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흥행 중인 '모범택시' 시리즈, 이제훈 부캐플레이도 화제
장애인·도굴꾼·유품정리사 등 이전 작품에서도 활약
배우 이제훈.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이제훈.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악인을 향한 경쾌하고 짜릿한 응징으로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하고 있는 SBS '모범택시2'의 또 다른 볼거리는 이제훈의 '부캐 퍼레이드'다. 이제훈은 극 중 새로운 사건을 의뢰 받을 때마다 사건에 맞는 인물로 변신한다. 남루한 죄수복부터 휘황찬란한 무속인 의상까지 소화하며 이제훈은 천연덕스럽게 부캐플레이를 해내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시즌1에 이어 시즌2 역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10화는 시즌1의 최고 스코어를 가뿐히 넘어서는 전국 17.7%, 최고 시청률 20.9%(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발표한 드라마 TV 화제성 순위에서 3월 4주차 기준으로 이제훈은 TV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은 물론, OTT 콘텐츠까지 포함한 'TV-OTT 통합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출연자 부문' 순위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모범택시2'의 백미는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부캐로 등장하는 이제훈이다. 시즌2의 오프닝을 연 부캐 '죄수도기'로서 이제훈은 감옥에서 상의 탈의한 장면을 위해서는 배우 생활 마지막 상의 탈의라는 독한 마음가짐으로 철저한 식단 관리와 강도 높은 운동을 병행했다고 한다. 하얼빈 출신 사업가 '왕따오지', 사이비 무당 '무당도기' 등으로 범접하지 못할 압도적 패션을 선보여 보는 즐거움도 선사했다. 이외에 '해외취업청년도기', '농부도기', '사랑꾼도기' 등 천연덕스럽게 다양한 부캐로 변신해 변신해 반인류적 범죄, 비인간적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들을 응징하는 모습은 통쾌함을 자아낸다. 이제훈이 '갓도기'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제훈은 '모범택시' 이전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작품에 몰입하게 했다. '부캐 부자'임을 입증하는 이제훈의 작품 속 다양한 모습을 살펴봤다. '여우각시별'(2018) | 웨이브, 왓챠
사진=SBS '여우각시별' 캡처
사진=SBS '여우각시별' 캡처
'여우각시별'은 비밀을 가진 의문의 신입과 애틋한 사연을 가진 사고뭉치 1년 차가 인천공항 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보듬는 휴먼 멜로. 이제훈은 인천공항 여객서비스팀 신입 이수역 역을 맡았다.

극 중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토익 만점에 최고 점수로 인천공항에 입사한 이수연은 주변 사람들과 언제나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다. 알고 보니 그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오른팔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장애를 갖게 되면서 숨기려던 것. 오른팔과 다리에 웨어러블 보행보조물을 착용하고 생활하는 이수연은 공항 근무 도중 보안 문제가 제기되면서 각종 고충을 겪게 된다.

이수연은 여객서비스팀 1년 차 한여름(채수빈 분)을 사랑하게 된다. 한여름 앞에서는 평범한 한 사람이고 싶었던 이수연. 이상하게 사랑의 감정이 커질수록 웨어러블의 오작동은 심각해진다. 이제훈은 절망감을 느끼는 이수연의 슬픔을 절제된 감정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벅차오르는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용기 있게 다가가는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낸다. '도굴'(2020) | 티빙, 웨이브
영화 '도굴'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영화 '도굴'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도굴'은 도굴꾼 강동구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 오락 영화. 이제훈은 흙 맛만 봐도 보물이 묻혀있는지 알아내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 역을 맡았다.

이제훈은 밝고 깐족거리는 캐릭터로 능청스러운 매력을 보여준다. 첫 도굴이 시작되는 황영사부터 천재 도굴꾼의 면모를 드러내는 장안평 골동품 상가, 도굴 본거지인 중국 지린성 옛 고구려 고분에 이어 서울 강남 한복판 선릉에 이르기까지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며 묘기에 가까운 도굴을 해내는 캐릭터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2021) |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한그루(탕준상 분)와 그의 삼촌 조상구(이제훈 분)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이제훈이 연기한 조상구는 감옥에서 출소한 후 사망한 이부형제 한정우를 대신해 조카인 한그루의 후견인이 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조상구에게는 오히려 교도소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낸 시간이 휴식이 됐다. 마음속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던 조상구는 한그루와 유품 정리 일을 해가며 유품 정리가 가지는 의미를 배우고 한그루와 진짜 가족이 돼간다. 이제훈은 조상구의 긍정적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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