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화합의 장이었다. 31일 저녁 방송된 ‘2013 MBC 가요대제전’(이하 가요대제전)은 소녀시대 엑소 씨스타부터 박현빈 태진아까지 아이돌 가수뿐만 아니라 트로트, 힙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 총 42팀이 출격해 무대를 빛냈다. 라인업만으로는 10대부터 50대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연말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콜라보레이션 무대는 기본이었다. 에이핑크와 B1A4, 니엘과 에일리, 케이윌과 임창정 등이 힘을 합쳐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펼쳤다.

특히 ‘가요대제전’은 이전 ‘2013 KBS 가요대축제’와 ‘2013 SBS 가요대전’과는 차별화되는 무대로 지상파 가요제의 체면을 살렸다. 사전 녹화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음향과 카메라워크 문제를 개선했으며, 청백전을 녹여 끝까지 방송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과 다섯 명 MC의 진행은 생방송도 잊게 하는 매끄러운 진행이었다. 그동안 텐아시아는 ‘2013 KBS 가요대축제’와 ‘2013 SBS 가요대전’의 최고의 순간과 안타까운 순간을 선별해왔다. 그러나 ‘가요대축제’는 무대-진행-카메라 3박자가 들어맞아 ‘비교적’ 안타까운 순간 없이 즐거운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2013년을 빛낸 아티스트들의 찬란한 무대들 중 가장 좋았던 무대를 꼽아 콜라보레이션 BEST7를 선발했다.# ‘응칠’과 ‘응사’의 만남 : 에이핑크 B1A4


에이핑크와 B1A4는 ‘러브송 메들리’를 주제로 ‘희망사항’ ‘청바지 아가씨’ ‘스위티’ ‘그대와 함께’ ‘니가 참 좋아’ ‘캔디’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 등을 번갈아 부르는 무대를 준비했다. 특히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사랑노래를 재해석한 이들은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퍼포먼스로 각각의 노래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짧지만, 여러 곡의 안무 연습과 그룹간의 호흡이 중요한 무대이기에 이들의 상큼함이 빛이 났던 순간이었다. 특히 2012년 tvN ‘응답하라 1997’에 출연했던 정은지와 최근 tvN ‘응답하라 1994’에 출연했던 바로가 만나 추억의 노래를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 바로의 랩을 듣고 싶다!)

# 일당백 에일리의 활약
‘가요대제전’은 에일리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에일리는 이날 니엘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비롯해 개인 무대에서도 수준급의 랩 실력을 드러내며 활약을 펼쳤다. 댄스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원한 가창력과 성량을 자랑하는 에일리는 콜라보레이션 무대에서 아이코나 팝의 ‘아이 러브 잇(I Love it)’으로 개인 무대를 선보인 후, 니엘과 함께 마돈나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부른 ‘포미닛(4minutes)’를 선보였다. 미국 최고의 섹시 스타인 두 남녀가 펼친 퍼포먼스를 에일리와 니엘은 흑백의 배경과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섹시미와 함께 댄스, 가창력까지 드러냈다. 자칫 따라부르기에 그칠 수 있었던 노래를 에일리는 자신만의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소화했으며 니엘도 니엘만의 섹시함과 독특한 음색으로 색다른 ‘포미닛’을 만들었다. 에일리의 진가는 뒤이은 개인 무대에서도 드러났다. ‘유앤아이(U&I)’ 시작 전 대기실에서 무대까지 이동하며 랩을 선보인 에일리는 랩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음악 잘하는 가수라는 걸 증명했다.

# 힙합돌의 진수, 랩배틀을 보여주마 : 블락비


블락비는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무대 없이도 가요제만의 색다른 무대를 선사했다. 사전에 촬영한 비하인드 영상과 실제 무대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선보인 블락비는 특히 ‘베리 굿(Very Good)’ 무대 이전에 선보인 랩배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하인드 영상 속 피오의 묵직한 랩으로 시작된 랩배틀은 무대 위 지코-비하인드 영상 속 박경-지코로 이어지며 절정에 이르렀다. 랩배틀의 필수 요소(?)인 멤버들의 하품하는 모습까지 깨알 같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블락비 멤버들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랩배틀에 썼던 가사를 공개해 센스 있는 팬서비스까지 선보여 더욱 특별한 무대를 만들었다.# 가요제의 마지막 조각 : 설운도 박현빈 태진아 홍진영


모든 가수가 함께한 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설운도 태진아 박현빈 홍진영이 꾸민 선배들이 꾸민 트로트 무대에는 아이돌 가수들과 MC들도 흥겹게 댄스를 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준비된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서 무대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즐겁게 노래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축제의 장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설운도+박현빈’과 ‘태진아+홍진영’의 청백 대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네 사람이 모두 함께 꾸미는 무대까지 이어져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도 만들었다. ‘가요대제전’은 지상파 가요제 중 유일하게 트로트 가수의 무대를 꾸며 2013년을 수놓은 음악 장르들을 거의 모두 다루면서 축제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시켰다.

# 혼자로도 묵직한 존재감 : 이적
이적은 3사 가요제 중 유일하게 MBC ‘가요대제전’에 출연하며 자리를 빛냈다. 이날 이적은 2013년 11월에 발표한 정규 5집 앨범의 타이틀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로 2부 오프닝을 장식하며 감미롭게 ‘가요대제전’을 열었다. 이적은 직접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며 감미로운 무대를 선보인 후, 이어 자신의 히트곡인 ‘하늘을 달리다’와 ‘왼손잡이’를 열창하며 분위기를 한껏 달아 올렸다. 후배 가수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이적의 공연을 즐기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이적은 마치 자신의 단독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듯 무대 곳곳을 누비며 관객들도 함께 하는 흥겨운 시간을 만들었다.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은 없었지만,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더욱 특별한 무대였다.

# SM아티스트의 위엄 : 티파니 키 엠버 크리스 찬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도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을 꾸몄다. 소녀시대 티파니, 샤이니 키가 ‘뱅뱅(BangBang)’ 무대를 꾸몄고, 이어 키, f(x) 엠버, 엑소 크리스 찬열은 ‘라이크 어 지 식스(Like A G6)’를 함께 부르는 무대를 만들었다. 특히 ‘라이크 어 지 식스’ 무대에는 멤버들이 객석 사이사이를 오가며 관객들과 하이터치를 하는 등 적극적인 무대 매너를 선보여 열광적인 환호를 얻었다. 그저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형식적인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라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는 무대로 승화시켜 SM아티스트들끼리의 남다른 호흡까지 엿볼 수 있었다.

# 가요계 센 절친들이 모였다 : 이효리 타이거JK 윤미래


이효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했고, 오랜 절친인 타이거JK와 윤미래가 합류한 무대는 ‘역시나’였다. ‘미스코리아’ 힙합 버전, ‘살자’의 레게 버전에 이어 함께 ‘유고걸’과 ‘몬스터’까지 부른 이들은 이효리에 타이거JK와 윤미래 그리고 비지의 스타일을 녹여냈고, 반대로 이효리는 이들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녹여냈다. 특히 ‘미스코리아’에서는 윤미래가 자신만의 랩을, ‘몬스터’에서는 이효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오랜 무대 경험에서 흘러나오는 여유와 함께 절친과 부부 사이에서 느껴지는 호흡까지, 새로운 편곡과 함께 유쾌함을 선사한 기분 좋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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