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한반도 문제 속 무력한 한국
유연석, 북한 위원장 役으로 파격 변신
국제정세 다룬 작품…관객들, 장벽 느낄 수도
잠수함 액션으로 오락성↑
영화 '강철비2'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강철비2'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한반도의 평화는 누구의 손에 달렸을까.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이 던지는 질문이다. 패권 다툼 속 한반도가 직면한 현실은 마음을 짓누르지만 후반부 펼쳐지는 잠수함 액션은 무게감을 상쇄시키고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한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분)와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분), 그리고 북한 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분)가 원산에 모인다. 핵 문제를 두고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는다. 그러던 중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 분)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세 정상은 핵잠수함 백두호에 인질로 갇히게 된다.

영화 '강철비2'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문제를 둘러싼 각국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시뮬레이션 해 리얼하게 보여준다. 한국은 이 문제의 당사자지만 협정 서류엔 사인할 곳조차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있다. 선뜻 나설 수도 없고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는 모습은 안타깝고 무력감을 들게 한다. 이런 상황을 직면한 대통령 한경재의 고민과 고충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 '강철비2'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강철비2'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중반부까지는 국제정세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이 쏟아진다. 역사와 정치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눈 한 번 깜빡일 사이에 '강의'가 후루룩 넘어가버려 자칫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문제를 다루려다 보니 어려운 이야기들이 나열돼 다소 지루해진다. 그렇다고 이 사안을 가볍게 풀 순 없는 노릇이다. 재미와 의미 사이에서 무게감을 맞추려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함장실에 갇힌 남북미 정상의 모습은 한 개인으로서 자신과 국가를 대변하는 위치의 정치인으로서 모습이 뒤섞여 드러나면서 인간미가 넘친다. 공식석상에선 각 잡고 계산적으로 행동하지만, 함장실에선 비좁은 공간에 엉덩이를 겨우 들이밀고 앉아 격 없이 대화를 나눈다. 애타는 눈빛으로 통역을 독촉하고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음식을 입안에 게걸스레 집어넣고 침대에 드러눕기도 하고, 심지어 방귀를 뀌기도 한다. 심각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유머와 함께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영화 '강철비2'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강철비2'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오락성은 후반부 잠수함 액션으로 채워진다. 실제 잠수함과 흡사하게 만든 좁은 공간에서의 아찔한 총격전부터 독도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잠수함전까지 그간 한국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펼쳐진다. 어뢰 발사와 요격이 이어지면서 전반부 부족했던 볼거리가 화려하게 채워진다. 잠수함전에서는 백두호 부함장 장기석 역으로 등장하는 신정근이 발군의 활약을 펼친다. 위기 상황에서도 조국과 부하들을 먼저 챙기며 잠수함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그를 숨은 주인공으로 뽑아도 될 정도다.

앵거스 맥페이든은 얄밉지만 위트 있고 화통한 미국 대통령의 모습으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북한 위원장이 된 유연석의 모습은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북한 위원장 캐릭터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젊은 지도자로서의 고민과 책임감까지 캐릭터에 심어 넣었다. 쿠데타 주동자인 호위총국장 역의 곽도원은 악인이 아니라 애국자로서 가진 신념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정우성은 대통령으로서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때론 유연하게 때론 강단 있게 나선다. 비현실적인 것은 다만 그의 비주얼일 것이다.

오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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