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원작소설이 그랬듯, 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데이지(캐리 멀리건)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개츠비(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무조건적인 사랑. 개츠비는 장교 시절 잠시 만났던 데이지를 잊지 못하고, 결국 닉(토비 맥과이어)을 통해 5년만에 그녀와 만난다. 개츠비는 데이지와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데이지의 죄를 덮어쓰게 된다.

명작을 충실히 뒤따르는 ‘친절한 고전 해설서’ 관람지수 – 8 / 원작지수 – 9 / 3D지수 – 7
토비 맥과이어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캐리 멀리건 (왼쪽부터)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읽은 건 몇 년 전이다. 책 소개에 ‘미국의 국민 소설’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었다. 한국어로 번역된 고위층들의 대화, 1920년대의 낯선 미국 풍경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랑 앞에 위대하다 못해 미련했던 개츠비와 사랑에 쉽게 흔들리고 쉽게 사랑을 포기한 야속한 데이지의 캐릭터 정도였다. 16일 개봉된 영화 는 쉽게 와 닿지 않던 원작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한다. 영화가 원작소설의 의미를 해칠까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2013년의 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속 개츠비는 원작에 비해 인간적이다. 데이지를 5년 만에 만나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는 귀엽다. 쉽게 톰을 떠나지 못하는 데이지를 보며 붉어진 얼굴로 애써 옷매무새를 다듬는 그는 안쓰럽다. 데이지의 머리 위로 수많은 종류의 실크 셔츠가 쌓이는 장면은 데이지에게 모든 걸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개츠비의 마음이 가장 로맨틱하게 표현된 대목이다. 대저택을 소유한 부자인 데다가 잘생기기까지 한 개츠비지만, 영화는 개츠비를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느끼게 하는 데 성공했고 캐릭터는 더욱 선명해졌다.배우들은 활자로 그려졌던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말끔한 재력가에서 사랑에 허우적대는 남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개츠비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닉 캐러웨이 역할을 맡은 토비 맥과이어, 데이지 역할을 맡은 캐리 멀리건도 원작의 캐릭터를 큰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특히 캐리 멀리건은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개츠비가 목숨을 걸 만한 사랑스러움을 모두 표현해야 하는 데이지를 잘 표현했다. 다만, 원작에서 강조된 조던 베이커(엘리자베스 데비키)의 매력이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쉽다.

1922년의 뉴욕과 현재가 만나는 지점도 발견할 수 있다. 는 드라마 장르로는 보기 드물게 3D입체영화로 제작됐다. 100년 전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최신 그래픽 기술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춤을 추는 초반부의 파티 장면이나 강 건너 멀리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는 개츠비의 모습은 분명 3D였기에 더 잘 전달될 수 있었다. 1920년대에 유행했던 음악은 재즈지만 파티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는 2000년대의 대중가요가 녹아 있다. 비욘세의 ‘Crazy in love’ 등 재즈로 편곡된 대중가요를 영화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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