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2020' 제작발표회
홍수아 "故 이은주 유작 맡아 영광"
이재우 "같은 제목, 다른 느낌"
PD "막장 뺀 120부작짜리 미니시리즈"
'불새 2020' 배우 박영린(왼쪽부터), 이재우, 홍수아, 서하준/ 사진=SBS 제공
'불새 2020' 배우 박영린(왼쪽부터), 이재우, 홍수아, 서하준/ 사진=SBS 제공
약 30%의 시청률을 기록한 인기 드라마 '불새'가 돌아온다. 기존의 26부작을 120부작으로 대폭 늘린 아침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수많은 '불새리안'을 배출한 이유진 작가가 직접 나서 리메이크작 '불새 2020'을 선보인다.

20일 오후 SBS 새 아침드라마 '불새 2020'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연출을 맡은 김재홍 PD를 비롯해 배우 홍수아, 이재우, 서하준, 박영린이 참석해 취재진의 사전질문에 답했다.

'불새 2020'은 사랑만으로 결혼했다가 이혼한 부잣집 여자와 가난한 남자가 경제적 상황이 역전된 후 다시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타이밍 역전 로맨스'. 2004년 방영된 화제작 '불새'의 16년만의 리메이크로, 방송 전부터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할 명작의 귀환으로 불리며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김재홍 PD는 "기본적으로 원작이 갖고 있는 설정은 가져가지만 단순히 다시 사랑을 이루는 것을 넘어 서로에게 줬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여정이 펼쳐질 것"이라며 "원작보다 조금 더 감성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히트작이었던 '불새'를 리메이크한 것에 대해 "원작이 가진 임팩트가 컸고, '불새리안'이라는 용어도 생길 정도로 인기였지만 시청자들이 원초적인 사랑의 향수를 가졌던 '불새'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침드라마로 편성된 것에 대해선 "기존 아침드라마의 막장을 탈피한 아침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제작사와 방송사의 의도가 있었다"며 "작가님이 새로운 '불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아침에 하는 30분짜리 미니시리즈라 생각하고 제작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존 원작이 26부작으로 알고 있는데 120부작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추가될 예정이다. 새로운 인물도 등장하고 인물들의 깊이도 다르다"며 "원작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큰 갈래는 원초적 사랑이라고 판단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16년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020년식 세련된 사랑을 잘 표현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해주실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불새'는 당시 수많은 명대사를 쏟아낸 작품. 이에 김 PD는 "명대사를 굳이 똑같은 장면으로 답습하면서 재연하는건 지양했다"며 "이번엔 새로운 2020년도 버전의 새로운 명대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불새 2020' 배우 홍수아/ 사진=SBS 제공
'불새 2020' 배우 홍수아/ 사진=SBS 제공
홍수아는 극 중 사랑밖에 모르는 철부지 부잣집 딸 이지은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풍파가 많지만 밝고 씩씩하게 이겨나가며 눈부시게 다시 비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홍수아는 원작을 봤냐는 질문에 "어렸을 때 좋아했던 드라마였다"며 "처음 제안 받았을 때 너무 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님도 그대로 집필하신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어 "촬영을 해보니까 감독님도 멜로 감성을 예쁘고 섬세하게 그려주셨다"며 "부담감도 있었지만 제가 갖고 있는 밝은 성격이 잘 맞은 것 같아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이지은을 연기한 고(故) 이은주에 대해선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였다. 지금도 그리워 하는 분"이라며 "이은주 선배님을 따라가려면 나는 반도 못할 거다. 작가님, 감독님도 따라하려 하지 않고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성향으로 홍수아 만의 이지은을 만들어보자고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작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조금 더 밝고 사랑스러운 면이 많아졌다"며 "나만의 이지은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홍수아는 "고 이은주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하다"며 "기도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배우들과의 호흡을 묻자 홍수아는 "우리가 너무 잘 웃어서 NG를 많이 낸다"며 "화기애애하고 서로 장난을 많이 친다. 너무 재밌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새 2020' 배우 이재우/ 사진=SBS 제공
'불새 2020' 배우 이재우/ 사진=SBS 제공
이재우는 지은을 사랑해 인생이 흔들리는 장세훈을 연기한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돈보다는 자신이 맡은 일, 사랑에 몰입하고 묵묵히 이뤄내는 인물"이라며 "나중에 돈을 많이 벌고 돌아와도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이재우는 원작에 대해 "본방 사수를 하며 재밌게 봤다"며 "'불새가 가진 힘이 강해서 거절할 수 없었다.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서진이 연기한 장세훈에 대해선 "너무 무게감 있고 밸런스 있게 잡아주셔서 재밌게 봤다"며 "내가 감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배님이 남겨주신 숙제를 해볼 수 있도록 많이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다. 많이 모자라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의 캐릭터와 차별화된 매력을 묻자 이재우는 "공통점은 둘다 보조개가 있다"며 "이서진 선배는 묘한 시크함이 있더라. 반면 나는 태생적으로 시크한 매력이 없는 걸 안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을 좀 더 부각시키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서진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엔 "밥 한 번 먹자고 해주셨으면 좋겠다. 할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가난한 인물에서 부자가 된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으로는 "외형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며 "머리 하나 흐트러지는 것도 신경 쓰고 목소리도 최대한 깔아서 했다. 많이 가질수록 더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불새 2020' 배우 서하준/ 사진=SBS 제공
'불새 2020' 배우 서하준/ 사진=SBS 제공
서하준은 극 중 지은만 바라보며 저돌적으로 대시하는 서정민과 서정인 1인 2역을 맡았다.

그는 "쌍둥이 연기를 하게 됐다"며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한 명은 아버님의 그늘에 가려 야망을 쫓는 남자고, 또 다른 한 명은 삶의 본질을 쫓아가며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라고 설명했다.

원작을 봤냐고 묻자 서하준은 "어렸을 때 즐겁게 보고 지금도 머릿속에 크게 남아있는 작품"이라며 "두렵기보다는 영광스럽고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 작가님도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시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달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부담감보다 에너지가 솟구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미 대단한 선배님들께서 탄생시켜준 작품이라 이 역할을 어떻게 해야지란 욕심보다는 조금 더 입체적이고 시대에 맞게 추가할 수 있는 것들을 연기하는게 남은 숙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난히 명대사가 많았던 캐릭터를 맡은 서하준은 "나도 어떻게 맛깔스럽고 자연스럽게 연기할지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대본을 보면 주옥 같은 대사가 많다. 내게 주어진 한 대사, 한 대사를 진정성 있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앞서 같은 역을 맡은 문정혁과의 차별점에 대해선 "워낙 완벽하게 소화하셔서 '이건 내가 낫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며 "약간의 능청스러움, 나만의 재치를 있는 대로 꺼내 입혀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1인 2역에 대해선 "안경도 꼈다가 뺐다가 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면서도 "크게 힘든 건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불새 2020' 배우 박영린/ 사진=SBS 제공
'불새 2020' 배우 박영린/ 사진=SBS 제공
박영린은 장세훈을 향한 뒤틀린 사랑으로 그에게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이는 윤미란으로 분한다. 그는 "탑 모델 출신이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로 극심한 감정 기복, 질투심, 집착을 갖고 있다"며 "나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한 남자에게 집착한다. 처절하고 안쓰럽고 불쌍한 아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린은 원작에 대해 "한 시대를 풍미한 드라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기억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작가님이 일부러 더 원작을 보지말라고 하셨는데 대본을 읽다보니 왜 그랬는 줄 알겠다. 정혜영 선배가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셨기 때문에 내가 따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 같다. 선배님의 독보적인 연기로 부담은 됐지만 매력 많은 미란이가 더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정혜영이 연기한 윤미란에 대해 "작가님이 의도하신 대로 표현했고, 찰떡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부담은 되지만 대본을 조금 더 분석하고 고민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나는 미란이를 조금 더 불쌍하게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전에도 악역을 몇 번 맡았는데 나는 인물들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고, 조금 더 처절하게 할 생각이다. 작가님, 감독님을 믿고 더 강한 미란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영린은 윤미란의 광기 어린 성격에 대해 "어떤 장면이든 각오가 돼있다"며 "작가님이 에피소드가 풍부하다. 여러분께 파격적인 장면, 충격적인 사건을 약속드릴 수 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불새 2020' 배우 서하준(왼쪽부터) 홍수아, 이재우/ 사진=SBS 제공
'불새 2020' 배우 서하준(왼쪽부터) 홍수아, 이재우/ 사진=SBS 제공
끝으로 김재홍 PD는 "원작을 사랑해주셨던 2004년 불새리안에겐 과거의 향수를, 새로운 불새리안에겐 기존 아침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수아는 "두 남자와의 사랑 속에서 가슴 아픈 절절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며 "멜로는 여배우의 꽃이기 때문에 너무 하고 싶었다. 작가님이 멜로를 잘 그리신다. 제가 재밌으면 시청자분들도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우는 "2004년 '불새'와 같은 제목 다른 느낌"이라며 "작가님도 '같으면 무슨 재미로 보냐'고 하셨다. 뼈대는 같지만 호흡이 길어지면서 더 많은 스토리, 인물이 추가된다. 새로 생기는 멜로도 있고 훨씬 더 풍부하고 재밌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하준은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치셨을텐데 아침의 시작을 따뜻하고 설렘 가득한 느낌으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줄 드라마"라며 시청을 독려했다.

박영린은 "미란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아이지만 처절하고 슬프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안타깝고 불쌍한 시선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불새 2020'은 '엄마가 바람났다' 후속으로 오는 26일 오전 8시 35분 첫 방송된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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