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예능인, 아마추어 탁구 선수, 캘리그라피 작가, 예비 작가.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을 설명하기 위한 수식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혹자는 KBS2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조달환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프로그램에 출연할 적부터 배우의 자격이 아닌 아마추어 탁구 강자로 ‘탁신’이라는 수식을 달고 나왔기에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쵸레이 하!”라고 외치는 그와 배우 조달환을 매치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조달환의 의외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작품에 이름을 올린 배우이고, 캘리그라피(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 개인 전시회를 두 번이나 연 작가이자 저서 출판을 앞둔 예비 작가이기도 하다. 마치 ‘아직 놀랄 게 더 남았어!’라고 말하는 듯하지 않은가. 여기에 한 가지 더. 그는 대뜸 “나는 지구별 여행자다”는 말을 꺼내놓더니, 그가 가는 모든 길은 ‘사랑’으로 통하는지 박애주의자처럼 사랑을 예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알 듯 모를 듯한 남자와의 대화는 그의 의외성만큼이나 진정성이 있었다. 하루하루를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는 그에게 성공적인 외도의 비결을 들어봤다. 추신. 인터뷰 말미에 조달환이 텐아시아를 위해 선물한 캘리그래피 작품을 공개한다. 어느덧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조 작가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놓치지 마시길.

Q. 당신에게 ‘우리동네 예체능’이란 정말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탁구에서 종목이 바뀌었는데도 고정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이 무엇인가(웃음).
조달환:
출연 당시만 해도 강호동과 이수근이 나를 배우로 대했다(웃음). 완전히 판이 다른 곳이기에 고정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었다. ‘우리동네 예체능’ 출연한 건 천운이었다. 처음에는 열심히만 하려고 했다. 반응이 좋았던 “쵸레이 하!” 같은 경우에도 원래 탁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구호이다. ‘어려운 볼을 주겠다’는 의미의 중국말인데 아무래도 본업이 배우다 보니 맛깔나게 따라 했고 생각지도 못한 호응을 얻었다.Q. 예능 프로그램에 이렇게 직접 출연한 것은 ‘우리동네 예체능’이 처음이다. 함께한 출연진이 조언도 해주었는가.
조달환:
얼마 전에도 강호동이 내게 말했다. “달환아 웃기려고 하지 마. 웃기는 건 수근이가 잘한다. 힘이 들어가면 가식이 나온다.” 처음에 작가, PD와도 이야기했는데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연기가 되고 식상해진다더라. 재미를 찾는 것은 자신들의 몫이니 그냥 편하게 즐기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감을 못 잡겠는 건 마찬가지다(웃음).

조달환은 내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정암아트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시회를 연다.

Q. ‘우리동네 예체능’을 보면 유독 출연진 간의 우애가 돈독하다. 마치 ‘식구’와 같은 느낌이랄까.
조달환:
‘영화판 식구’와는 느낌이 또 다르더라. 남자들끼리 5개월 동안 운동하고 매번 같이 씻고 하는데 오죽하겠는가(웃음). 연습할 때 함께 고생하니까 파트너쉽도 생기고 경기에 패배하면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온다.Q. 분명 연기와 예능은 다르다. 타 분야에 온 사람으로서 프로그램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조달환: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배우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얘기는 예능 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연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얘기로 “배우가 되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먼저 감동하게 하라”는 말이 있다. 본인이 할 것만 하고 말면 연기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수근은 촬영장에서도 최고다. 시청자뿐만 아니라 제작진까지 배꼽을 빼놓는다. 강호동은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분들은 연기자가 아닌 배우다.

Q.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나와서는 “나는 배우가 아니라 연기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인가.
조달환: 아직도 나의 연기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마음과 몸에 욕심이 있으니 자연스럽지도 않고 창의적이지도 않게 되는 거다.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온몸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연기가 끝나고 나서는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가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그 영역에 도달하려면 멀었다.

Q. 본인이 꼽는 조달환 연기 인생 최악의 순간은 언제인가.
조달환: 최악은 KBS2 드라마 ‘해신’ 때였다. 워낙 연기가 뛰어난 최수종, 수애, 이희도 선배와 함께 하다 보니 나의 미천한 실력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이더라(웃음).
조달환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작품은 눈이 내리는 모습을 글자와 색깔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Q.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 건가.
조달환:
오달수, 오정세, 김인권, 손현주, 임창정 선배를 존경한다. 달수 선배의 자연스러움과 묵직한 울림을 배우고 싶다. 정세 선배는 영화 ‘커플즈’를 찍을 때 정말 많이 배웠다. 연기는 결국 배우가 표현하는 것이기에 배우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적인 매력과 인성이 중요하다.

Q. 오달수를 따라서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까지 하게 됐다.
조달환:
매 순간이 감동이었다. 연극 무대는 경험이 없었지만 연기 외적인 메커니즘만 다를 뿐 비슷하더라. 새롭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다. 특히 연출자가 첫 무대 올라갈 때 “가서 자유롭게 놀다 오세요. 돌아오시면 제가 안아 드릴게요.” 했던 데서 큰 힘을 얻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Q. 영화 ‘공모자들’을 찍고 나서는 “열심히 해도 안 돼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조달환 인생이 잘 풀리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웃음).
조달환: 몸과 마음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 시점부터이다. 물론 ‘우리동네 예체능’도 그때쯤 맞게 된 기회다. 모든 것이 다 마음가짐에 달려있더라.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위 성자라고 하는 분들을 우리가 존경하는 이유는 정신적인 유산 때문이 아닌가. 존경하는 사람이 있으면 10%라도 따라 하려고 애쓰고 자신이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면서부터 나도 흐름을 타게 됐다.

Q. 조달환을 설명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당신은 개인적으로 본인에게 어떤 수식이 붙었으면 좋겠는가.
조달환: ‘지구별 여행을 참 잘한 사람’이라는 수식을 듣고 싶다(웃음). 천상병 시인의 ‘소풍’을 읽고 많은 것을 느꼈다. 할아버지가 이런 유언을 남기셨다. “힘든지 모르고 죽도록 일만 했네. 이럴 줄 알았으면 허리 좀 펴볼걸.” 삶과 죽음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빠져 욕심부리며 살기보다는 매 순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고 싶다.

조달환이 텐아시아에 선물한 캘리그라피 작품.

조달환은 텐아시아를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흔쾌히 펜을 잡았다. 펜을 쥐고 고민하기도 잠시,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옮기듯 일피휘지로 써내려간 글 속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꽃향기는 바람을 따라 흐르고 선한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어느 곳이나 퍼진다.” 그의 인생철학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나.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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