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PD는 한다면 합니다. 마셰코에 재도전장!

안녕하세요. 전 텐PD의 조연출입니다. 여러분의 열렬한 사랑(?) 속에 매주 희한하고 재미있는 요리에 도전 중인 텐PD님의 조수인 저는 보이지 않는 그늘 속에서 나름대로 제 할일을 하고 있는가봉가.

저희 텐PD님이 최근에 처참한 실패를 겪었지요. 마스터셰프에 도전장을 내밀었거든요. 그게 그러니까 7월에 일어난 일인데, TV를 보던 텐PD님이 갑자기 Olive 채널의 ‘마스터 세프 코리아’ 에 등장한 ‘오렌지 간장을 곁들인 소고기 라이스페이퍼 말이’에 도전하겠다는 거예요.갑자기 투지와 의지에 불타던 PD님은 몇 시간을 뚝딱뚝딱 하더니 더위에 풀 죽은 듯 축축하고 미끈미끈한 이상한 덩어리들을 가지고 왔어요. 그러고는 저는 하나도 안 주고 혼자 다 먹더니 “맛은 대충 있는데, 앞으로 고기는 그냥 구워먹자. 뭘 말아서 먹냐”라더군요.

그렇게 실패로 기록되고 말았을 텐PD님의 도전.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나요. 텐PD님의 정체불명의 요리를 본 ‘마셰코’의 최석원 셰프가 직접 연락을 취해 온 거죠. 친절히 레시피까지 공개하시면서, 텐PD님의 불꽃 의지를 더욱 불태우게 만들었어요. 기어코 직접 셰프님을 만나러 가겠다던 텐PD님의 뒤를 저도 장바구니를 들고 쭐래쭐래 따라가 보았습니다.

텐PD님과 최석원 셰프님은 무려 임자수탕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임자수탕은커녕, 생닭고기를 만져본 적도 없을 것 같은 텐PD님은 애써 센 척 흔쾌히 도전에 OK 하시더군요. 보는 제가 다 조마조마했는데 말이죠. 제 마음을 읽었는지 최석원 셰프님은 “그렇게 어려운 요리는 아니에요”라며 저희를 위로(?)했습니다.그리고 드디어 개봉! 핏기가 남은 발가벗은 닭고기를 보는데 집에서 과일만 가는 저는 ‘으웩, 저걸 어떻게 만져’ 했습니다. 그런데 텐PD님은 최석원 셰프의 어깨너머로 흘깃 보더니 아주 신이 났습니다. “우와, 생닭은 처음 만져봐요. 집에 가서 꼭 다시 해봐야지!!”

의외로(?) 우리의 텐PD님은 최석원 셰프를 흉내 내어 닭손질을 곧잘 하더군요. 잠시 저는, 닭손질에 도전한 텐PD님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희열을 느꼈다.” 왜죠? “토막 내니까 스트레스 다 날아갔다.” 이거, 위험한데요.

아무튼 손질한 닭을 냄비에 넣었어요. 그때 텐PD님은 제게 오더니 슬쩍 “최석원 셰프의 닭은 고운 흰 살결을 자랑하는데 왜 내 닭은 불그스름하지?”라고 말했어요. 벌써부터 재료 탓을 할 기미를 보인 거죠. 죄송해요. 제가 닭의 피부 색깔까지 체크하진 못했습니다. ㅠ_ㅠ
야채 손질 중인 텐PD(왼쪽)와 최석원 셰프

그리고 야채손질 타임! 예상했던 대로, 최석원 셰프와 텐PD님의 야채손질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쿵쾅쿵쾅 두드리니 텐PD님은 마냥 신이 난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사실, 이번 주제는 마스터 셰프에 재도전한 텐PD였는데 야채 써는 두 사람 은근 다정해보이기까지 합니다. 함께 요리하는 부녀의 기운이 느껴졌달 까요. 최석원 셰프는 “원래 옆에서 조수가 요리를 도와줘야 하는 건데, 이건 뭐 내가 다 하는 것 같네”라며 껄껄 웃긴 했지만, 텐PD님을 다정하게 가르쳐주며 하는 이번 작업이 꽤 재미있는 듯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 속에서처럼 깐깐한 심사위원들 앞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하는 요리랑은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작업이었겠죠? 아무튼 두 사람의 다정함 속에 토막 난 야채도 전부 냄비로 투하.

네리고마…사는게 아니라 만드는 겁니다…
최석원 셰프는 이번엔 깨를 볶아서 네리고마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건 사실 계획에 없는 일이었어요. 원래는 마트에서 네리고마를 사오기로 돼있었는데, 조수인 제가 그만 깜박 한 거예요. ㅠ_ㅠ 제가 바들바들 떨면서 네리고마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하니, 최석원 셰프 “그럼 만들면 되니까 깨와 땅콩버터만 구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무서운 텐PD님께 맞을 뻔 했는데, 정말이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어느 새 냄비 속에 닭고기와 야채는 익어갔습니다. 솔솔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두 분의 셰프가 분주한 와중에 육수와 닭고기가 익었나 확인할 겸 맛을 좀 보았습니다. 하하하, 뜨끈한 닭 육수가 빈 위장을 달래주었습니다.

익어가는 텐PD(오른쪽)의 요리
나중에 보니 최석원 셰프님은 이 육수를 그대로 다 버리시더군요. 그러면서 “사실 정말 비경제적인 요리죠. 버릴 게 너무 많아요. 그냥 사드세요”라고 하셨습니다. 하하.

차차 완성되어가는 요리. 냄비 속 닭고기는 다 익었고, 이제는 식히기만 하면 됩니다. 그 막간을 이용해 다정해진 두 셰프는 오이를 소금에 절이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사이사이 설거지도 했는데, 평소라면 제가 할 일을 텐PD님이 직접 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제가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아서요”라며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텐PD님은 제가 알던 그분이 아니었…..(죄송). 아무튼, 설거지가 끝나자 따끈하던 닭고기도 시원해졌고 우리는 네리고마와 소금에 절인 오이까지 곁들인 임자수탕을 마침내 맛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사실, 최석원 셰프님이 많이 도와주신 탓인지 텐PD님의 것과 맛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미 중반부터 저희는 대결구도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부엌엔 화기애애함이 가득했죠. 텐PD님이 힘들어하면 최석원 셰프님이 어느 새 다가와 도와주셨고요, 간을 맞추는 것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마무리는 역시 훈훈한 먹방이죠

이날 최석원 셰프님은 “사실 천상의 맛 같은 것은 없다. 다 갖춰놓고 만들면 맛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정리해주셨고, 함께 요리를 했던 저희도 동의해요. 사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먹느냐 아닐까요?

텐PD님과 요리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최석원 셰프님은 “언젠가 또 다시 만나서 파스타 요리에 도전해보자”는 약속을 해주셨어요. 우리의 텐PD님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저는 또 다시 불안해지고 말았습니다. 하하;;;;;

글, 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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