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한없이 농염했다가도 (‘사랑밖에 난 몰라’), 흐느끼는 듯한 음성으로 가슴을 울린다. (‘한 오백년’) 하지만 바다의 진가는 “여러분 일어나주세요, Stand up! 괜찮아요!”하며 끓는 듯한 에너지로 관객들을 일으켜 세우며 무대를 휘저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소녀시대’) 여유 넘치는 무대매너와 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은 바다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참 쉽게 노래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한다.데뷔한 지 16년, ‘가요계의 요정’으로 무대에 섰을 때부터 솔로 활동과 뮤지컬 무대를 지나 KBS (이하 )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기까지 언제나 ‘노래하는 사람’이었던 바다는 지금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노래하고 있다. 새 뮤지컬 개막을 앞두고 만난 바다는 흔히 이야기하는 ‘디바’ 그 이상의 가치를 말하고 있었다.



완벽한 자율학습의 장,
정말 감사하게도 몇 개월 동안 계속 저한테 얘기를 해주셨어요. 사실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고, 음반이나 방송활동도 이제는 꼭 제가 필요한 자리에만 에너지를 모아서 무대를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렇게 해야만 인생에 플랜을 두고, 더 좋은 무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요. 지금부터 어떻게 보면 제가 원하는 무대를 위한 과정이에요.

을 위해 준비하는 무대는 짧은 시간이지만 저 자신에게도 테스트를 하는 부분이거든요. 제가 단순히 누군가에게 평가 받기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 자율학습 하듯이 저 혼자서 하는 테스트가 첫 번째에요. 이외의 평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중요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안에서의 그런 용기나 가능성 같은 부분은 누군가에 의해서 깎이고 싶지는 않아요.

스탭분들이 정말 애를 많이 쓰세요, 제작회의 밤새 같이 하고 무대 하나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시고, 바람 하나 맞히는 것도 몇 번의 리허설을 통해서 하는 거에요. 방송 자체가 가식이 없고, 진정성이 있어서 이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해요. 모든 가수분들, 스탭분들, 피디님들 할 것 없이 모든 게 굉장히 유기적이에요. 한 번 놀러 오세요, 분위기 진짜 좋아요. (웃음)

부담스럽지만 넘고 싶은 이름 “바욘세”

‘바욘세’ (바다+비욘세)라는 닉네임은 참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죠, 근데 저는 ‘내가 거기서 더 플러스할 수 있는 게 뭘까, 내가 바다기 때문에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해요. 비욘세 플러스 알파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는 거기서 뭔가 더 저다운 모습을 보태고 싶고, 그래서 새로운걸 다시금 창조하고 싶어요. 좋은 거에 좋은 걸 보태면 또 더 좋은 게 나올 수 있잖아요.항상 연상을 했었어요, 어떻게 하면 라이브를 내가 원하는 만큼 하고, 뛰면서도 노래를 잘해야 하니까. 그래서 십 년 동안 늘 뛰면서 노래했어요. 데뷔 전까지는 저희 집이 산 바로 뒤라서 항상 그렇게 했었는데, 서울 나와서 제가 찾은 게 잠수교였어요. 잠수교 1000미터. 한번은 외국인이 불러 세웠었어요, ‘너 뭐 하는 사람인데 이러고 있니.’ (웃음) 잠수교 뛴 지는 4년 정도 됐는데, 그걸 더 발현하게 된 게 불명이고 지금 저에게 결과로 와 닿는 부분이에요.

How does it get any better than this? 제가 늘 항상 외우는 문장이자 거의 매일 외치는 단어에요. 무대를 준비하면서 프로듀서 돈 스파이크에게도 항상 묻고, 저 스스로에게도 하는 질문이죠, 어떻게 하면 이것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저는 동양인으로서의 제 무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동양여자에게 기대하기 힘든 파워풀한 모습에 신비스러운 부분들을 좀 더 플러스해서,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만으로도 ‘아시아가수도 저렇게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겸비할 수 있구나, 이런 류의 가수가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무대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바다

S.E.S와 솔로 앨범, 수많은 실험을 정리해 놓은 음악 사전

지금도 노래 연습 중에 꼭 S.E.S. 모창을 해요. (웃음) S.E.S. 노래를 혹시 10 년 후에 누가 갑자기 시켜도 그 음색을 다시 낼 수 있는 게 하나의 무기라고 생각해요. 목소리의 몸매를 관리하는 거죠. 그 때 보이스에 대한 연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보컬과 리더라는 책임감이 있었고,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강했던 거 같아요. 총 3인분을 연구 하다 보니까 정말 지금 들어도 다양한 소리가 많고 디테일이 엄청나요. 마치 제가 소리로 정리해놓은 사전 같아요. 지금도 되게 많이 참고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저는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도 제 앨범 하나하나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스스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을 통해서 나 혼자 열어놓은 가능성에 대해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물음표를 가져다 주셔서, 그게 어떤 찬사의 마침표보다 더 설레고 좋아요. 서른 살 초반에 바다로서 디바라는 닉네임을 다시 찾아간다는 게 무척 흥분되고,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제 앨범은 제가 앞으로 들려드릴 부분에 대한 베이스가 되는 거고, 그 경험들이 없었다면 앞으로도 없는 거니까, 기쁘고 의미 있는 연애를 했다고 생각해요.



‘바다만’ 부를 수 있는 노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행사나 콘서트를 할 때 쉬어갈 수 있는 노래에요. 코러스 부분에서 다들 불러 주시니까, 제가 부르려고 해도 함성 소리가 너무 커서 마이크를 대드리고 “그래요, 부르세요, 부르세요” 이런 느낌이에요. (웃음) 은 사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정말 얼마 안 돼서 세상밖에 다시 나오려고 나간 거였어요. 그 때 정말 많은 위로를 받고, 그때 이후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일년은 쉬었어요.

에서 ‘옛사랑’을 부르니까 그때서야 다 정리가 됐어요. 너무 좋은 곡이고, 브릿지를 넣을 수 있었지만 억지로 터뜨리는 게 아니라 내 심리 그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무대를 가자고 생각했어요. 결국 눈물이 좀 났지만 진짜 ‘엄마 이제 난 준비가 된 거 같아’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음주부터 오케이, 진짜 내 모습 4년 간 혼자 했던 콘서트 때 모습을 보여드린 거죠. 사실 예전에는 생각이 좀 갇혀 있었는데, 지금은 함께 나누는 게 너무 좋아요. 속이 다 시원해요. (웃음)



무대 위의 열정, 무대 밖의 애정

저는 무대에서 열정을 보여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넌 어때?’라고 질문할 수 있는 무대를 하고 싶어요. 꼭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지금 꿈을 못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질문하라고 얘기하고 싶고요, 저도 어떻게 하면 되는 지 찾는 과정에서 무대를 하는 거거든요. 저는 시너지와 영감이 최고목표에요. ‘언니로 인해 에너지 받았어요,’ ‘저도 뭐 해보려고 해요’ 이런 것들이 제게는 또 다시 영감이에요. 이분이 나로 인해 희망을 가졌대 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고.

어렸을 때 무기명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 친구가 집은 힘든데 노력을 많이 하더라 라고 소문이 나서 이름 없이 도와주신 단체가 있었어요. 지금 두산 연강재단과 하고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도 제가 경험한 걸 저도 해주고 있는 거에요. 누군가 날 믿어줬을 때 저는 희망을 찾았었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힘든 친구들도 희망을 가지고, 환경이 자신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아무도 날 함부로 할 수 없는 거거든요, 자기 자신 조차도.



바다

모두의 뮤즈가 되는 날까지

새 앨범을 통해서 뭔가를 보여주기 보다는, 계속 진보하는 게 제 목표에요. 불명으로 받은 닉네임이 ‘디바’긴 하지만, 사실 함부로 붙여지는 이름은 아닌 거 같아요. 저를 그렇게 불러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그게 목표도 아니고. 저는 그냥 계속 가능성을 둘 수 있는 가수이고 싶어요. 나중에도 섹시 디바는 제가 원하는 코드는 아니에요. 그냥 시간이 지났을 때 디바라고 할 수 있는 가수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늘이 중요하고 내일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다음주가 새 뮤지컬 개막인데, 너무 설레요. 사실 이번에 과 함께 준비했는데, 우리는 그렇잖아요, 50점씩 할 수 없어요 무조건 하면 100 점 나와야 되는 거거든요. 왜냐면 저는 아마추어가 아니니까. 스스로 인정하는 게 과정은 무척 아마추어에요. 노래 가사 외우는 거, 대사 외우는 거 배우 중에 가장 느려요. 하지만 제가 믿는 건 어떻게 해서든 무대에서는 아마추어이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은…감동 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글,편집. 이혜지 hj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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