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일본 데뷔 앨범이 발매 첫 주 오리콘 주간 차트 2위를 차지했다. 소녀시대의 일본 데뷔 싱글 < Genie >는 9월 오리콘 월간 차트 4위에 올랐다. 둘 다 해외 여성 신인 가수로는 최고의 성적이다. 국내에 크게 보도되진 않았지만 초신성, 씨엔블루 등 남성 아이돌 그룹의 인기도 상당하다. 올해 일본 데뷔 1주년을 맞은 초신성의 세 번째 앨범 < Hot Step Jumping! >은 오리콘 주간차트 10위권에 랭크됐고, 9월 16일 발매된 씨엔블루의 싱글 < I don`t Know why > 역시 첫 주 오리콘 데일리차트 8위에 올랐다. 일본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피아에는 연일 한류 아이돌 관련 토픽이 주요 기사로 게재되고 있다. 국내에선 동방신기의 인기를 잇는 여성 아이돌 붐으로 화제가 됐지만, 근래 일본의 한류는 특정 그룹의 인기라기보다 K-POP 자체에 대한 흥미에 가깝다.

중년 여성에 이은 10대 한류팬의 습격



‘네오 한류’는 카라, 소녀시대, 씨엔블루 등의 K-POP에서 시작되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최근 일본에선 ‘오샤레(おしゃれ) 한류’, ‘네오(neo) 한류’란 말이 나오고 있다. <겨울연가>와 ‘욘사마’로 대표됐던 중년 여성들의 ‘눈물 한류’가 아닌 젊은이들이 공감하고 동경하는 문화로서의 ‘신(neo) 한류’를 일컫는다. 특히 일본인에겐 90년대 감수성에 가깝다고 여겨졌던 한류 문화에 멋진 패션이나 모델에 대한 감탄사로 내뱉는 ‘오샤레’란 단어가 접목됐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 후지테레비의 한 방송이 올해 5월 조사한 설문에 의하면 한류 팬은 10대, 20대 여성이 30% 대로 40대 여성 다음으로 많았다. 이는 중년 여성이 대부분이었던 2001년과 매우 달라진 상황이다. 실제로 소녀시대와 카라의 공연장을 찾은 일본 팬은 10대와 20대 여성이 80%를 넘었다. 일본의 최고 인기 아이돌 AKB48 멤버들도 방송에 나와 한류 스타의 팬임을 자처한다.

‘<겨울연가>로 엄마가, <대장금>으로 아빠가, 그리고 동방신기로 딸이’. 일본의 많은 매체가 한류의 흐름을 분석한 내용이다. 실제로 한인타운 신오오쿠보 지역의 ‘한류 상품 숍’에는 모녀 손님의 모습이 쉽게 보인다.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가 하나의 붐으로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의 또 다른 문화로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최근 한국어에 대한 인식은 한류가 일본 내에서 지속적인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캇툰, 아라시 등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TV 쇼에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한국어를 그저 맥락 없이 내뱉는다. 9월 25일 개봉한 영화 <머나먼 하늘>에서 여배우 우치야마 리나는 상당량의 한국어 대사를 직접 소화했다.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은 한국어 발음의 울림이 멋지다고 말한다. 굳이 일본어를 배울 필요 없이 음반을 내도 상관없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듣듯 한국어를 듣기 시작한 셈이다.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네오 한류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점차적으로 어학 및 한국 문화 전반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11월 13일 일본 전국 극장 32곳에선 < K-POP 드림 콘서트 히스토리 ‘07~’09 >가 상영된다. 국내에서 매년 개최되는 드림 콘서트 영상을 편집한 것으로 이 상영은 2011년에도 한 차례 더 계획되어 있다. 확실히 젊은 세대가 주축인 한류는 K-POP이 중심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류를 즐기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한류 드라마도 찾아낸다. 올해 3월 방영돼 10년 만에 낮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찬란한 유산>이나, 후지테레비에서 8월 방영된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꽤 화제가 됐다. 그리고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어학,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 <겨울연가>를 본 엄마들이 K-POP으로 눈을 넓혀간 것과 정 반대로 K-POP을 들은 젊은이들이 드라마로 눈을 넓히고 있다. 유행은 젊은 여성이 만든다 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빠진 새로운 한류는 지금부터가 더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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