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지난달 2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만화 ‘비밀’의 남자 주인공 오남주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영대./사진=텐아시아DB
지난달 2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만화 ‘비밀’의 남자 주인공 오남주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영대./사진=텐아시아DB
“정식으로 선언한다. 나에게 여자는 ‘여주다’ 하나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에서 배우 김영대가 연기한 오남주의 명대사다. 오남주는 스리고등학교 A3 멤버 중 서열 1위로, 여주다(이나은 분)를 사랑하는 만화 ‘비밀’의 남자 주인공이다. 김영대는 만화 주인공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맛깔나게 소화해 ‘선언남’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테이지’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쉐도우’에서는 여주다의 행동에 순수하게 반응하는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2017년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특별판’으로 데뷔해 웹드라마, 단막극 등으로 얼굴을 알린 김영대는 ‘어하루’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몸과 마음, 정신까지 건강한 배우로 올바르게 나아가고 싶다는 김영대를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10. ‘어하루’를 마친 기분이 어때요?
김영대: 촬영이 다 끝났을 때는 홀가분했어요. 최종회를 보니 ‘진짜 끝난 건가?’ 싶었죠. 종방연까지 다 마치고 나서야 정말로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 아쉽더라고요. 작품을 떠나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난 시간들이었거든요.

10. 오남주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것도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김영대: 빨리 떠나보내고 싶었던 캐릭터였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아쉬움이 남더라고요.(웃음)

10. 왜 떠나보내고 싶었어요?
김영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어요. 오글거리는 대사도 힘들었고 캐릭터도 비현실적이라 거리감도 느껴졌죠.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것조차도 추억이었던 것 같아요.

10.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요.
김영대: 감독님이 촬영 초반에 저에게 말씀해주셨어요. 시청자들이 단오(김혜윤 분)와 하루(로운 분) 커플을 보다 남주와 주다(이나은 분) 커플을 봤을 때 만화 속 세상이라는 걸 확실히 인지했으면 좋겠다고요. 오남주 대사를 통해서요. 그때부터 최대한 순정만화 속 인물처럼 연기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오글거리는 대사를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는 김영대./사진=텐아시아DB
“오글거리는 대사를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는 김영대./사진=텐아시아DB
10.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됐다고 들었어요.
김영대: 1차 오디션 때는 모든 배역을 열어놓고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부터 감독님은 저를 오남주로 생각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A3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거든요.(웃음) 그래서 2차 오디션 때부터는 오남주 역할로 계속 오디션을 봤고 운이 좋게도 캐스팅이 됐습니다.

10. 오남주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김영대: 처음에는 오남주가 웃기는 장면이 별로 없었어요. 그저 진지하고 오그라드는 캐릭터였죠. 끝까지 그러면 매력이 없을 것 같아서 감독님, 작가님에게 남주도 웃기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죠. 인간적인 매력이 보였으면 해서요. 그래서 중반부가 넘어가면서부터 남주가 조금은 서투르고 허당 같은 모습을 보여요. 그게 남주만이 가지고 있는 반전 매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0.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연기할 때 많이 웃기도 했을 것 같아요.
김영대: 딱 한번 오글거리는 대사 때문에 NG가 난 적이 있어요. 그 전까지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연기했거든요. 초반에는 아직 안 친하니까 괜찮았는데 후반 갈수록 더 부끄러워지더라고요. 배우들끼리 서로 너무 친해져서요. 12회에서 제가 주다에게 ‘마이걸(My girl)’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너무 오그라들어서 웃음을 참지 못했어요. 하하. 사실 최종회에서 제가 도화(정건주 분)와 백경(이재욱 분)에게 ‘마이 보이즈(My boys)’라고 말하는 대사도 원래 대본에 없었어요. 감독님이 ‘마이걸’ 반응이 좋은 걸 보고 촬영 직전에 추가하셨더라고요.(웃음)

10. 남주는 다른 주요 캐릭터들과 달리 끝까지 자아를 찾지 못했어요. 그 부분이 아쉽지는 않았나요?
김영대: 저는 캐릭터마다 드라마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남주는 자아가 없기 때문에 쉐도우에서의 모습과 스테이지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말 그대로 만화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인 겁니다. 저는 그것도 괜찮았다고 생각했어요. 저까지 자아를 찾았다면 오히려 분위기가 더 안 살지 않았을까요?(웃음)

김영대는 “‘어하루’를 통해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사진=텐아시아DB
김영대는 “‘어하루’를 통해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사진=텐아시아DB
10. 지금까지는 웹드라마, 단막극 위주로 출연했는데, 미니시리즈를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김영대: 힘들었던 만큼 많이 배웠습니다. 길게 연기호흡을 가져가는 게 처음이라 많이 어색했는데, 감독님이 중간 중간 따로 불러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특히 연기를 할 때는 진심으로 해야 시청자들도 그걸 느낄 수 있다고, 그게 좋은 연기자의 모습이라고 말씀해주신 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어요. 그 전까지는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그냥 끌려가듯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거든요.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는 ‘나는 배우로서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진중하게 임하자’는 다짐을 하게 됐죠.

10.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요?
김영대: 수영장에서 다이빙 하는 장면이요. 제가 수영은 할 줄 아는데 다이빙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거든요. 다행히 대역 분들이 계셔서 마음 편하게 촬영하려 했는데, 다이빙 직전까지도 감독님이 컷을 안 해주시는 거예요. 못한다고 말하기에는 많은 분들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보고 있어서 눈 딱 감고 뛰어내렸죠. 근데 생각보다 잘 했더라고요.(웃음) 그때부터 다이빙이랑 수영을 대역 없이 찍었죠. 그날 집에 가서 폭식하고 바로 잤는데 몸무게가 빠져있더라고요.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던 것 같아요.

10. 자아를 찾은 주다가 도화와 잘되는 내용으로 흐르기도 했어요. 뺏길까봐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김영대: 많이 불안했죠.(웃음) 특히 도화가 주다를 찾으러 뛰어다니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지켜보는 저도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도화의 감정이 너무 슬퍼보여서요. 그때 주다가 도화랑 이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저와 주다가 이뤄지는 결말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10. 남주와 주다의 해피엔딩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김영대: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주다와 도화가 이어지는 게 맞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주다의 대사 중에 ‘여태 고생했는데 해피엔딩도 못 누리면 억울하지 않냐. 남주도 나한테 진심으로 잘 해준다’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거죠. 다른 인물들이 운명을 거스르려 노력했다면, 주다는 현실적인 길 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아요. 그것도 하나의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래서 이 결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10. 오남주와 본인의 실제 성격과 닮은 점이 있나요?
김영대: 2%밖에 안 닮았어요. 저는 남주보다는 도화처럼 말도 많고 장난도 잘 치는 성격이거든요. 굳이 비슷한 점을 꼽자면 허당 같은 모습인 것 같아요. 다들 제 첫인상만 보면 차갑고 무뚝뚝할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는 전혀 아니거든요.(웃음)

중국의 명문 푸단대학교를 휴학하고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김영대./사진=텐아시아DB
중국의 명문 푸단대학교를 휴학하고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김영대./사진=텐아시아DB
10. ‘어하루’는 방송 3주차부터 화제성 1위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어요. 처음부터 잘 될 거라 예상했나요?
김영대: 10대들은 좋아할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저조차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시청자들에게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죠. 그런데 후반 작업을 거쳐 편집된 영상을 보니 걱정이 줄어들었어요. 촬영 때는 CG(컴퓨터 그래픽)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효과들을 입혀놓고 나니 훨씬 이해하기 쉽더라고요. 만화 속 세계라는 소재도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10. 인기를 피부로 실감하나요?
김영대: 집 밖을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많이 느끼지는 못하지만, 주변 반응들을 통해 실감하고 있어요. 제 동생이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데 학교에 ‘어하루’를 안보는 친구는 있어도 모르는 친구는 없다고 하더라고요.(웃음)

10. 중국 3대 명문대학교로 손꼽히는 푸단대학교(복단대학교) 상업무역학과를 휴학하고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어요.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김영대: 공부만 반복하는 삶에 지쳐있던 상황에서 우연히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을 만났고, 저에게 연기를 권유해주셨어요.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고 낯설고 흥미로웠죠. 그런데 연기도 하다 보니 힘든 점이 많더라고요. 학교 휴학이 최대 2년까지라 다시 돌아갈지 연기를 계속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둘 중 더 욕심나는 건 연예계 생활이었어요.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다짐이 더욱 확고해졌고요.

10. ‘어하루’를 통해 배우로서 얼마나 성장한 것 같아요?
김영대: 이제 배우라는 길에 막 들어온 것 같아요. 앞으로 성장해 나가야죠. 어디 가서 배우 김영대라고 떳떳하게 말하기도 어색해 했던 제가 이 작품을 통해 배우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얻게 됐거든요. 앞으로 한 작품씩 끝날 때마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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