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왼쪽)과 김희애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누나’에서 우리의 훈남, 승기는 11월 맹추위 속에서도 땀을 흘리고 만다.드라마 속에서나 무대 위에서는 훈훈한 내음을 풍겼던 국민승기, 누나들에게도 “누난 내 여자니까”를 외쳐 그 손을 잡고 따라가면 터키도 크로아티아도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을지 알았는데, 만 26세 연예인 승기는 낯선 외국 땅에서는 보살펴줘야하는 동생이었다. 물론, 잘 알지 못하더라도 누나들을 위해 밤새 크로아티아로 가는 여정의 경우의 수를 따지며 노트를 만드는 그 열정만큼은 그가 갖춘 최고의 잠재력이다. 아마도 이서진의 나이가 되면, 그러니까 16년이 더 지나면 그 역시도 ‘국민 남동생’이나 ‘국민 훈남’에 이어 ‘국민 짐꾼’,'국민 가이드’의 수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이토록 귀여운 허당승기의 캐릭터 탓에 사실 돋보이게 된 것은 누나 김희애와 이미연의 리더십이었다.13일 방송에서 김희애, 그리고 이미연의 고백에서 드러났듯 사실 이들은 대중과 퍽 가까운 배우는 아니었던 탓에 오해를 받기도 했고, 또 배우들끼리도 서로를 오해했던 적이 있었다. 김희애는 다소 거세 보이는, 그래서 방송에서는 ‘오지랖’으로 표현되는 이미연에 대해 “저런 성격이나 자신만의 정의감 탓에 세상이 오해했던 것이 아닐까. 사실 톡 건드리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인데, 스스로 나는 강해야돼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많이 쌓여 (미연의) 안이 상처로 곪았을 수 있겠더라”라고 이미연을 감싸 변호해줬다. 이미연 역시도 “사실 제가 윤여정 선생님만큼 어려웠던 분이 희애 언니였다. 주변에서 언니는 굉장히 예쁘게 예쁘게 행동하는데 너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안 좋게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희애 언니는 자기절제가 굉장히 강하고, 왜 사람들이 ‘김희애’, ‘김희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김희애라는 사람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배우들 중에서도 잘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여배우로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라고 그가 이번 여정을 통해 갖게된 김희애라는 선배이자 동료 여배우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오해했거나 혹은 달랐던 점들을 이해라는 울타리 속에 감싸안으며 훈훈하게 백허그를 했다.
아마도 두 여배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었듯, 대중 역시도 ‘꽃보다 누나’를 통해 김희애와 이미연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됐다고 생각하며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면들은 이승기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두 누나가 이승기를 대하는 모습에서 본래 가진 성격들이 가장 강하게 표출되기 때문이다.
김희애(왼)와 이미연은 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짐꾼’ 이승기를 도와준다
엄마같은 희애누나 vs 친형같고 친 누나같은 미연누나김희애는 ‘짐꾼’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의 가이드가 된 이승기가 생각보다 정신이 없고 잘 알지 못해 허둥지둥하자 조용히 자신이 터키 호텔까지 가는 차편을 알아오고, 넌지시 이승기가 그것을 스스로 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나서는 그 공을 이승기에게 돌리며 “나는 그저 조금 도와줬을 뿐이야. 승기야, 잘 했어”라고 톡톡 다독여준다.
반면 이미연은 이승기를 나서서 혼내기도 하고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이승기는 “저를 챙겨주는 건 (미연) 누나 뿐이에요”라고 말하게 만든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연이 함께 나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그 상황을 함께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에는 이승기가 이미연을 “형!”이라고 실수로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그러나 너무나 높아 보이는 여배우 선배들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함께 해주는 이미연의 존재는 그에게 큰 위안이 됐던 것이다. 사실 실제로는 두 사람 나이차가 16세가 나지만, 여행길에 투닥거리는 모습은 두 세살차 남매같아 보인다.김희애가 뒤에서 이승기를 응원하면서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엄마’의 리더십으로 감싸안는다면, 이미연은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결국은 가장 힘든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친누나, 친형제’ 같은 리더십으로 감싸안은 것이다.
‘꽃보다 누나’는 터키와 크로아티아의 그림같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여배우의 먹방은 거들 뿐이다. 매 회 누나들의 서로 다른 리더십 속에 성장해가는 막내 짐꾼 승기의 드라마와 두 누나의 따뜻한 리더십, 그리고 누나들끼리의 훈훈한 케미스트리가 유럽의 경관과 역사적 유물보다 더욱 가치있게 그려진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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