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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편하게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랜 수련을 했기 때문이죠. 지름길은 없어요. 메트로놈은 연주자에게 연인과 같아요. 항상 옆에 놓고 연주하세요.”

지난 9일 경남 사천 곤양면에 위치한 LIG손해보험 연수원 인재니움의 한 강의실. 열두 명의 학생들이 재즈 기타리스트 피터 번스타인에게 기타를 배우고 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기타 연주를 하고 나면 번스타인이 조언을 해준다. “무엇보다 곡 자체에 집중하세요. 피아니스트 행크 존스도 집중력을 가진 연주자가 좋은 연주자라고 말했어요. 집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곡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해요.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말이죠.”

다른 강의실에서는 피아니스트 이든 아이버슨과 베이시스트 벤 스트릿이 함께 강의를 하고 있다. 이들은 피아니스트와 베이시스트에게 각각 즉흥연주를 시켰다. “다양한 길을 보여주는 거예요. 일반적이지 않은 접근을 해보는 거죠. 신념이 있으면 전혀 다른 화성이 만나도 음악이 될 수 있어요.”(이든 아이버슨)

세계적인 해외 연주자들이 한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곳은 ‘사천 국제 재즈 워크숍’ 현장이다. 재즈 워크숍은 특정 공간에서 강사진을 초빙해 배우고 함께 연주하는 프로그램. 재즈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찰스 밍거스(1922~1979)의 워크숍 이후로 다양한 재즈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09년부터 ‘재즈섬머스쿨’에서 네덜란드 연주자 및 교수진으로 워크숍을 해왔다. 올해에는 ‘사천 국제 재즈 워크숍’, ‘자라섬 크리에이티브 뮤직캠프’ 등이 생겨 워크숍이 늘고 있다.

LIG문화재단이 주최한 ‘사천 국제 재즈 워크숍’에는 1주차(5~10일) 37명, 2주차(12~17일) 28명의 학생이 각각 참여했다. 이들은 일주일간 연수원에서 숙박을 하며 재즈를 배웠다. 1주차에는 올해 일흔두 살인 전설적인 재즈 드러머 빌리 하트(드러머)를 비롯해 최고의 실력파들로 꼽히는 마크 터너(색소폰), 이든 아이버슨(피아노), 벤 스트릿(베이스), 피터 번스타인(기타)가 강사로 나섰다.

학생들 중에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프로 뮤지션도 7명 참여했다. 해외 일급 연주자들과 지근거리에서 함께 연주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재즈 피아니스트 비안은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나 역시 아직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재즈의 역사를 써가고 있는 거장들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라고 참여 동기를 설명했다.

박성연의 공연을 관람 중인 빌리 하트(가운데)와 이든 아이버슨(좌측)
박성연의 공연을 관람 중인 빌리 하트(가운데)와 이든 아이버슨(좌측)
박성연의 공연을 관람 중인 빌리 하트(가운데)와 이든 아이버슨(좌측)

워크숍은 일반적인 강의와 달리 스승과 제자가 밀접하게 교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주일의 합숙 워크숍이 끝날 무렵 학생들과 할아버지뻘인 빌리 하트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하트는 “난 아직도 해보고 싶은 음악이 많다. 젊은 연주자들에게도 내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워크숍 1주차의 마지막 날인 10일 밤에는 강사진과 학생들이 함께 하는 공연도 열렸다. 어린 학생들은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협연을 하는 값진 경험을 누렸다. 빌리 하트를 비롯한 해외 강사진들은 이날 공연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한국 재즈 1세대 류복성, 박성연의 무대를 관람하고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2주차에는 시몬 나바토브(피아노)와 닐스 보그람(트롬본), 탐 레이니(드럼) 등 유럽 출신의 연주자들이 강사로 나선다. 워크숍의 기획위원을 맡은 재즈비평가 김현준 씨는 “워크숍 참가자들은 재즈사를 화려하게 장식해온 현대 재즈의 멘토들과 함께 전통적 미학을 되짚는 것은 물론, 이들이 완성해낸 어법을 타산지석 삼아 재즈에 대한 자신의 위치와 시각을 재점검해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 사진.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LIG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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