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정웅인(왼쪽부터)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분노와 그에 따른 복수심.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는 사람의 마음을 다룬 이야기다. ‘너목들’에는 마음을 다루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먼저 첫 번째 남자 박수하(이종석)는 어릴 적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이후 상대방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된 인물. 두 번째 남자, 민준국(정웅인)은 수하와 같은 초능력은 없지만 남들보다 비상한 머리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분노가 더해져 복수의 화신이 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파괴하는 자.운명의 실타래가 엉킨 듯 종잡을 수 없는 두 남자는 드라마 속에서 팽팽한 대결구도로 긴장감을 부여한다. 과연 이 끈질긴 대결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너목들’이 12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총 다섯 번 맞붙은 대결을 다시 돌아보며 누가 마지막 승자가 될 것인지 점쳐보았다.

ROUND 1 // 1회 자동차 사고로 처음 만난 그들, 지독한 악연의 시작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정웅인(왼쪽부터)
자동차 사고는 수하와 준국이 앞으로 겪게 될 지독한 악연의 시작에 불과했다. 화물차에 부딪혔음에도 살아남은 수하의 아버지를 발견한 준국은 그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혜성(이보영)의 도움으로 수하는 목숨을 부지하지만, 결국 아버지를 지키는 데는 실패한다.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 속 닉 마샬(멜 깁슨)처럼 수하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얻었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 수하는 첫 만남의 이후 혜성을 지키고,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잃었지만 ‘왓 위민 원트’ 속 멜 깁슨과 같이 마음을 읽는 능력을 얻고 민준국을 교도소로 보낸 박수하 승!

ROUND 2 // 4회 수하의 의도적인 접근, 치열해진 두뇌싸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정웅인(왼쪽부터)

형을 살고 나온 민준국은 2회의 마지막에 얼굴을 비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3회에서 혜성에게 ‘I’ll be there’라는 문자를 남기며 혜성과 수하에게 접근한 준국은 마침내 4회에 접어들며 수하와 전면전을 펼치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수하는 신분까지 위장해가며 ‘사랑의 밥차’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준국을 찾아가지만, 학교를 찾아온 준국에게 신분이 탈로 나고 만다. 그리고 두 사람이 정식으로 마주한 롯XX아에서 준국은 감출 수 없는 악인의 면모를 드러낸다. 수하의 능력을 간파한 준국은 말없이 생각만으로 수하를 괴롭히고 이를 참지 못한 수하는 준국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입에 피를 머금은 채 분노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수하를 보며 낄낄대는 준국의 모습에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황정민이 분한 백 사장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준국은 약 1분여간의 신 하나로 새로운 지능형 악당의 등장을 예고했다.두들겨 맞긴 했지만 ‘달콤한 인생’ 속 백 사장처럼 수하의 감정을 폭발시키는데 성공한 민준국 승!



ROUND 3 // 8회 본색을 드러낸 악마에게 놀아나는 사람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정웅인(왼쪽부터)

새로 등장한 지능형 악당 준국은 과거의 악인들보다 더 잔인하고 똑똑했다. 5회에서 경찰에게 ‘먼 곳으로 떠난다’고 태연히 거짓말을 하더니 그는 이내 혜성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찾았고, 결국 혜성의 어머니 어춘심(김해숙)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 초연하게 대응한 춘심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정말 압권이었던 것은 준국의 광기어린 표정이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춘심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할 혜성과 수하를 떠올리며 웃음을 띠는 그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으로 빙의한 듯한 준국은 살인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을 즈음에는 차관우 변호사에게 본인의 무고함을 호소하는 한편 피고인 석에 앉아서는 이성을 되찾는 영악함까지 선보인다. “꼬마야 여기 먹물먹은 등신들도 모두 내편인 것 같구나”하고 생각으로 말을 건네는 준국에 수하는 복수를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악마를 보았다’ 속 최민식으로 빙의한 듯 태연자약하게 살인을 저지르고도 무죄 판결을 받은 민준국 승!



ROUND 4 // 9회 수하가 잔혹해질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정웅인(왼쪽부터)

민준국은 무죄를 선고 받게 되고 수하와 준국의 대결은 다시 한 번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수하는 준국이 혜성을 위협하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와 정면대결을 펼치기로 결심한다. 단 둘이 마주한 네 번째 대결에서 수하는 꾸준히 갈고 닦은 태권도 실력으로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 이강패(소지섭)이 장수타(강지환)을 데리고 놀 듯 육체적인 능력으로 준국을 압도한다. 쓰러진 준국에게 준비한 칼을 들이밀며 결판을 지으려는 순간, “내가 말했지. 저 인간을 죽이면 넌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살인자가 된다고”하는 혜성의 말에 준국을 추격할 마음을 접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준국은 수하의 등에 칼을 꽂고 얼굴에 비열한 미소를 띠운 채 유유히 사라진다.

결정타를 날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5분여간 ‘영화는 영화다’ 속 이강패처럼 민준국을 두들겨 패는데 성공한 박수하 승!



ROUND 5// 10회 돌아온 악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정웅인(왼쪽부터)

민준국의 것으로 보이는 잘려나간 왼손이 발견되면서 수하는 ‘왼손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변호인은 피해자 민준국이 아직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라는 혜성의 말과 함께 수하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되고, 죽은 줄 알았던 민준국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와 같이 철저히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는 민준국. ‘왼손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하를 신고한 민 씨네 가게 아주머니는 준국에 의해 살해당하게 되고 수하는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게 된다. 1년 전 그날 두 남자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급의 반전 연기를 펼치며 한층 더 치밀하고 잔혹해져 돌아온 민준국 승!



NEXT ROUND // 기억이 돌아온 수하, 마지막 대결을 준비하는 준국

방송이 18회로 연장되며 6회만을 남겨둔 ‘너목들’ 수하와 준국의 지난한 대결도 종반부를 향해 가고 있다. 기억이 돌아왔지만 혜성에 대한 사랑까지 다시금 깨닫게 된 수하와 복수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며 용의선상에 올라 행동의 제약이 생긴 준국. 지켜야할 것이 많아진 남자와 더 이상 잃은 것이 없는 남자의 목숨을 건 마지막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지….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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