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준금은 김은숙 작가를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1982년 그의 나이 스무 살 무렵 드라마 ‘순애’로 데뷔했던 그는 결혼과 함께 잠시 연예계를 떠나있었고, 이혼 이후 다시 복귀했다. 어쩌면 배우로서 가장 예뻤을 시기에 활발히 활동을 하지 못한 것에 미련이 생길 법도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을지 모르게 활발하게 활동한 그의 2013년을 돌이키면 여배우에게도 나이는 변명에 불과한 시대인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그를 ‘현빈엄마’ 문분홍 여사로 또렷하게 인식시켜줬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힘이 컸다. 그래서 박준금은 김은숙 작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사실 SBS ‘상속자들’에서 박준금이 연기한 정지숙 역할은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김은숙 작가는 박준금에게 이 역을 제안하며 미안해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박준금은 김은숙 작가의 러브콜이라면 언제든 화답할 것이라고 말했다.“작가님의 대본은 읽고 또 읽어야 돼요. 정말 많이 읽고 여러 번 연습하죠. 어미를 어떻게 올리고 내리느냐에 따라 작가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게 전달되기에 여러 번 반복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도 쉬면서도 대본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는 그, 연기에 대한 열정은 젊은 배우 못지 않다. 현빈 엄마에 이어 이번 SBS ‘상속자들’을 통해 요즘 가장 인기 배우들인 최진혁 그리고 이민호의 엄마가 될 수 있었던 것, 그러니까 싱그러운 후배들과의 호흡이 그에게 일종의 삶의 동력으로도 작용한 듯 보였다. 후배 배우들을 이야기하는 표정에는 생기가 감돌았다.

“즐거워요. 그 아이들과 함께 현장에 있을 때의 기분은. 탄이(이민호)는 어쩜 그렇게 바쁘게 사는지, 안쓰럽기도 한데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깍듯하고 바른 친구예요. 영도(김우빈)나 다른 어린 친구들도 너무나 밝게 현장을 지켜주고 있어요. 그리고 원이(최진혁)에 대한 마음도 각별해요. 늘 곁에 와서 ‘선생님’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같이 하는데, 그 다정한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전해지죠.”

이민호, 김우빈, 최진혁을 비롯해 박신혜와 f(x) 크리스탈, 씨엔블루 강민혁,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까지 ‘상속자들’은 ‘대세자들’이라고 불릴만큼 대세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다. 그래서 현장은 팬들의 선물공세로 경쟁이 매번 경쟁이 벌어졌었다고. 심지어 제국고등학교 이사장으로 나오는 박준금이 대전의 한 학교에서 촬영을 나갈 때마다 몰려든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배우 인생에 있어 그런 열광적인 현장에 있어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하는 박준금은 “그게 또 바로 배우 하는 맛이죠. 지금 가장 반짝이고 예쁜 친구들이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용기를 가졌으면 해요. 물론 이미 너무 잘 하는 친구들이긴 하지만요”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뜨거웠던 ‘상속자들’은 12일 오후 20회로 종영한다. 그에게 결말에 관해 물어보았다. 인터뷰 당일 아직 마지막 대본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박준금은 “누구나 좋아하는 해피엔딩이 아닐까요?”라는 짧은 답만을 들려줬다. 그리고 정지숙의 엔딩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는 (정지숙이) 쿨해졌으면 좋겠어요. 탄이와 원이의 아버지인 제국그룹 회장(정동환)과는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가 아니기에 쿨하게 떠나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정지숙이 참고 산 세월도 있는만큼 받을 것은 다 받고 나와야겠죠”라고 했다.참, ‘시크릿가든’의 문분홍 여사의 여운이 워낙 컸던 탓에 사실 그가 ‘상속자들’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김은숙 작가 드라마의 팬들은 과거 ‘시크릿가든’ 커플의 엔딩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했다. 당시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은 우여곡절에 끝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끝까지 문분홍 여사의 거센 반대를 꺾진 못했다. 엔딩 신에서 주원-라임 커플의 아이들만 받아들이고 이들 부부는 여전히 냉대하는 모습이 그려졌었다. 결국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재벌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성을 비튼, 파격적 결말로 기억됐던 장면이다.

박준금은 “문분홍 여사는 아마 지금까지도 주원과 라임을 반대하고 있지않을까요? 만약 허락하려 했다면 벌써 했겠죠. 반대를 고집하는 것이 아마 그 여자의 자존심이 돼버렸을 것 같아요”라며 여전히 그에게 남아있는 여운을 곱씹었다.

‘시크릿가든’을 기점으로 그렇게 더 활기로 가득해진 박준금의 배우 인생. 그래서 ‘상속자들’ 외에 ‘결혼의 여신’, ‘백년의 유산’ 등 화제작들에 꾸준히 출연했던 2013년으로 이어진 그는 참으로 다복했었다며 1년을 추억하고 미소지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중견배우’라는 이름으로, 또 그가 맡은 캐릭터들의 겉모습만을 보고, ‘뻔한 캐릭터의 반복’이라고 말할 지 모르겠지만, 박준금은 젊은 배우 못지않은 젊은 감각으로 패션이나 메이크업에서 파격적인 시도에도 거리낌이 없는 이로 유명하다. 실제로 여러 차례 ‘엄마’ 역할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말해왔던 그. 화면 속에 비춰지는 모습을 조금 더 세심히 들여다보면, 남들과 달라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의 숨은 노력들은 캐릭터의 매력이 통통 살아숨쉬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서 유독 빛을 더 발하게 됐다.

‘상속자들’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다해낸 박준금, 이미 여러 작품들의 제안을 받고 있다는 2014년도 핑크빛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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