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코리아’ 조연출들이 몸으로 ‘SNL’을 표현하고 있다

난립하는 19금 코드와 쫄깃한 시사풍자를 오가며 마구마구 망가지는 호스트들.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는 한국에선 누구도 엄두를 못 냈던 방송이다.

시즌1 첫 회 방송을 끝내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한국에서는 누구도 못한 방송을 우리가 해냈다”며 환호했다고 한다. 벌써 시즌4를 맞았지만, 그때 가슴을 뜨뜻하게 만들었던 열기는 여전하다.젊은 방송의 상징이 돼버린 ‘SNL 코리아’의 숨은 주인공, 조연출 6명 박지혜(4년 경력), 김희진(3년), 윤인회(2년), 김상배(2년), 정현빈(1년), 손용락(3개월)을 만나고 왔다.

단언컨대, 이들은 ‘물건들’이었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그냥 찍지 않았고, 심지어 온갖 상황을 만들어 연기까지 선보였다. 그들 자체가 ‘SNL 코리아’ 였다.

“병맛(인터넷 유행어, 맥락 없고 어이없다는 뜻)에도 강하고, 섹드립(인터넷 유행어로 성적인 드립의 줄임말, 영어 혼용어)에도 강해요. 우리끼리는 그냥 하는 이야기인데도 다른 사람들이 듣고 깜짝 놀라죠. 그제야 낯 뜨거운 느낌이 들 때도 많아요. 특히 엘리베이터 안에서요(웃음).”지금까지 만나본 조연출들과는 다르게, 이들의 주 업무는 편집은 아니었다. 장소 섭외 등의 야외촬영 준비나 의상과 분장, 소품 제작 및 체크 등 전반적인 촬영 준비가 바로 이들이 하는 일이었다.

“직업병 없냐고요? 여자 친구랑 쉬는 날 데이트를 해도 ‘어, 다음에 여기서 촬영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요. 길가다 본 쓰레기도 눈여겨보고 ‘어, 저건 다음에 촬영 때 써도 되겠다’라는 생각도 하고요. 이 일을 하기 전에 저는 낯선 사람한테 말을 거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아무 집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 ‘촬영 때문에 그러는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묻고 있는 저를 발견하죠. 지구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무엇이든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러고 보니 야외 촬영 한 번 나가면 별별 일이 다 생기겠다 싶었다. 그나마 요즘은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높아 일반 시민들도 협조를 잘 해주는 편인데,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간혹 이상한 분들이 협박을 하거나 갑자기 벽을 타고 내려오는 기이한 행동으로 촬영을 방해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대부분은 협조를 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미리 장소 섭외를 다 해두고 가지만 현장에서 생기는 변수 때문에 갑자기 촬영을 구경하시는 시민들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이제는 반가워해주시고 기꺼이 도와주시는 편이에요. 특히 가양동 사시는 이소연 사모님께는 매번 급할 때마다 연락드려서 장소 협조를 부탁드리는데 이 자리를 빌어 꼭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SNL코리아’ 조연출들이 배우 못지 않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에 비하면 이들의 현실은 고되다. 주6일 근무에 하루 쉬는 일요일은 잠만 자기도 바쁘다. 특히 생방송이 있는 토요일은 이들의 표현에 의하면 ‘앉아서 똥을 쌀 것 같은’(표현도 지극히 ‘SNL’ 스럽다) 그런 날이다. 각 코너들의 편집을 시시각각 체크하며 넘기고, 촬영 전반의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이곳저곳 왔다 갔다 하느라 마음 편히 무대를 볼 새도 없다.“생방송은 여전히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죠. 생방송이 모두 끝나면 무대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도 배우들이고, 박수를 받는 것도 배우들이지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도 뿌듯해요. 아직은 저희가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커튼콜을 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뭐라 말로 설명 못해요. 저희는 매회 무대가 끝나면 포옹을 해요. 오글거리지 않냐고요? 전혀요. 심지어 운 적도 있는 걸요. 감동 그 자체의 순간이에요.”

조연출은 마약과도 같아 끊을 수 없다는 이들에게서 무엇보다 ‘SNL코리아’라는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한국에 정착시켰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처음 시작할 때는 실험이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시도를 했었고, 시즌2 양동근 편에서 19금 소재를 첫 시도하면서는 ‘아,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이 정도까지는 열려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 식으로 차츰차츰 자유롭게 그러나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도들을 해온 거죠. 선배들은 ‘어린 친구들인 너희가 해낸 것이라 더욱 뜻깊다’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그럴 때 너무 감사하고 뿌듯해요.”

관객은 늘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만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빛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존재들이 오늘도 어두운 그늘 속에서 분투한다. 신동엽의 섹드립과 김슬기의 욕 사이 스며든 조연출들의 땀방울들을 우리는 또 시간이 지나면 잊고 말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고군분투는 계속 될 것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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