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붉은 가족’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참석한 배우 손병호, 박소영, 김유미, 정우, 이주형 감독, 김기덕 감독(왼쪽부터)

김기덕 감독이 각본 및 제작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붉은 가족’이 최승현 주연의 ‘동창생’과 같은 날인 오는 11월 6일 개봉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북한이 주된 소재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인다. ‘동창생’은 스타 캐스팅에 4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인 데 반해 ’붉은 가족’은 총 제작비 1억2천만원대의 소규모 작품이다. 이 때문에 ‘동창생’과 같은 날 개봉을 확정한 ‘붉은 가족’의 도전은 다소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우연이 아니라 김기덕 감독의 치밀한 계산 아래 이뤄졌다.김 감독은 31일 오전 서울 CGV 왕십리에서 진행된 ‘붉은 가족’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산업이 현재 오락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는 것 같다”며 “‘붉은 가족’으로 남북 관계의 본질적인 문제를 파헤쳐 보고 싶었고, 결국에는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다른 영화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붉은 가족’은 사이 단란한 가족으로 위장한 북한 간첩들이 돈타령을 하며 매일 싸우는 옆집 식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가족을 통해 인간과 가족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 작품의 기획 의도다. 이 메시지가 바로 김기덕 감독이 강조한 ’붉은 가족’의 경쟁력이다.

영화 ‘붉은 가족’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기덕 감독
김 감독은 “‘동창생’의 규모에 비해 우리는 열악해 보이지만 ‘붉은 가족’은 영화적 가치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거라 기대한다”며 “코미디나 스타를 내세우는 다른 영화들보다 남북 관계에 대한 영화를 ‘풍산개’에 이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가족, 인간에 대한 가치에 중심을 뒀고 그 메시지가 평화 통일을 앞당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에 출연한 손병호는 “영화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차분한 영화”이라고 소개했다.

‘붉은 가족’은 제26회 도쿄국제영화제를 통해 일본 관객을 먼저 만났고 관객상까지 수상했다. 이에 김유미는 “‘붉은 가족’의 남북관계와 웃음 코드를 일본 분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일본 관객들이 웃기도 하고, 영화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울기도 했다”며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던 추억이었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제 한국 관객이 ‘붉은 가족’을 만날 차례다. 그러나 저예산 영화인 만큼 극장에서 ‘붉은 가족’을 적극적으로 상영할지 김 감독은 걱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그는 “극장을 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극장을 사서 개봉을 해야 한다”며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만큼 많은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 불법으로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11월 6일 개봉.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제공. 김기덕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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