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기
"경제적 손실" 우려했지만, '자업자득' 평가
'조선구마사' 이유비(왼쪽부터) 박성훈 서영희 감우성 장동윤 김동준 정혜성 금새록/ 사진=SBS 제공
'조선구마사' 이유비(왼쪽부터) 박성훈 서영희 감우성 장동윤 김동준 정혜성 금새록/ 사진=SBS 제공
역사 왜곡에 앞장선 자에겐 불명예와 퇴출뿐이다. 조선 건국 스토리와 우리나라의 위인, 나아가 우리의 문화를 왜곡하려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연출 신경수, 극본 박계옥)가 폐지됐다. 우리 역사와 그 역사를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나섰던 대중이 이뤄낸 결과다. 하지만 국내만 방영 중지된다고 해서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 국내는 폐지하더라도 해외 수출과 OTT 등 해외 스트리밍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 남아있다. 방영 중지와 함께 전량 폐기로 끝까지 마무리가 된다면 '조선구마사'의 폐지는 역사를 왜곡한 문화콘텐츠의 결말이 어떤지 잘 보여주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SBS는 26일 '조선구마사'의 방송 취소를 확정했다.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와 공백 등이 우려된다"고 굳이 전했다. 하지만 그건 자업자득.

'조선구마사'는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다고 했지만 역사 왜곡 범벅으로 첫회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 세종대왕 우리나라의 왕부터 최영 장군 등 존경받는 위인만 콕 찍어 모욕하더니 종국의 동북공정에 힘을 실어주는 대사와 연출로 분노를 유발한 것.

왜곡한 부분은 한두 개가 아니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필수품인 갓도 등장하지 않고 이방원(태종)이 (헛것을 보고) 백성을 학살, 이방원이 악귀를 처치하려 카톨릭을 통해 신부를 데려온 것,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충녕대군(세종)이 의주로 향한 것, 서양 신부의 통역사가 왕자에게 반말을 하고 접대를 원한 것, 등불부터 인테리어까지 죄다 중국식인 기생집, 상에는 중국 전통음식으로 소개되는 월병과 피단(삭힌 오리알), 양갈비 뼈를 올렸다.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쉽게 눈치 채지 못하는 대사는 더 심각했다. 충녕대군에게 6대조인 목조(이성계 고조부)를 '기생때문에 야반도주 했다'는 대사를 줘 자신의 핏줄을 '셀프 디스'하게 하거나 고려의 명장이자 충신으로 알려진 장군 최영을 "충신? 하이고, 충신이 다 얼어죽어 자빠졌다니?"라고 표현하게 했다.

'조선구마사'의 문제는 우리의 역사를 잘 알아서 더 교묘하게 왜곡하려 했다는 점이다. 박계옥은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역사를 왜곡한 부분이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표현하고 종묘제례악 비하, 의금부가 왕에게 칼을 겨누는 장면 등 일부러 조선 왕조를 비하하고 왜곡하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다분했다.

'철인왕후'가 어물쩍 넘어갔으니 박계옥은 '조선구마사'에서도 대사와 의상, 소품 등으로 물 흐르듯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려 했다. 하지만 영리한 대중은 중국풍 소품과 위인의 모욕 뒤에 동북공정이 있다는 걸 찾아냈다. '조선구마사'를 드라마로 보고 재미로 넘기기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조선구마사' 포스터
'조선구마사' 포스터
방송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방영 중지' 및 SBS를 지상파에서 제외하라는 글이 게재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이틀 만에 2000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제작지원, 광고에 참여한 기업들의 리스트가 돌면서 '불매' 움직임까지 나오면서 브랜드들이 '손절'을 선언했다. 장소 제공, 협찬 계약을 맺었던 나주시, 문경시에서도 더이상 촬영 장소를 제공하지 않고, 엔딩에서도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전주 이씨 종친회(전주이씨대동종약원)도 왜곡에 대한 우려로 해당 방송국과 제작진에게 강력한 대응책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SBS와 제작사는 사과의 뜻이 담긴 입장문을 내놓으며 '조선구마사'가 상상력에 기반한 드라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웹사이트인 위티비(WeTV)와 텐센트가 자산 인수한 말레이시아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플릭스에는 '조선구마사'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 건국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을 그린 이야기라고 소개해 논란이 됐다. 북한이라고 표기한 것도 잘못됐지만 '건국의 역사적 사실'이라고 설명한 것 자체가 틀렸다.
'조선구마사' 박성훈(왼쪽부터) 감우성 장동윤/ 사진=SBS 제공
'조선구마사' 박성훈(왼쪽부터) 감우성 장동윤/ 사진=SBS 제공
실제로 텐아시아 확인 결과 '조선구마사'는 막바지 촬영을 진행 중이고, 지금까지 나온 대본에는 악령과의 거래를 통해 조선을 건국했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또한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바티칸 구마 사제의 구마 의식을 보고 배우며 구마사가 된다는 설정까지 있었다.

다행히 '조선구마사'의 방송은 취소됐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작품과 연관된 모두의 사과도 남아있고 해외 수출 금지 등도 남아있다.

SBS는 경제적 손실을 운운하며 80% 촬영은 완료했다고 했다. 해외 수출을 정당화하기 위한 밑밥인 지는 모르겠지만, 뛰는 제작사 위에 나는 대중이다.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에 이미 '조선구마사'가 올라와있는 상태이기에 폐지보다 전량 폐기와 해외 수출을 막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청원을 올리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구마사'의 제작사는 YG STUDIOPLEX,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다. '조선구마사' 제작사는 26일 "편성 취소 이후 제작 관련 사항에 대해 안내한다"며 "제작은 중단됐고, 상황의 심각성을 십분 공감하며, 작품에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분들과 관계자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려를 자아냈던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해외 판권 계약 건은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며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작품을 집필한 작가과 연출한 제작진, 시놉시스와 대본을 읽고 출연을 결정한 배우들도 마땅한 책임을 져야한다. 배우들은 대본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해석과 자아를 가지고 연기에 임하는 사람. 역사 왜곡 드라마에 '재밌다'고 참여했다면 그건 부족한 역사의식을 지닌 게 맞다. 과거에 여러 연예인이 역사와 관련된 잘못된 행동을 했다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반성했다. 드라마라고 다를 것이 있겠는가. 무지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사과와 반성이 없다면 대중의 용서도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끝까지 마무리를 짓는다면 역사를 왜곡하는 드라마는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를 낳게 된다. 모든 브랜드들이 왜곡 드라마에 대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했기 때문에 광고를 붙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조선구마사'는 역사 앞에 그리고 역사를 지키려는 대중 앞에 무릎 꿇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