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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내년에는 새 앨범 내야지’ 했는데 마음만 앞섰어요. 만들다가 (악보를) 꾸겨버리고, 휴지통으로 들어가고, 다시 만들고. 그게 10년이 걸렸네요.”

조용필은 1991년 이후로 방송을 멈추고 공연에 힘써왔다. 이듬해 돌풍을 일으킨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한 후배 가수들은 공중파 방송을 통해 거창한 컴백 쇼를 마련하곤 했다. 하지만 조용필은 라이브 형 가수답게 앨범을 내면 곧바로 전국투어를 돌며 직접 팬들과 만났다. 10년 만에 발표한 19집 < Hello >도 마찬가지. 앨범에 수록된 전곡이 온라인 음원차트를 점령하고 있지만, 조용필은 이러한 분위기와 상관없이 5월 말부터 전국투어에 돌입한다.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프리미엄 쇼케이스는 전국투어의 전초전 격으로 새 앨범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 Hello >에 담긴 음악은 ‘청년 조용필’, ‘소년 조용필’이라 할 수 있다. 무게감보다는 밝고 경쾌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이러한 에너지는 프리미엄 쇼케이스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첫 공연을 장식한 팬텀의 ‘조용필처럼’에서 이어진 국카스텐, 자우림, 박정현, 이디오테잎 등 후배들이 재해석한 조용필의 노래들은 마치 ‘조용필을 기리는 나가수’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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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연주 그룹 이디오테잎은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일렉트로니카 버전으로 커버했다. 도입부의 ‘뿅뿅’거리는 신디사이저 소리가 들리자 관객들은 바로 원곡을 알아채고 함성을 질러댔다. 이디오테잎의 흥미로운 변주로 ‘단발머리’가 새롭게 생명력을 얻는 순간이었다. 국카스텐의 ‘모나리자’ 역시 원곡에 꿀리지 않을 만큼 폭발력을 자랑했다. 하현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전규호의 기타연주가 조용필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자우림의 김윤아는 “크고 작은 여러 무대에 섰지만 솔직히 공연장에 올 때부터 떨리는 무대가 그다지 많지 않다. 오늘은 집에서 나오는 길부터 너무 흥분되고 떨렸다”며 “선배님의 매 앨범마다 두근거리며 신곡을 기다렸다. 영원히 우리들의 조용필이 돼 달라”고 말했다.

후배뮤지션들의 공연 중간에는 < Hello > 수록곡들이 영상과 함께 흘러나왔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음악 감상회와 같았다. 이천여 명의 관객들은 실제 라이브를 보는 듯이 야광 봉을 흔들며 열광했다.

쇼케이스 막바지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등장해 ‘바운스’를 노래하자 올림픽홀이 떠나갈 것 같은 관객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조용필은 여느 때와 달리 기타를 메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그의 목소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선명했으며, 오히려 전보다 경쾌하게 들렸다. 절대 노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신곡 ‘어느 날 귀로에서’의 까다로운 음정을 소화할 때에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위대한 탄생의 연주 역시 활력에 차 있었다. 드러머 김선중과 베이시스트 이태윤의 리듬 연주는 단단했으며, 기타리스트 최희선의 찰랑거리는 리듬커팅, 최태완, 이종욱의 건반연주가 윤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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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가왕’이라는 칭호를 잠시 내려놓은 듯 신인가수처럼 무게감 없는 모습도 보였다. 사회를 본 김제도이 ‘귀요미’를 언급하자 관객들이 일제히 ‘귀요미, 귀요미’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조용필은 대표곡 ‘비련’의 그 유명한 가사 ‘기도하는’을 따로 불러주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줬다. 이는 ‘군림하는 가왕’이 아닌 ‘팬들의 가수’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조용필은 다시 ‘10대 가수’로 돌아왔다.

글.권석정

사진.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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