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정이' 주인공
"평소 격투기 좋아해…내재된 액션 본능"
"'감정 있는 로봇' 표현에 중점"
"레전드 선배 故 강수연, 현장선 '동료'"
'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그간 해보지 않았던 연기라 재밌었어요. 재밌단 게 잘했단 건 아닙니다. 도전해보고 시도해볼 수 있었단 게 재밌었단 얘기에요. 하하. '정이' 촬영장은 세트가 온통 비현실적이라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그 안에서 연기한단 자체가 흥미로웠죠."

연상호 감독의 SF 영화 '정이'에서 용병 정이 역을 맡은 주인공 김현주는 이번 작품을 통해 로봇, 액션, SF 연기에 새롭게 도전했다. 김현주는 "내 안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는 욕구는 컸지만, 용기가 그걸 과감하게 시도해보려는 욕구보단 적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상호 감독님의 실험 정신이 잠자고 있던 나의 도전정신을 깨웠고, 나도 거기에 이바지하려는 마음이 컸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지난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25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정이'는 지난주(16∼22일)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정이'는 공개 3일 만에 19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이 기간 시청 시간 정상 자리에 올랐다. 김현주는 "출연 배우라면 누구나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할 텐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좋은 마음"이라며 기뻐했다.

김현주가 연기한 정이는 연합군 측 최정예 리더 출신으로, 수많은 작전에 참전해 승리로 이끈 전설의 용병이다. 수십년 간 이어져 온 내전을 끝낼 수 있던 마지막 폭파 작전에 참여했다가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된다. 군수 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는 최고의 전투 AI 개발을 위해 정이의 뇌를 복제한다. 김현주는 앞서 연상호 감독과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호흡을 맞추며 액션 연기를 보여준 데 이어 '정이'에서는 강인한 전사로서 액션 연기를 펼쳤다.

"제가 격투기 보는 걸 좋아해요. 격투기 채널을 집에서 틀어놓고 있기도 할 정도죠. 제 안에 그런 액션 본능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그걸 제 몸으로 표현하는 건 또 다르잖아요.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죠. '지옥'에서는 액션이 많진 않아서, 그땐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정이'는 또 달랐는데, 그래도 기본기를 다져놓은 게 많이 도움 됐어요. 액션스쿨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온 연기는 몸을 쓰는 것보다 감정을 풀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액션을 준비하는 과정이 저한테는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정이'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이'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김현주는 '정이'에서 딸 서현(강수연 분)의 엄마로서 정이, 뇌복제 실험 대상으로서 정이, 복제된 뇌가 장착된 로봇으로서 정이의 모습을 모두 연기해야 했다. 김현주는 세 가지 정이의 모습이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 기계일 때보다 사람일 때 모습에 더 신경 썼단 거예요. 로봇일 때 기계처럼 보이는 것보다 사람일 때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썼단 거죠. 실험 대상일 때 정이는 기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어느 선까지가 적당할지 고민이 많아서 걸음걸이 같은 것도 감독님과 상의해서 연기를 풀어나갔죠. 복제된 뇌를 장착한 로봇 정이로서 모습에는 특히 더 신경 썼어요. 로봇이지만 감정을 보여줘야 한단 점을 감독님이 강조하셨거든요. 그 장면은 CG라서 사실 제가 연기하지 않아도 구현할 수는 있었지만, 감독님은 실제 제 표정을 따오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모션 캡처 슈트를 입고 직접 연기했죠. 최대한 감정이 드러나면 좋겠다고 해서 로봇이지만 오히려 더 세밀한 감정 표현에 신경 썼어요. 감독님이 후반작업을 통해 제 눈빛을 살렸고, 결과적으로 저도 그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SF 장르는 김현주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가 어색하기도 했다. "그간 저는 사람 대 사람으로 눈을 보면서 감정을 주고받는 연기를 해오다가 대상이 없는 채로 상상하며 연기하는 거 자체가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어요. 흔히 '현타 온다'고 하잖아요. 하하. 연기하다가 '내가 뭐하는 거지?', '잘하는 건가?' 싶기도 했죠."
'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김현주는 기억나는 장면으로 고(故) 강수연과 촬영한 감정신을 꼽았다. 강수연은 뇌복제 및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윤서현 역을 맡았다. 윤서현은 인간 윤정이의 딸이다. 어렸던 딸은 세월이 흘러 크로노이드의 개발자가 됐고, 엄마 윤정이의 뇌를 복제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다.

"후반부에 선배님과 대사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날 유독 제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거의 막바지였죠. 선배님과 한공간에 있는 건 아니었고 벽을 두고 있었어요.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신이었기 때문에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극 중 서현이 저한테 귓속말로 얘기하는 신이 있는데, 저는 눈을 감고 있잖아요. 선배님이 '나 얘 보면 눈물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서현이 이야기 초반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아마 선배님도 그 감정을 오래 끌고 온 게 아닐까, 나중에서야 그런 생각을 했죠."

김현주는 직접 연기 호흡을 맞춰본 선배 강수연을 어떤 배우로 기억하고 있을까. "제가 감히 어떤 배우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에요. 만나 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배우도 아니었죠. 하하. 뵙기 전에는 아주 어려웠어요. 현장에선 선배고 어른이셨죠. 저를 같이 연기하는 동료 배우로 대해주셨고 저도 그렇게 느꼈죠. 선배님은 전설적인 인물이잖아요. 현장에선 그걸 느낄 새도 없이 연기했는데, 완성된 작품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선배는 '진짜 영화배우구나',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이'에 출연한 배우 김현주. / 사진제공=넷플릭스
1996년에 연예계에 데뷔해 27년간 연기 생활을 해온 김현주. 오랫동안 다양한 채널, 플랫폼을 오가며 연기해온 김현주는 "그때그때를 잘 지내고 보내려고 해왔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계획 안에서 살려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를 같이 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고, 강수연 선배님처럼 좋은 어른,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다 품을 수 있고 다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어른, 그런 상대가 되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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