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이 4월 27일 오후 7시 싱가포르의 맥스 파빌리온에서 아시아 팬미팅 ‘퍼스트 아시아 팬미팅 투어(First Asia Fan meeting Tour)’를 가졌다. 홍콩에 이어 열린 이번 팬미팅은 현빈이 제대한 후 첫 번째로 갖는 공식 해외행사이다. 그의 귀환을 기다려온 해외팬들에 대한 보답의 인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싱가폴의 청담동이라 할 수 있는 오차드 로드의 한 백화점에서 현빈 팬미팅에 관한 포스터를 보았을 때, 그의 인기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유명서점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시크릿 가든 DVD만으로도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직접 팬미팅에서 확인한 그에 대한 팬들의 열정은 상상 이상이었다.팬미팅 시작 전, 티켓 부스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팬들이 있었다. 함께 분홍 티셔츠를 맞춰입은 모습이 열혈팬의 면모가 물씬 풍겼다. 정성스레 만든 선물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말을 걸어봤다. 싱가포르 사람도 아니고, 일본에서 현빈 팬미팅을 보기 위해 하루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한다. 팬미팅이 끝나고 다음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싱가포르에 온 목적은 오직 현빈을 보기 위해서였던 것.
맥스 파빌리온은 3,000석 규모의 대형홀로, 보통 콘서트나 대형행사에 쓰인다. 큰 규모의 홀이 오직 팬미팅을 위해 거의 꽉 들어 찬 것을 보니 신기했다. 드디어 의 주제곡인 ‘그 여자’를 부르며 현빈이 등장했다. 한국에서 온 배우의 팬미팅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다니. 이것이 말로만 듣던 ‘한류’인가 싶어서 신기했다. 더욱이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는 것을 보는 것은 진귀한 풍경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팬미팅은 전체적으로 스페셜 영상과 퍼포먼스, 팬들과의 게임, 인터뷰 등으로 구성되었다. 짧은 인터뷰 후 시작한 첫 게임에서는 현빈이 즉석으로 제시한 4가지 조건 (머리묶은 분, 검은 바지, 운동화, 흰색 상의)을 모두 갖춘 최종 11명에게 현빈이 직접 사인한 인어공주 책 (에 나온 동화)을 선물하였다. 팬미팅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행사는 팬과의 소통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특히, 현빈이 미리 통에 담아 둔 팬들의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뽑아 전화를 거는 순서가 눈길을 끌었다. 현빈이 전화를 걸 때에는 홀안에 있던 모든 여인들이 자신의 전화기를 신주단지처럼 받들고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들과 드라마 의 한 장면처럼 함께 셀카를 찍어주고, 무대에서 내려와 팬들에게 직접 희망사항을 듣고 즉석에서 이뤄주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한 팬이 백허그를 요구할 때는 다른 팬들의 질투어린 환호성에 귀가 멍멍해지기까지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여성들에게 백허그는 로맨틱의 상징인가보다. 선택되지 않은 팬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고, 그들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려 애쓰는 등의 모습에서 현빈의 세심하고 따뜻한 성격이 드러났다.
스페셜 영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그의 군생활 모습이 보여졌다. 그는 군 생활을 통해, 인내심과 세상 모든 것은 당연한 것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꽤 긴 공백기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본인 보다 10세 정도 어린 친구들과의 생활을 통해,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고,그 좋은 기운을 여러분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하는 말에서는 보다 성숙해진 그를 느낄 수 있었다.현빈의 개인적인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를 열창하기도 하고, 마임을 새로 배워 팬들에게 마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퀸의 ‘돈 스탑 나우(Don’t stop me now)’를 배경음악으로 한 레이저와 마임을 섞은 새로운 형태의 이 마임을 통해, 새로운 출발과 시작, 도전의 의미를 자신의 몸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중간에 예상치 못한 레이저 고장으로 마임의 완성도가 떨어져 본인이 매우 아쉬워하였다. 팬들은 그런 실수 정도는 상관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그가 마임에서 하고 싶었던 말처럼, 그에게 지금은 다시 시작하는 순간일 것이다. 앞으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그는 돌아갔던 팬들을 다시 데려오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소한 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몰려온, 그가 온다는 이유만으로 싱가폴까지 날아온 팬들은 어디론가 가지 않았다. 그의 새로운 시작을 설레는 기대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남자를 응원하고 있고,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사실 나는 그와 아무관계가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싱가포르=글,사진. 김정선 jungsun2002@gmail.com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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