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가 ‘힐링캠프’에 출연해 진땀을 뺐다
김구라, 그는 극단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남들은 하지 않지만 모두가 생각은 했던, 바로 그 간지러운 지점을 독설 가득한 질문으로 터뜨려 버리는 캐릭터에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불편해한다.팝 음악이 좋아 라디오DJ가 되고싶어 탤런트 시험에 지원했던, 그러나 결국은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국 생활을 시작한 김구라.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지상파 개그맨 생활은 얼마 하지 못했고 이후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그러다 2000년 인터넷 방송국 개국과 함께 한 번의 전기를 맞는다. 그는 여기서도 꿈꿨던 팝 음악방송을 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했고, 우연찮은 기회로 황봉알과 함께 시작하게 된 인터넷 방송에서 마침내 독설가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그는 본명인 김현동 대신 김구라라는 지금의 널리 알려진 예명을 처음 사용하게 됐다.차근차근 매니아 층을 확보했던 이 프로그램은 이후 딴지일보로 자리를 옮겨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이라는 보다 거창한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바뀌는데, 정치와 연예 쪽과 관련된 분석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JTBC ‘썰전’과 같은 모양새는 아니다. 당연히 비전문적이었으며, 편집 등의 걸러지는 장치가 없었으니 그 수위는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서 지난 2012년 문제가 된 김구라의 위안부 발언도 나오게 됐다.
김구라는 지난 9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 “그 때에는 내가 지상파로 다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사실 미래를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당시의 그에겐 비전이라는 것이 딱히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발언들은 더욱 정제될 수 없었다. 어쩌면 그에게 인터넷 방송이나 딴지일보는 지상파 입성이 무참하게 좌절됐던 불운한 한 개그맨, 생활고에 시달려야했던 가장으로서 속풀이를 할 수 있는 공간 정도였을지 모른다.
지금 김구라의 사정은 그 때와는 다르다. 현재의 그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메이저의 위치에 섰다. 예능계에 ‘유-강’ 체제라고 불리는 유재석-강호동의 투톱이 무너지면서 새롭게 부상한 캐릭터가 바로 김구라와 신동엽이다. 현재 두 사람은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다양한 채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신규 프로그램이 생겨날 때마다 MC로 투입되는 이도 이들 둘이다.흥미로운 것은 두 캐릭터는 모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속성 탓에 안정성을 가진 ‘유-강’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그나마 보다 경력이 오래되고 대중의 인지도도 높은 신동엽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그의 장기인 섹드립을 구가 하고 있지만, 특히 김구라는 안티가 많은 방송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2년 인터넷 방송 시절의 위안부 발언이 뒤늦게 문제가 돼 방송에서 하차했고 자숙의 기간을 가진 적이 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언젠가는 찾아왔을 그런 위기였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불안요소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구라가 메이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가진 위험성, 즉 호불호가 갈리는 확실한 캐릭터 탓이었다. 연출자들은 그의 이런 캐릭터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 쪽 연출자들을 만나보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김구라를 떠올리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종편채널의 한 PD는 “김구라와 한 번 작업을 해보고나서 꼭 다시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적도 있고, 지상파의 어느 PD는 “김구라와 함께 풍자 프로그램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수년 전부터 말해오기도 했다. 그만큼 그 캐릭터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구라가 ‘힐링캠프’에 출연해 애교를 선보이며, 과거 강지영 애교사건을 언급했다
현재 그와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MBC ‘라디오스타’ 전성호 PD는 “대중의 불편해하는 시선을 우리가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구라라는 캐릭터가 존재함으로써 줄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색깔이 확실한 캐릭터인만큼,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기본적 진용을 갖출 때 이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가 분명해진다”라며 “연출자로서 그런 독특한 캐릭터, 또 나아가 다양한 캐릭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사실 캐릭터가 많으면 많을 수록 예능의 재미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구라가 ‘힐링캠프’에서 말했듯, ‘선함’과 ‘웃음’은 공존하기가 쉽지않다. 적당한 악동기질이 웃음에 훨씬 가깝다. 또 솔직하지 못하면 외면하는 대중이 과연 김구라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려 한다면 그 모습에 동의할 수 있을까. 그러니 결국 김구라는 태생부터가 그러했듯 앞으로도 여전히 호불호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우리 앞에 나올 것이다. 다만 그가 메이저로 점한 세상의 범위가 넓을수록 그를 향한 불편한 시선들의 범위도 넓어진다는 것, 그것이 언제나 감수해야할 딜레마다.
김구라가 본연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묘책은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과의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소통에 있지 않을까. 비록 그 소통이 100% 성공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미래를 생각하지 못해 온갖 정제되지 못한 발언을 했던 과거의 그와 달리 이제 미래를 바라봐야하는 책임을 가진 그가 뱉어내는 독설 속에서 대중이 최소한의 신뢰를 요구하게 된 것, 혹은 그 독설을 내뱉는 태도 등을 지적하는 것은 모두 그와의 소통을 시작해보고자 하는 대중의 바람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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