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 라인업 확정…오는 11일 상암 경기장 개최
정부, BTS 무대 언급…소속사와 사전 합의 無
공권력의 폭력성, 개인의 희생 요구한 국가의 태도
정부, BTS 무대 언급…소속사와 사전 합의 無
공권력의 폭력성, 개인의 희생 요구한 국가의 태도
《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대중의 니즈는 무엇인지,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 라인업이 확정됐다. 사전 예고된 그룹 뉴진스를 포함해 NCT 드림, 마마무, 있지, 셔누·형원 등이 무대에 오른다. 논란이 됐던 방탄소년단(BTS)의 출연은 무산됐다.
방탄소년단의 갑작스러운 출연 예고는 업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정부와 주최 측은 소속사와의 사전 협의 없이 방탄소년단을 언급했다. 마치 방탄소년단의 출연만이 정답이라는 식의 태도였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한 정부의 욕심이었고, 강제적 압박이었으며 K팝 스타를 국가의 소유물로 생각한 권위 의식에 지나지 않았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축제 기간 수많은 논란을 만들었다. 행사 내내 부실 운영과 열악한 환경, 여기에 성범죄 의혹으로 파문이 일었기 때문. 잼버리 개최 이후 온열질환 및 피부병변 등 누적 내원 환자는 4400명을 훌쩍 넘었다.
당초 행사 준비 부족으로 일부 국가 대표단이 조기 퇴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국제적 망신'이란 비판과 함께, 지난 8년간 잼버리 탐방 목적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다녀온 해외 출장 횟수가 99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잼버리는 역사 깊은 국제 스카우트 축제다. 1920년 영국을 시작으로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이란 혁명 이외에는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됐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 명이 모이는 행사이기도. 그 때문에 개최국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거나 국제 행사 유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행사도 마찬가지다. 새만금이라는 지역을 알리고, 나아가 잼버리 행사 개최를 이유로 사회간접자본(SOC) 확보라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축제의 성공은 필수였다. 다만, 여러 이슈로 국가와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쌓게 됐다. 여기서 정부나 주최 측이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K팝 콘서트 개최는 필수였을 것.
태풍 카눈이 변수였다. K팝 콘서틑 개최 장소가 전라도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날짜 또한 지난 6일에서 11일로 바뀌었다. 일정 변경으로 출연 가수들 또한 달라졌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 정부는 약 이틀간 섭외에 나섰다.
정부 입장에서는 확실한 흥행거리가 필요했다. 갑작스럽게 방탄소년단 출연을 들먹인 이유다. 이들의 선택은 업계 관계자가 아니라도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스케줄 조율 문제다. K팝 콘서트까지 채 일주일이 남지 않은 상황. 현재 솔로 활동하거나 군 복무 중인 이들의 스케줄을 맞추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특히, 뷔의 경우 솔로 앨범 발매 준비에 한창이다. 소속사와의 긴밀한 합의 없이 나온 정부의 변명거리에 불과했다.
둘째, 출연이 확정되더라도 무대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무대 장비를 설치하는데도 통상 3~4일의 시간이 걸린다. 태풍까지 겹쳐 무대 설치가 제대로 될지도 미지수였다. 무대에 오르더라도 안무 숙지나 리허설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BTS 같은 톱가수들은 무대 장비와 기획 등에 예민하다. 이름값에 걸맞은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의 거센 반발이었다. BTS 팬클럽 '아미'인 A씨는 "(BTS 차출설에 대해) 제가 받은 느낌은 김연아 선수가 유명하니까 맨바닥에서 스케이트 타는 시늉을 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아티스트는 완벽한 무대를 원한다. 그런데 그런 아티스트한테 잘하는 것 해봐, 그동안 했던 것 해봐, 이런 태도는 거의 조롱이나 모욕"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기에 국민의 힘 성일종 의원의 언급이 아미의 분노를 키웠다.
성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소중한 손님들에게 새만금에서의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라며 BTS 차출을 종용했다. 또한 국방부에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방탄소년단 갤러리 일동'은 성명문을 통해 "BTS가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라 K-POP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공권력 갑질'"이라고 전했다. 결국 BTS의 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은 무산됐다. 혹자는 국가를 위해, 공적 기대를 위해 무대에 올라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 공권력의 폭력성은 생각하지 않은 의견이다. 공익을 위해 민간 기업의 사익이 침해될 수도 있는 사례였다. BTS가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였어도 마찬가지다. 정말 창피해야 할 것은 축제를 망친 뒤, 연예인들에게 뒷수습을 맡기는 듯 비쳐진 국가의 반강제성 아닐까.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대중의 니즈는 무엇인지,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 라인업이 확정됐다. 사전 예고된 그룹 뉴진스를 포함해 NCT 드림, 마마무, 있지, 셔누·형원 등이 무대에 오른다. 논란이 됐던 방탄소년단(BTS)의 출연은 무산됐다.
방탄소년단의 갑작스러운 출연 예고는 업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정부와 주최 측은 소속사와의 사전 협의 없이 방탄소년단을 언급했다. 마치 방탄소년단의 출연만이 정답이라는 식의 태도였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한 정부의 욕심이었고, 강제적 압박이었으며 K팝 스타를 국가의 소유물로 생각한 권위 의식에 지나지 않았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축제 기간 수많은 논란을 만들었다. 행사 내내 부실 운영과 열악한 환경, 여기에 성범죄 의혹으로 파문이 일었기 때문. 잼버리 개최 이후 온열질환 및 피부병변 등 누적 내원 환자는 4400명을 훌쩍 넘었다.
당초 행사 준비 부족으로 일부 국가 대표단이 조기 퇴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국제적 망신'이란 비판과 함께, 지난 8년간 잼버리 탐방 목적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다녀온 해외 출장 횟수가 99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잼버리는 역사 깊은 국제 스카우트 축제다. 1920년 영국을 시작으로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이란 혁명 이외에는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됐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 명이 모이는 행사이기도. 그 때문에 개최국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거나 국제 행사 유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행사도 마찬가지다. 새만금이라는 지역을 알리고, 나아가 잼버리 행사 개최를 이유로 사회간접자본(SOC) 확보라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축제의 성공은 필수였다. 다만, 여러 이슈로 국가와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쌓게 됐다. 여기서 정부나 주최 측이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K팝 콘서트 개최는 필수였을 것.
태풍 카눈이 변수였다. K팝 콘서틑 개최 장소가 전라도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날짜 또한 지난 6일에서 11일로 바뀌었다. 일정 변경으로 출연 가수들 또한 달라졌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 정부는 약 이틀간 섭외에 나섰다.
정부 입장에서는 확실한 흥행거리가 필요했다. 갑작스럽게 방탄소년단 출연을 들먹인 이유다. 이들의 선택은 업계 관계자가 아니라도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스케줄 조율 문제다. K팝 콘서트까지 채 일주일이 남지 않은 상황. 현재 솔로 활동하거나 군 복무 중인 이들의 스케줄을 맞추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특히, 뷔의 경우 솔로 앨범 발매 준비에 한창이다. 소속사와의 긴밀한 합의 없이 나온 정부의 변명거리에 불과했다.
둘째, 출연이 확정되더라도 무대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무대 장비를 설치하는데도 통상 3~4일의 시간이 걸린다. 태풍까지 겹쳐 무대 설치가 제대로 될지도 미지수였다. 무대에 오르더라도 안무 숙지나 리허설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BTS 같은 톱가수들은 무대 장비와 기획 등에 예민하다. 이름값에 걸맞은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의 거센 반발이었다. BTS 팬클럽 '아미'인 A씨는 "(BTS 차출설에 대해) 제가 받은 느낌은 김연아 선수가 유명하니까 맨바닥에서 스케이트 타는 시늉을 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아티스트는 완벽한 무대를 원한다. 그런데 그런 아티스트한테 잘하는 것 해봐, 그동안 했던 것 해봐, 이런 태도는 거의 조롱이나 모욕"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기에 국민의 힘 성일종 의원의 언급이 아미의 분노를 키웠다.
성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소중한 손님들에게 새만금에서의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라며 BTS 차출을 종용했다. 또한 국방부에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방탄소년단 갤러리 일동'은 성명문을 통해 "BTS가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라 K-POP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공권력 갑질'"이라고 전했다. 결국 BTS의 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은 무산됐다. 혹자는 국가를 위해, 공적 기대를 위해 무대에 올라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 공권력의 폭력성은 생각하지 않은 의견이다. 공익을 위해 민간 기업의 사익이 침해될 수도 있는 사례였다. BTS가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였어도 마찬가지다. 정말 창피해야 할 것은 축제를 망친 뒤, 연예인들에게 뒷수습을 맡기는 듯 비쳐진 국가의 반강제성 아닐까.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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