장이 운영하는) 갤러리 와에서 목조각으로 유명한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1950년도 작품들인데요, 그 조각가가 갖고 있던 것을 샀어요. 나무로 만든 진공관은 흔치 않죠. 나는 음악을 잘 모르지만 들으면 아주 좋아하더만요. 저도 가끔 와서 휴식을 취하고요.
10. 양평의 갤러리 와와, 이곳까지 두 군데 갤러리를 운영하게 되셨네요.
정연우: 양평 갤러리 와는 구정 쇠고 2월부터 리모델링을 하려고 해요. 앞으로는 그곳도 회원들 위해서만 만들려고 하고요. 사진 포토 아카데미를 만들까 생각 중이예요. 디카를 쉽게 찍는 법 같은 걸로요.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강의실도 만들 생각입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사진학과 교수님도 모실까 싶고요.10. 갤러리 와는 사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신가봐요.
정연우: 거기도 음악실도 만들려고 해요. 여기와 다르게 푸근한 의자로 놓고, 정말 쉼터로 차 한 잔 하고 가고. 사진, 음악, 강좌…기타 뭐를 만들어볼까.
10. 회원들에게만 공개하기로 결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연우: 신용사회에서 브랜드없이는 (사업을) 가져갈 수 없어요. 회원에게 어떻게든 신뢰를 주고 그들에게 주어야 받을 수 있고… 그리고 나는 많이 받았고, 잘 살았잖아요. 돌려드려야죠.
JTN 갤러리 정원에서 휴식 중인 정연우 대표
10. JTN의 공연 회원제가 원래는 중앙일보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정연우: 중앙일보랑 할 땐는 이런 콘서트까진 안 했고요. 평생교육 차원에서 ‘숙녀대학’이라는 것을 했죠. 2,000명을 수용하는 숭의음악당에서, 김동길, 고 안병욱 교수님 등 철학 계통의 강의를 했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30년전에, 지금은 삼성이 하는 그런 강연을 내가 개발했어요. 그 때는, 그거를 서비스로, 책(뉴스위크, 이코노미스트) 1년분 보는 분들에게 드렸지요. 1년동안 12번을 강의를 듣고, 강사 2번해서 두 시간하고. 사회자 해서 싱어롱(sing-along)하고… 재미있게 그런 프로그램 만들어서요.
10. 말하자면, 초반에는 판매 서비스의 하나였군요.
정연우: 그렇죠. 그런 거 때문에, 책을 안보려다가도 봤어요. 이벤트를 하고, 기업체 받아서 선물도 많이 줬고요. 지금은 줘도 안 좋아해. ‘숙녀대학’ 10년 넘게 했어요.. 강사 2명으로 강연하는 게 지루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강사 1명으로 바꿨다가, 가수로 또 바꾸면서… 콘서트로 돌린 거죠. 역사가 그렇게 되었어요. 변화했기에 살아남았어요. 클론처럼 굵직한 가수들도 했고요. 역사가 그리 되었어요.
10. 회원제로 회원을 모집하고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요.
정연우: 힘들죠. 직원들이 잘해요. 일꾼들이 많아요. 나는 조금만 해 주면 되죠.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친절해야 하고, 클레임처리를 잘 해야 합니다.
10. 33년간 문화사업을 하셨으니 에피소드도 많으실텐데요.
정연우: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요. 에피소드? 우리가 하루 한 번 행사를 못 했었어요. 어린이대공원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오후 6시부터 다 잠겨서 한 번 못한 적 있어요. 그 다음주에 공연해줬죠. 그 외에는 행사에 차질없이 30년 가까이 해 왔어요. 가수가 아프면 못 올 수도 있을텐데 기적과 같아요.
10. 대표님이 기업을 경영하는 네 가지 원칙이 ‘직원의 만족, 위기감 조성, 경쟁의식 고취, 적절한 보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정연우: 허허. 제가 그런 건 없는데, 직원이 그렇게 정리한 걸 보면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삼성도 위기감을 조성하긴 합디다만… 그냥 열심히 해 나가는 것이죠.
10. 어쨌든 대표님이 문화를 사랑하기에 이 사업을 오래하실 수 있다고 보는데요.
정연우: 문화를 사랑하는 것도 운명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이, 나는 공부를 잘하진 못했어요, 친구에게, ‘너는 법조인되라’하시고, 내보고는, ‘문화 쪽으로 간다’고 했어요. 전혀 그런 생각도 안 했고. 어릴 때는 꿈이라고는… 6.25 사변 때는 꿈이 뭐 있어요. 그 친구는 법조인되고, 선생님이 본대로 거의 되더라구요. 나는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문화사업을 하는 걸 보면 운명인 것 같아요. 문화를 알아서 한 게 아니고. 하다보니 길이 있는 것 같아요.
10. 고향이 어디신데요?
정연우: 경북 청도. 소싸움. 아주 시골이지 뭐.
10. 운명적으로 문화사업을 했다고 하셨지만 JTN이 한류의 덕을 본 것도 있지 않나요?
정연우: 콘서트를 본격적으로 한 게 15년 넘었는데 1년에 여섯 번씩 했어요. 콘서트 문화는 우리 회사가 단일회사로서는 제일 많이 했고, 또 인원 동원도 많이 했죠. 콘서트 문화를 접하게 했고요. 사실 쉽게 5만원, 7만원 주고 가게 되질 않잖아요. 그 문화를 심어놓은 거예요. 그래서 지난번에 상도 하나 받았지만, 그런 문화를 심어놨기에 한류 케이팝도 탄생을 하지 않을까요. 관객이 있어야 성공을 하고, 우리 문화를 심어놓았다는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요.
10.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사실 젊은이들이 콘서트를 많이 가긴 하지 않습니까.
정연우: ‘숙녀대학’ 때부터 모임에 가서 질서를 잡고 관객의 좋은 모습을 창출해내는 것을 우리가 했어요. 아주 많은 관중이 모이지만 호응도가 좋아요. 가수들이 생각보다 아주 좋아하고 느낌을 좋게 받고 가요. 양질의 관객이죠. 회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해요.
10. 공연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정연우: 사실 회원들이 대부분 자기 직업이 있고, 회비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니, 안정적으로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분들이지요. 갑자기 10만,20만원 주고 표 사서 공연을 가는 분들이 아니고요. 그런 분들이 우리를 좋아하니까. 회원들에게 너무 고맙죠.
10. 회원 유치는 텔레 마케팅으로 하시는데, 온라인 마케팅은 고려하지 않고 계신가요.
정연우: 네, 계속 텔레 마케팅으로 했는데… 전화로 해서 카드를 불러준다는 걸 생각해보세요. 우리를 신뢰하고 불러주니까 좋은 사람들이고, 1만명은 재가입을 하니까. 우리 행사를 아끼는 마음이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참 고맙고 고맙죠. 인터넷으로 하는 것도 고려는 하고 있어요.
10.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정연우: 4시45분에 일어나서… 40분 정도 기도하고. 6시 미사를 매일 갔다 집에 오면 7시10분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출근해서 일을 하죠. 열한시 정도에 자고, 잠을 잘 자요. 숙면을 하도록 만들어요. 덜 피곤하면 운동을 해요.
10. 올해 JTN 방향을 설명해주세요.
정연우: 우리 회원들을 위해 갤러리에서 할 것들 구상하는게 있고요. 2월부터 신입 회원들에게 1회 강좌 ‘J-Talk’이라는 이름으로 하려고 해요. 세종대 홀에서 2월24일 정찬우 컬투가 1시간 20분 정도 하려고요. 회원에게는 강좌를 1회 정도하려고 해요. 여기도 지금은 낮에만 하고 있는데 저녁이나 주말에 성악과 교수님들 불러서 한 20,30명 불러서 하우스 콘서트식으로 작은 공연을 해 볼까 싶어요. 스터디를 차근차근 해 보고 있어요. 주위에 피해가 안 가는 한에서 금관악기 클래식 공연도 하고 싶고요. 저도 색소폰 연주를 하려고 가져다 놓았어요. 극장을 하나 사야하는데…작년에 기획하다가 2,3년 안에 하나 사려고 그래요. 대학로에 이런 쉼터를 하나 만들어서 홍대 앞이랑 회원들이 쉬게 하고 싶어요.
10. 그동안 공연을 성공적으로 하신 노하우가 있다면요?
정연우:행사는 항상 불안하잖아요.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안 되잖아요. 행사할 때마다 힘들어요. 몸살이 날 정도예요. 지금도 그래요. 어깨도 아프고. 행사 끝나고 나면 그 날은 잠을 잘 자요. 1년에 여섯 번은 홍역을 치러요. 행사하는 회사의 대표는 다 그럴거예요. 불상사 때문에. 항상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요. 대표는 특히. 사원에게도 대외적으로도 늘 졌어요. 항상 참고 인내했어요.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어요.
10. 말씀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정연우: 종교(천주교)와 결부시켜서 그렇게 살아왔어요. 마음에 나쁜 기운이 모이면 좋지 않아요. 쓰레기니까 갖다 버리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봉헌하고…맺혔으면 풀어야 하고, 져야 하고…나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10. 나중에 이기기 위한 것인가요?
정연우: 이긴다고 생각하고 하는 것은 아니고… 마음을 나쁘게 해서 좋은 건 없으니까. 내가 살려고, 내가 편하려고. 내가 행복해야지. 나도 마음이 나빠지잖아 분노만 나고. 모든 일은 이유가 있어요. 반드시 있어요. 좋은 마음을 먹고 해야죠.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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