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감자별’

tvN 드라마 ‘감자별’ 1회 2013년 9월 23일 오후 9시 10분

다섯줄 요약
TV에서는 20대 여성 송모 씨가 연쇄살인사건 피해자로 살해당했다는 소식와 함께 행성 QR3가 지구 근처로 접근 중이란 보도가 흘러나오면서 앞으로 닥칠 위기를 예감케한다. 아버지가 몸담았던 기업인 콩콩에 입사를 꿈꾸는 나진아(하연수)는 패스트푸드점의 부점장으로서 점원들에게 ‘버거송’ 가르치기, 막힌 변기 뚫기 등 모든 방면에서 탁월함을 보인다.그 시각 콩콩의 고문 노수동(노주현)은 전립선 비대증으로 괴로워하고 아들인 대표 노민혁(고경표)는 자신이 하버드 출신임을 자랑하기에 급급하다. 서울 평창동 노씨 일가의 집에서는 시아버지와 노송(이순재)과 며느리 왕유정(금보라)이 서로 으르렁대기 일쑤고 변두리 재개발지역에 사는 나진아의 어머니 길선자(오영실)는 오늘도 다단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귀가중이던 나진아는 어두운 골목에서 홍혜성(여진구)를 만나 이후 인연을 예고한다.

리뷰
첫회에서는 노씨 일가와 나진아, 홍혜성 등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가 차근차근 펼쳐졌다. 여기에 각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둘러싼 이야기도 배경을 이루면서 향후 파란만장하게 펼쳐질 사건을 예고했다. 전립성 비대증으로 고통받는 노수동, 시아버지와 늘 대립을 일삼는 왕유정, 가난한 아르바이트생 나진아 등 각 인물들의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역사가 녹아 있다.

스카이 콩콩 개발로 회사를 돈방석에 올라 앉게 했지만 자신의 공은 고스란히 대표에게 돌아가고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인이 된 진아의 아버지, 부동산과 뇌물 수수로 축적한 부를 자랑스러워하는 왕유정 등 각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에는 나름의 역사성이 엿보인다.‘김병욱표 시트콤’다운 궁금증 유발 장치도 곳곳에 깔아놓았다. 노씨 일가에는 어릴 적 잃어버린 아들 준혁이 존재하고 행성 충돌과 연쇄살인사건 등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예고하는 복선은 이후 짜임새있게 스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처음으로 완결된 시놉시스로 시작했다는 제작진의 공언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카메오로 등장한 황정음의 역할도 신선했다. 상사의 잘난척과 온갖 개인 심부름에 지친 비서가 맘속으로 연인을 부르짖다 결국 폭발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케하는 요소다. 장면과 장면을 대비시키며 대립적인 요소를 강조한 재치있는 편집도 돋보였다.

120회 대장정의 첫발을 뗀 ‘감자별’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불안정성을 지닌 것이 결국 인생’이라는 주제를 블랙코미디와 버무려 어떤 그릇에 담아낼까. 그 첫 모양새는 신선하면서도 위트넘쳤다.

수다포인트
- ‘R’과 ‘L’ 발음을 구별하라는 고경표의 ‘뤼얼리?’ 연기에서 문득 ‘개그콘서트’ 김준현의 ‘고뤠?’가 떠올랐습니다만.
- 민혁의 진상으로 연인 용준을 만나지 못한 다소곳한 비서 정음이 결국 행성처럼 폭발하며 퇴장하는군요. 삶은 정말 예측불허입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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