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미쓰에이(miss A)가 약 1년여 만에 두 번째 정규앨범 ‘허쉬(Hush)’로 돌아왔다. 지난 2010년 데뷔 곡 ‘뱃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로 단번에 가요차트 1위에 오른 미쓰에이는 가장 빠른 속도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걸그룹이다. 현대무용을 연상케 하는 차별화된 퍼포먼스와 친숙한 멜로디를 선보이며 원더 걸스의 뒤를 잇는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걸그룹의 위치를 무리 없이 꿰찼다. 탄탄대로가 펼쳐진 듯 보였다. 하지만 멤버 수지가 영화와 드라마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으며 팀의 무게감이 한쪽으로 쏠린 것도 사실. 이번 앨범이 미쓰에이에게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앨범에서는 이트라이브가 만든 ‘허쉬’를 타이틀곡으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미쓰에이는 여태껏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의 곡을 타이틀로 활동해왔다. 이트라이브는 원더 걸스의 라이벌이었던 소녀시대를 스타덤에 올린 ‘지(Gee)’를 만든 작곡팀. 지아는 “타이틀곡 후보가 50곡 정도가 있었다. 선곡 회의를 할 때에는 작곡가, 작사가를 알지 못한 채로 곡을 고르게 된다. 이번 타이틀곡 역시 멤버들과 박진영 피디님이 모두 좋아해서 선택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허쉬’는 JYP가 이트라이브에게서 약 2년 전에 받은 곡. 편곡은 박진영이 맡았다. 페이는 “항상 피디님이 지도를 해주시고 우리는 그것을 믿고 따라갔는데, 이번 타이틀곡은 박진영 피디님의 곡이 아니라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의 디렉터도 이트라이브가 직접 맡았다. 지아는 “이트라이브는 우리 노래에 대해 특별한 주문이 없었다. 피디님의 경우 부족한 부분에 있으면 연습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이었는데 이트라이브는 곡에 맞는 우리의 감정이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차이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총 13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박진영의 곡은 예전 곡을 다시 수록한 ‘터치(Touch)’와 ‘남자 없이 잘 살아’ 두 곡 뿐이다. 새로운 작곡가와 뮤지션이 대거 참여해 기존과 다른 미쓰에이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놀러와’는 최근 클럽 신에서 주목받은 일렉트로 팝 밴드 카세트 슈왈제네거의 프로덕션 유닛 타이거 골드가 작곡했다. 민은 이 곡을 마음에 드는 곡으로 꼽으며 “처음 곡을 들었을 때부터 부르고 싶다고 마음먹은 곡이다. 가사와 멜로디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수지는 LBC프로덕션의 노데이가 프로듀스한 ‘라이크 유(Like You)’를 좋아하는 새 앨범으로 꼽으며 “몽환적인 곡이다. 속삭이는 창법으로 잔잔하게 노래했다”라고 말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친구에 이별을 고하는 여자친구의 슬픔이 담긴 ‘하이드 앤 식(Hide & Sick)’은 지아가 좋아한 곡. 지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비트의 곡이다. 미쓰에이가 콘서트에서 잘 소화할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페이는 60~70년대 미국 모타운 풍의 곡인 ‘(마마) 아임 굿((Mama) I’m Good)’을 꼽으며 “기존에 미쓰에이의 앨범에 없던 스타일의 곡이다. 시원시원한 창법으로 노래하는 곡으로 미쓰에이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에이는 매 앨범마다 고난이도의 춤을 선보이며 ‘퍼포먼스 걸그룹’의 면모를 보여 왔다. 이번 메이크업과 퍼포먼스에서는 전보다 더 성숙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틀곡 안무에 대해 수지는 “전에는 관절이 끊어질 것 같이 파워풀하게 춤을 췄다면 이번에는 흐느적거리는 춤에 가깝다.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섹시한 느낌을 준다”라고 말했다.화장은 조금 진해졌지만, 의상은 여전히 심플하다. 수지는“우리 의상은 화려하지 않고 퍼포먼스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콘셉트”라며 “우리 미쓰에이는 퍼포먼스를 멋지게 소화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섹시한 것만 하려하기 보다는 우리의 스타일을 찾고 싶은 생각이 컸다”라고 말했다. 페이는 “우리의 춤은 힙합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깝다”며 “동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올 블랙으로 심플하게 옷을 입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미쓰에이는 백댄서 없이 네 명이서만 무대를 책임진다. 페이는 “시상식 같은 경우는 백댄서와 함께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미쓰에이는 네 명만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깔끔하고 멋져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진영은 전보다 참여 곡수는 줄었지만, 총괄 프로듀서로서 전반적인 콘셉트와 편곡, 안무에 관여했다. 지아는 “(야한 표정을 지으며)이런 걸 하지 말라고 피디님이 주문하셨다. 무표정으로 하는 것이 더 섹시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라고 말했다.

청순의 아이콘 수지는 미쓰에이를 통해 영화, 드라마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수지는 “항상 맡은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청순과 섹시 둘 다 잘 할 수 있다. 양쪽을 오가는 것이 힘들지 않다”라며 “무대 위에서는 미쓰에이 수지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공백기에는 수지 외에 페이가 ‘댄싱 위드 더 스타’에 나가고, 지아가 중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개인활동을 벌였다. 미리 공개된 티저 사진에서는 민이 성숙한 여성의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민은 “무대에서 예뻐 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로 7㎏를 뺐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오랜만에 컴백이지만 멤버들의 호흡은 더 단단해졌다. 페이는 “안무 연습을 할 때 우리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데뷔 때는 춤출 때 손 위치와 같은 기본동작을 고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말하지 않아도 딱딱 맞아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수지는 “전보다 녹음시간이 줄어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쓰에이에게는 자신들의 데뷔곡 ‘뱃 걸 굿 걸’이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기준점이 됐다. 데뷔곡으로 너무 빠른 시간에 정상에 올랐기 때문. 민은 “‘뱃 걸 굿 걸’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우리도 선곡, 안무, 의상 회의를 할 때 항상 ‘뱃 걸 굿 걸’보다 나은지 염려를 한다”라며 “이번 곡 ‘허쉬’는 예감이 좋다”라고 말했다.

미쓰에이도 어느덧 4년차 걸그룹이 됐다. 후배들도 생겼다. 지아는 “사실 데뷔 때에는 얼떨떨해서 긴장이 하나도 안 됐는데 오히려 지금이 그때보다 기대도 많이 하고 더 긴장이 된다”라고 말했다. 수지는 “이제 신인이 아니라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라며 “개인적인 바람은 새 앨범으로 1위를 하는 것보다도 타이틀곡 외에 앨범 수록곡들을 골고루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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