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그는 대한민국 영화판에서 ‘승부사’로 통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대결을 피하지 않았고, 특유의 자신감으로 충무로를 호령해 왔다. 위기를 겪으면서도 지치지 않는 열정과 전투력으로 일어서길 반복했다. 1988년 을 시작으로 약 25년 간 총 19편의 영화를 연출해 오면서 국내 영화흥행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왔다. 혹자는 소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할 만한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영화가 없다며 평가절하 하지만 이런 시선에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영역에 집중했고, 그 결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흥행 감독으로 우뚝섰다. 충무로 최고의 흥행감독 강우석 감독의 옛날 영화를 돌아봤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사는 재수(정종준)과 고생(최재성)은 결혼 적령기를 놓친 노총각들. 어느 날 서울에서 열린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행사에 참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에 본격적으로 신부를 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기로 한 재수와 고생은 각각 여성 헬스클럽 관리인으로, 슈퍼마켓 배달부로 일하게 된다. 재수는 마사지 걸인 추자(박현숙)를 만나지만 농촌 총각이란 이유로 거절당하고, 고생은 다방 아가씨 영주(최수지)와의 관계가 무르익어 간다.10. SBS 에서 밝혔듯 은 등 1980년대 유행했던 에로영화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발을 내딛은 강우석 감독의 첫 연출작. 결혼을 위해 상경한 농촌 총각들의 이야기를 다룬 청춘물이자 사회 풍자 코미디지만 제작 과정에서 에로영화가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또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가 지금으로선 와 닿지 않지만 당시엔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때다. 아쉽게도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최재성, 최수지, 정종준, 박현숙 등이 출연했다. 1988년 개봉.



고교 2년생인 봉구(김보성), 천재(최수훈), 창수(김민종)는 ‘절친’이다. 성적이 최하위인 봉구는 성적이 우수한 은주(이미연)를 좋아하고, 천재는 양호 선생님(최수지)을 짝사랑한다. 창수는 집이 어려워 그런 것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는 상황. 은주는 성적에 집착하면서도 봉구의 수수한 열정에 마음이 흔들리고 야외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음 시험에서 7등으로 밀려난 은주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을 한다.

10. 강우석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인 는 1989년 개봉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실제 이 영화는 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이 남긴 유서의 마지막 문구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제목만큼은 누구나 알만큼 유명했고,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갔다. 한 편의 영화 제목이 당대 최고의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예나 지금이나 드문 경우다. 특히 강우석 감독은 하이틴 영화의 테두리를 안에서 특유의 유머를 발휘해 웃음 속에 감동을 만들어냈다. 당시 강우석 감독은 영평상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연은 당대의 하이틴 스타로 부상했고, 백상예술대상에서 김보성과 함께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환락가를 누비고 다니던 조 형사(안성기)와 그의 파트너 김 형사(주호성)는 불법 영업 중인 가라오케를 봐주다가 시경 검찰반의 급습으로 적발 당한다. 다행히 경고 처분에 그친 조 형사는 이 사건으로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신참 강 형사(박중훈)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게 된다. 그러나 매사 융통성 없이 정석대로만 일을 처리하는 강 형사 때문에 능청스럽게 살아가던 조 형사는 곤란에 처한다. 조 형사는 강 형사를 유혹하기 위해 수원(지수원)이란 여자를 내세우지만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간다.

10. 강우석 감독은 이후 연이어 사회 풍자 코미디를 내놨지만 흥행 실패를 거듭했다. 최진실, 최민수가 주연한로 다시금 일어선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딴 영화사를 설립하고, 1993년 를 선보였다. ‘큰 웃음’을 가득 안기면서도 부패하고 능글맞은 조 형사와 강직한 강 형사 콤비를 통해 사회 비판적인 요소까지 적절히 녹여내며 흥행 대박을 일궈냈다. 투톱 경찰 영화의 효시격이며, 안성기와 박중훈이란 명콤비를 만들어냈다. 강우석 감독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표작 중 하나다.




비오는 한 밤, 잠복근무 중이던 철중(설경구)은 수상한 검은 그림자와 부딪히고, 다툼 중에 상대방의 칼에 베인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칼로 난자당한 노부부의 시체가 발견되고, 시체를 보던 철중은 문득 빗속에서 마주쳤던 수상한 그림자가 떠오른다. 그리고 펀드매니저 규환(이성재)을 만난 철중은 직감적으로 살인자임을 느끼고, 심증만으로 규환의 주변을 파헤친다. 규환의 반격도 만만찮다. 그러던 중 또다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둘의 싸움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10. 2002년 개봉된 은 강철중이란 독보적인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후 등 시리즈로 이어질 만큼 강철중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복서 출신의 악질 경찰과 악랄하고 지능적인 살인범과의 대결을 통해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전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강우석 특유의 색깔이 드러났다. 존속살인 등 민감한 내용이 가득했음에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무엇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였던 설경구는 ‘흥행력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급부상했다. 이성재 역시 새로운 악역의 유형을 만들어냈다.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인간대접 받을 수 없었던 강인찬(설경구)은 어느날 살인미수로 수감된다. 그런 그에게 한 군인이 다가와 ‘나라를 위해 칼을 잡을 수 있겠냐’는 제안을 한다. 사형을 언도 받은 인찬은 사형장이 아닌 인천 외딴 부둣가에서 상필(정재영), 찬석(강성진) 등을 만나 외딴 섬 실미도로 향하게 된다. 영문 모르고 실미도에 오게 된 31명의 훈련병들은 김재현 준위(안성기), 조중사(허준호)의 인솔 하에 북파를 위한 혹독한 지옥훈련을 받게 된다. 하지만 남북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이들의 존재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10. 1968년 창설된 ‘실미도 684부대’ 실화를 토대로 한 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움직이며, 2003년 당시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000만 관객’을 국내 최초로 불러 모았다. 강우석 감독은 “촬영하면서 배우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1,000만을 예감”하며 ‘1,000만’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스태프 사이에선 극 중 부대 이름을 따 ‘684만’을 흥행 목표로 잡기도 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는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대사다. 는 암울했던 현대사를 드러내며 사회적 반향을 가져왔다. 촬영 초기엔 북파공작원 출신들의 위협도 있었고, 이들은 실제 언론시사회 장을 찾기도 했다. 설경구 정재영안성기 허준호 등이 출연했고, 신인 시절의 엄태웅 김강우 등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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